요즘 사극을 믿지 마세요

2008. 1. 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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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다음중 홍길동이 활약한 시절의 조선 임금은?....정답은 광휘?'

올드팬들이 요즘 가장 적응이 어려운 게 TV사극이다. '조선왕조 오백년'이나 '태조 왕건' '용의 눈물' 시절만 해도 사극은 일종의 텍스트이자 영상 교과서였다. '태정태세문단세..'로만 외웠던 건조하고 따분한 조선왕조의 역사가, "이 손안에 있소이다"라는 배포 큰 한명회(정진-'설중매')의 호통이나 개국공신을 사정없이 쳐대는 서슬퍼런 태종의 눈빛(유동근'-'왕과 나')으로 금세 우리 눈앞에서 살아숨쉬었다.

그래서 당시 중고생이나 일반 직장인들도 시험을 보거나 상식적인 판단을 할 때 대충 '사극'에서 봤고 기억에 남는 답변을 하면 그게 역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정답이었다. SBS 사극 '서동요'에서 '남몰래 정을 통해두고' 국경없는 사랑을 나눈 조현재와 이보영은 역사적-문학사적으로도 틀림이 없는 서동과 선화공주였던 것이다. 또한 MBC '신돈'에서 원나라의 기황후(김혜리)가 원래는 한많은 고려 공녀였다는 사실도 잘 안 알려졌을 뿐이지 역사적으로 인정된 '팩트'(Fact)였다.

예전 사극에서 허용된 작가적 상상력이란 이처럼, 아무리 도를 넘어도 SBS '여인천하'에서 경빈 박씨(도지원)가 외친 "뭬야?"라는 과장스러운 대사나, 구중궁궐 그안에서 펼쳐졌던 검증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간의 절절 멜로와 개인적 원한-친소관계 정도였다. MBC '상도'에서 주인공 임상옥(이재룡)이 그 아까운 산삼 몇백뿌리를 청나라 사람들 앞에서 통째로 불살라버린 장면도 이미 몇몇 위인전 등에선 수도 없이 등장한, 주인공의 배포와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는 이야기적 장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요즘 사극만 보고 믿었다면 큰 코 다치기 쉽상이다. 아예 내용적으로는 '판타지' 장르임을 공개선언함으로써, 역사적 사실의 진위여부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었다. 광개토대왕 시절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환생, 태왕을 보필했다는 MBC '태왕사신기'. 드라마는 이같은 '판타지'(사실 주무치 현고 처로 기하가 사신(四神)의 환생이 아니라는 증거도 없잖은가?)와 '드라마적 상상력'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고구려 역사의 엄정하고 믿을 만한 영상교과서가 되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

KBS '쾌도 홍길동'도 홍길동이 양반가의 서자라는 사실만 빼놓고는 거의 전부 다 바꿨다. 홍길동이 당시 저잣거리에서 드라마의 묘사처럼 '개와 홍길동 출입금지'라는 개망나니 취급을 받았다고 해도 세상 달라질 건 없다. 무희들이 테크노 댄스를 췄다 한들 무슨 대수랴. 하지만 홍길동이 살던 이 시절의 임금이 조선 역사에 없는 광휘(조희봉), 훗날 그 뒤를 이어서도 창휘(장근석)라는 가공인물이 왕위에 오른다니. 어쨌든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중종 실록에 버젓이 등장한 홍길동이, 결국 이처럼 듣도보도 못한 임금 통치 시절에 암약한 가상인물이라는 건가.

KBS '대왕세종'도 마찬가지. 1, 2회 때 그려진 어린 세종(충녕대군)의 납치사건은 상식적인 독자와 시청자들의 눈을 헷갈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고려 황손 옥환(김명곤)이 이끄는 고려 유민 결사조직이 어린 충녕대군을 납치, 자칫 했으면 죽일 뻔 했던 급박한 사건사고를 그린 것. 아무리 이 납치사건이 조선 개국 초기의 혼란스러운 정치상을 그리기 위한 상상력이라고 해도, 사극의 진정성을 아직도 믿는 대다수 선량한 시청자로서는 이 이야기를 그대로 믿을 도리밖에 없다. 예전 KBS '용의 눈물'에서 피비린내 나는 제1,2차 왕자의 난을 실감나게 믿었던 것처럼.

이밖에도 '작가적-드라마적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팩트'를 버리거나 검증되지 않는 가설을 그대로 받아들인 요즘 사극은 허다하다. 과연 김처선(오만석)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내시가 되었나(SBS '왕과 나'), 과연 대소는 주몽과 연합해 한을 상대로 싸웠나(MBC '주몽'), 설인귀나 걸사비우의 생몰연대는 드라마가 묘사한 게 정말 맞나(KBS '대조영')..사극의 팩션(Fact+Fiction)화가 대세인 요즘, TV사극 시작 전 이런 문구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지금 보실 사극은 실제와는 상관없는 픽션이며, 사극에 등장하는 지명, 인물, 직함 등은 실제와는 전혀 무관할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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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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