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옆에서 본 <자백>.. 최승호 감독의 한마디

이창희 2016. 10. 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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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영화읽기] 영화제가 우리 앞에 강하게 다시 서길 기원하며

[오마이뉴스이창희 기자]

10월 8일 토요일, 새벽같이 부산으로 향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5시 50분에 출발하는 동해남부선 열차를 탈 생각이었는데, 눈을 뜨니 5시 20분. 도저히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아침 첫 영화가 9시 반이라서, 부랴부랴 자리를 차고 일어나 기차표를 취소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어차피 기차는 없으니, 버스라도 얼른 타야겠다. 

▲ 비가내리는 부산 노포 종합 버스 터미널 10월 8일 아침, 노포 종합버스터미널에 내렸습니다. 계속 내리는 비로 떨어져 내린 은행이 가을임을 확실하게 얘기해 주네요. 이제, 얼른 영화의 전당이 있는 해운대로 달릴 시간입니다.
ⓒ 이창희
포항에서 부산까지, 노포동 버스터미널에서 해운대 영화의 전당까지 움직인 후, 영화의 전당이 눈에 들어온 시간이 9시 10분. 아직 영화가 시작하려면 20분'씩이나' 남았으니, 예매표도 바꾸고 현장 발권도 가능한지 알아봐야겠다. 일단, 오늘의 목표는 영화제 영화 두 편과 부산 지역에서 시사회를 연 영화 한 편. 바로 최승호 감독과 수 만의 서포터에 의한 <자백>(2016)이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과연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백만 번쯤 들었을 것이다. 스케줄이 나오고 티켓 오피스가 열리고 나서도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 등 독립성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는 쉽게 '마음'을 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제가 '시작'되긴 하는구나, 한 이후로도, 계속 '이건 참 쉽지 않은 선택이다'의 마음이었다.

'아... 그래도, 가서 욕하자!'

결정한 것은 티켓을 구하려고 웹사이트를 몇 번이나 들락거리고 난 이후였다. 이미 주요 작품들은 인터넷 판매분이 동이 난 상태였고, 영화제에 대한 정보 버즈도 예전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영화제 얘기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영화제 참관의 디데이는 의외의 사유로 정해졌다. 바로 <자백>의 시사회 일정이었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 <자백>은 BIFF 기간에 부산 지역 극장에서 일반 시사와 후원인을 위한 시사를 열었다. 영화제 '안'과 '밖'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날인 10월 8일 부산을 찾았다.

태풍이 지나간 후, 계속 날씨는 좋지 않다.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비는, 양이 제법 많았고 꾸준했다. 밤새 내리고 개이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부산으로 가는 버스에서도 내내 폭우였고, 도착한 노포 타미널은 가을 비로 쌀쌀하기까지 했다. '하늘'마저 영화제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일까? 지진과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실감했기 때문인지, 요즘은 '하늘의 뜻'에 유난히 신경이 쓰인다. BIFF가 예쁘지는 않지만, 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 현장 판매를 기다리는 열정적인 팬들의 행렬 부지런히 영화의 전당에 도착하니, 영화제의 잔여분 티켓에 대한 현장 판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이미 유명한 영화들은 전량 매진입니다. 켄 로치를 만나지 못해 아쉬워요.
ⓒ 이창희
하늘연 극장은 영화의 전당에서 제일 큰 극장이다. 오늘 간신히 구한 표 두 장도, 이 극장의 상영작들인 <더 댄서>(2015)와 <산>(2016)이었다. 그나마도 좌석이 충분한 극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 인터넷 예매 시에는 좌석이 몇 개 남지 않은 것으로 보였는데, 막상 상영에 들어가니 자리가 텅텅 비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더 댄서>의 경우엔, 예정되지 않았던 감독의 출현이었다고는 했지만, 마이크도 준비되지 않아서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딘가 '운영'이 매끄럽지 않다. 부산 영화제는 '젊은 자원봉사자들'의 엄청난 운영 효율이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영화를 두 편 보는 사이, 영화의 전당 주변으로 마련된 야외무대들을 둘러본다. 원래 날씨에만 문제가 없다면, 해운대의 야외에 설치되었어야 하는 무대인데, 태풍으로 날아간 데다가 개막 이후로 그치지 않는 '비' 때문에 이곳 두레라움 광장으로 옮겨졌다. 나 같은 시간없는 참관자에겐 좋은 일이지만, 어쩐지 영화 '축제'가 점점 '공간적인 영역'을 축소해 쪼그라드는 느낌이라 아쉽긴 하다. 역시, 축제는 왁자지껄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섞이는 것이 매력인데 말이다. 

