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슬럼프 극복 후기는? "오랫동안 수양한 기분"(박용하 한류스토리②)

2008. 4. 3. 14: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글 박세연 기자/사진 유용석 기자]

현재 박용하는 SBS 수목드라마 '온에어'에서 이경민 PD 역을 맡아 기존의 부드럽고 자상한 이미지에서 조금은 까칠하고 소신있는 방송국 PD로 열연중이다. '온에어'는 지난 2003년 KBS 2TV '러빙유'를 기점으로 일본 활동에 주력해 온 박용하가 5년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으로 그는 그간 마음 속에 품어왔던 한국 활동에 대한 열정을 담뿍 담아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박용하가 근 5년 동안 일본 활동에 주력하면서 정작 한국팬들은 그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일본 내 가수 활동 소식과 일본 골든디스크 수상 소식 정도가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박용하의 활동의 전부였고 어느새 팬들은 박용하를 '배우 박용하'라기보단 '한류스타 박용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박용하가 가장 두려워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 노력으로 산 하나는 넘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더 큰 산이 버티고 있다.

일본에 상륙해 기대 이상의 환대를 받았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하던 박용하는 "일본에서 제 능력 이상으로 과대평가를 받으며 느꼈던 부담감은 제 실력으로 뛰어넘으려 했죠. 덕분에 엄청 노력했어요" 박용하는 일년에 서너달 이상 일본에 체류하면서 노래 연습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비롯한 가수로서의 기본기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고 털어놨다. 가만, 그럼 일본에 계속 계셨던 게 아니었군요? 기자의 무지를 고백하면서 박용하로부터 더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분명 지난 5년여 동안 박용하의 활동은 일본을 비롯한 국외에서 주로 이뤄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박용하가 외국에만 머무르고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일본 현지 활동을 하지 않던 시기에는 한국에서 준비 기간을 가졌기 때문에 실제로 한국에서 머물렀던 기간이 훨씬 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용하의 한국 활동은 거의 전무 하다시피 했다. 당시 어떤 기분이었을까? 박용하는 일본 활동의 승승장구로 기쁘고 행복한 한편 한국 활동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져갔다고 털어놨다

"한국 생각이 자꾸 났어요. 솔직히 한국에서 배우 박용하로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는데 덜컥 한류스타라는 이름을 먼저 얻게 돼서, 나중에 한국에 돌아갔을 때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걱정이 컸죠."

박용하는 "일본 진출 한지 2년 정도 지나고서부터는 빨리 한국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도저히 시간이 안났단다. "좋은 작품과 시나리오가 들어와도 일본 스케줄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박용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보다는 우선 하나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국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상태로 일본 활동을 계속했다.

하지만 마음고생이 만만치 않았다. 박용하는 한국에서 일본 활동 준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때도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활동 안하고 뭐하냐, 노는 거냐?"는 말을 건넬 때면 속상하기도 했다며 "나도 안그래도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은데. 속도 모르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라고 할 수 있던 당시 박용하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었다"며 말을 이었다. 일본 활동을 계속하다간 "앞으로 한국에서 활동하기 힘들겠다는 걱정이 들더라"며 "나같은 스타일이 한국에 돌아가면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고. 맘 같지 않은 상황과 한국 활동에 대한 갈망, 그리움에 우울증을 앓기도 했던 박용하는 "드라마나 연예프로그램도 안보게 되더라"며 마치 굴을 파고 들어간듯한 당시를 떠올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일본에 있을 땐 한국에 박용하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며 다시 시작하기가 두려웠던 시기도 있었지만 박용하는 다른 생각을 없애기 위해 현재에 충실했다. 1년에 3~4개월 정도의 일본 활동 기간 박용하는 사생활 없이 오직 일에만 집중했다. 가수로서의 노래 연습은 말할 것도 없고, 외출할 때 행동거지를 조심할 뿐 아니라 좋아하는 술도 입에 전혀 안댔단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잡념을 잊고 현재에 몰두해 때때로 찾아오는 슬럼프를 이겨냈다. "돌이켜보니까 꼭 수양한 것같네요"라며 웃는 모습에서 한층 성숙해진 긍정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 눈깜짝 할 새 지나온 5년, 이제 마음의 여유 찾았다

한편 일본 활동으로 얻은 인기의 생명력에 대한 근본적인 부담감 역시 박용하를 괴롭혔다. 실력보다 명성으로 먼저 오른 현재 위치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만큼 박용하는 '노력만이 살 길'이라는 말을 되뇌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려 스스로를 키워낸 박용하의 노력과 현지 프로덕션 관계자들의 전문적인 마케팅 전략이 씨실 날실처럼 잘 꿰어져 그는 어느덧 5년째 정상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순항중인 별(star)이 됐다.

이날 박용하는 스스로 큰 기복 없이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덕을 자신의 주위 사람들의 몫으로 돌리는 겸손함도 보여줬다. 마치 영화배우 황정민의 '차려놓은 밥상' 수상 소감을 떠올리게 하는 박용하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묻어났기에 그의 말은 결코 스타의 가식적 멘트로 느껴지지 않았다.

박용하는 "정말 더디게 진행된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5년이 지나갔다"며 그동안 지나온 시간들을 희미하게 웃으며 떠올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 가수로 본격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매년 싱글 앨범 서너장과 정규 앨범을 발표하면서 제 자리를 찾아가는 쉽지 않았을 과정을 묵묵히 해내, 2004년부터 올해까지 일본 골든디스크 4년 연속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뤄내 일본 내 한류의 중심에 우뚝 섰다. 쏜살같이 지나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그의 모습에선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스타의 여유가 느껴졌다.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5년 만에 복귀한 드라마 SBS '온에어'는 승승장구하고 있고 시청자들은 오랜만의 박용하의 연기에 호평과 함께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제 한국과 일본 활동을 병행하겠다고 말하는 박용하. 5년간의 숨가쁜 달리기 후 숨고르기 중인 그는 이제 조금 마음의 여유를 찾은 듯 보인다. (계속)

박세연 psyon@newsen.com / 유용석 photo@newsen.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www.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