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2', 누가 김진표 가족에게 돌을 던지나

2014. 1. 27. 10: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먼저 성경구절을 하나 인용해 보자.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마태복음 7장 1~2절)

'비판'의 무게란 이렇게 무거운 법이다. 누군가를 향한 비판의 화살이 비록 경중과 무늬는 다를지언정 자신에게 향할 수 있다는 것. 한 순간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쏟아냈던 말과 글의 상처가 누구에게는 맹독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 급기야 비판이 도를 넘어 저주에 가까운 비난으로 번질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MBC < 일밤-아빠 어디가 > 시즌2의 새 출연자인 김진표를 향한 비판 아닌 비난의 수위 말이다. 26일 첫 방송과 함께 김진표 개인은 물론 급기야 함께 출연한 아이들과 아내에까지 번지고 있다. 폭력에 대응하려는 의지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있는 셈이다.

괴물과 싸우며 괴물이 되어가는 이들은 누구인가

< 아빠 어디가 > 2기 멤버들. (왼쪽부터) 윤민수·윤후(9) 부자, 류진·임찬형(8) 부자, 성동일·성빈(7) 부녀, 김진표·김규원(5), 안정환·안리환(7) 부자, 김성주·김민율(6) 부자.

ⓒ MBC

김진표 관련 방송리뷰 기사에 달린 댓글이나 일부 SNS 사용자들의 글을 보면 가히 목불인견 수준이다. (김진표의 방송 출연 반대 누리꾼 청원에 2천 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했을 만큼)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해도 일부는 정도가 심한 수준이다. 이날 방송을 놓고 보면 더더욱 그렇다.

시즌1 멤버인 윤민수와 윤후 부자와 만난 김진표의 가족들은 여타 출연자들과 다를 바 없이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윤후 오빠'에 푹 빠진 김진표의 딸 규원의 모습은 기존 < 아빠 어디가 > 시청자들에게도 전혀 거슬릴 것 없는 귀엽고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즌2의 새로운 활력소로 기대해도 충분해보였다.

방송 상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새로운 멤버들이 선보인 < 아빠 어디가 > 시즌2는 실시간 검색어와 SNS를 장악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방송 또한 "그가 걸어온 길에 많은 일이 있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아빠 김진표'에 대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던 김유곤 PD의 의도도 빗나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상에선 김진표가 사용해 물의를 빚었던 '일간베스트'(일베) 용어를 능가하는 비난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적(?)과 싸운다는 정의감에 불타는 이들이 한 방송 출연자를 놓고 '인터넷 자경단'을 자처하고 있다. (일베라는)괴물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기를 자처한 이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고 할까.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MBC 예능 프로 < 아빠 어디가 > 에 새롭게 합류한 가수 김진표와 그의 딸 김규원 양.

ⓒ MBC

"이렇게 사과한다고 한들 철없던 제가 하루아침에 착한 아빠가 될 리가 없습니다. 그저 저의 진심이 모든 분들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풀 수 있고, 제가 잘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용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논란 직후 김진표가 밝힌 해명 글의 일부다. 과거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마음을 전달코자 했다. 논란 후 촬영된 방송화면에서 역시 조심스런 얼굴을 보였다. 그는 이번 비난과 관련돼 범법을 저지른 적도 없고, 출연정지나 제제 등을 받은 적도 없다.

그가 과거에 만든 '음악'에 대해서는 그 음악과 뮤지션으로 평가하면 될 일이다. 결정적으로, 연예인·방송인은 공인(公人)이 아니다. 오히려, 개개인의 엔터테인먼트적인 무형의 능력으로 유형의 방송을, 노래를, 작품을 만들어내는 공인(工人)에 가깝다.

그런 방송인의 딸과 아내 윤주련씨에게까지 차마 글로 옮겨 적고 싶지 않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 행위는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일베'라는 비난받아 마땅할 사이트와 사용자들에게 향하는 분노를 대신할 꼭두각시를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 '괴물'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그 누구도 자격증을 발부하지 않은)대의명분(?)으로 무장한 채 그 (이 사회 구성원의 일부이자 사회구조적인 얼룩과도 같은)'괴물'들에 버금가는 언어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역지사지에 관한 인디언 속담 한 구절이 떠오른 것도 그래서다.

"누군가를 비판을 하려거든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걸어 본 후에 해라."

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