세시가 되니, 오늘 영화제 '안'에서 예매한 두 편의 관람은 모두 끝났다. 이젠 영화 <자백>을 보러 남포동으로 이동할 차례다. 해운대에서 버스로 한 시간쯤 걸리는 남포동은, 영화제가 영화의 전당으로 주 무대를 옮기기 전까지, 영화제의 주인이었다. 자갈치 시장의 짠 비린내가 길거리 호떡의 고소한 기름 냄새와 섞여,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을 유혹하던 공간. 어쩌면, 나에게 BIFF의 인상은 이 '공간'과 함께한다. 그런 면에서, 해운대의 번쩍임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원래의 '공간'과 자연스럽게 섞여야 할 '축제'의 활기가 아쉽다. 

▲ 자백의 홍보단이 되어 주세요! 영화제 밖에서 <자백>의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최승호 감독의 미소는 여전히 어색하지만, 영화에 대한 감동만큼은 어느 큰 영화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 이창희
<자백>을 만든 제작사는 '뉴스타파'이다. 이번 시사회는 '뉴스타파'의 후원회원들과 개봉을 위한 시민 펀딩의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 미리 티켓을 신청하고 표를 교환하기 위해 매표소로 갔더니, 자백 광고판 앞에서 '결혼사진의 신랑 표정'으로 어색하게 서 있는 최 감독이 보인다. 참여해 준 시민들과의 포토타임인데 미소가 마음을 따르지 못하는 것 같다. 

'감독님! 저 포항에서도 뵀어요.'
'아, 네 그러세요?'
'감독님, 미소가 너무 부자연스러워요~'
'아, 내가 그게 잘 안돼.' (둘 다 폭소)
'힘내세요! 화이팅~'

기념 사진을 찍고 돌아 나오는데, 같이 온 친구가 '돌고래 비명'을 지른다. 왜? 하고 돌아보니, <자백>의 응원차 방문한 문재인 의원이 보인다. 불과 5초 전까지 최 감독을 향했던 함성과 경외가 순식간에 문 대표 쪽으로 옮겨진다. 최 감독께 미안하지만, 이해해 주시겠지? 

▲ 최감독과 <자백>팀을 뿌듯하게 하는 리스트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지나도록 영화제 후원인 명단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지나갑니다. 우리는 모두, 영화 <자백>을 만드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만드는데 힘을 더한 것이겠지요?
ⓒ 이창희
영화는 아시는 것처럼, 너무 '재밌다'. 결코 재미있을 수 없는 '간첩조작 사건'을 코미디로 만든 것은, 놀라운 '공권력의 억지스러움'이다. 그들은 '목적'을 위해 억지스러움을 합리화시키고자 애를 쓰는데, 그 모든 과정이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씁쓸하게 웃음을 불러온다. 관객을 가득 채운 '자백 서포터'들은 같이 웃고 소리 지르고, 야유하고 '가슴 아파'했다.

'여러분, 이 영화에 왜 후원하셨나요?'
'더 많이 보게 하려고요.'
'그럼, 더 많이 보게 하고 싶은 이유는요?'

영화 관계자의 질문에 쉽게 대답을 찾지 못했다. 

'더 많은 사람이 보고, 더 많이 알려져서 국정원이 제대로, 원래의 역할을 하게 하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영화 보시고, 좋다면, 주변에 많이 좀 알려주세요!'

▲ 현장 판매를 기다리며 언제부터 저기서? 2일차 현장 판매분을 기대하며 근처의 극장을 찾았습니다. 아직 티켓 판매대가 문을 열기도 전인데,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네요. 열기가 여기까지 전해집니다. 부산 영화제는, 이런 열정을 지닌 '우리'의 것 아닌가요?
ⓒ 이창희
영화제가 진행 중이다. '축제'가 꼭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는 규칙은 없겠지만, 그 지향이나 목적, 취향을 '사전'에 검열하는 것은 바람직한 영화제의 모습이 아니라 믿는다. 60년대의 칸을 '불법으로' 점령했던 감독들과 영화인들은, 칸 영화제가 '망하는 것'을 바랐기 때문이 아니라, 제 모습을 찾아 '지금의 칸 영화제와 같은 권위'를 갖게 되길 원했다. 역사적으로 오늘의 부산이 '다행'일 수는 있겠으나 40년 뒤의 먼 훗날에도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는 지금 우리의 현명함에 달려있다. 일단, <자백>을 많이 보자!

비가 개고 난, 햇살이 눈부신 해운대의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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