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대표하는 '레전드' 라이브 앨범.. 베스트 7
[오마이뉴스 글:윤태호, 편집:곽우신]
[기사 수정 : 19일 오전 9시 35분]
최근에는 내한공연이 부쩍 늘어 공연장을 자주 찾지만, 음악 바에서 좋아하는 곡들을 '라이브 버전'으로 신청했던 재미와 감동 또한 잊지 않고 있다.
100% 라이브로 구성된 라이브 앨범을 지금도 유별나게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연장 못지않은 현장감, 예상치 못한 즉흥 연주와 코멘트를 언제든 편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제법 다양한 라이브 앨범을 보유하게 되었고, 소개하고 싶은 앨범도 많아졌다.
이번에 소개할 것은 2000년대 초중반에 발매된 라이브 앨범이다. 예전 공연을 뒤늦게 앨범으로 발매한 것도 리스트에 포함했기 때문에 모두 2000년대에 열린 공연은 아니라는 것을 참고해주셨으면 한다.
[하나] 레드 제플린 <하우 더 웨스트 워즈 원>(2003)
▲ 전설의 밴드가 남긴 위대한 기록,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하우 더 웨스트 워즈 원(How The West Was Won)>. |
ⓒ 워너 뮤직 |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가 키를 낮추지 않고 노래하는 '이미그랜트 송(Immigrant Song)', '블랙 독(Black Dog)' 등이 강한 인상을 남기며, 목가적인 '고잉 투 캘리포니아(Going To California)', '댓츠 더 웨이(That's The Way)'를 함께 수록하여 앨범은 더 빛이 난다.
로큰롤 메들리를 더해 23분간 연주하는 '훌 로타 러브(Whole Lotta Love)', 윌리 딕슨(Willie Dixon)의 '브링 잇 온 홈(Bring It On Home)'은 라이브의 진가를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본 앨범은 직접 프로듀싱한 지미 페이지(Jimmy Page)가 "이것은 레드 제플린 최고의 걸작"이라고 말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레드 제플린 팬이라면 반가워할 소식이 하나 있다. 1997년 발매된 BBC 세션 확장판인 <컴플리트 비비씨 세션(Complete BBC Sessions)>이 오는 9월 16일 발매된다.
[둘]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라이브 인 하이드 파크>(2004)
▲ 유쾌하고 역동적인 무대!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라이브 인 하이드 파크(Live In Hyde Park)>. |
ⓒ 워너 뮤직 |
'캔 스탑(Can't Stop)', '어라운드 더 월드(Around The World) 같은 역동적인 곡들로 초반부터 분위기를 달구는 본 앨범은 <캘리포니케이션(Californication)>(1999)과 <바이 더 웨이(By The Way)>(2002)에서 많은 곡이 선택되었다.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있는 앤소니 키에디스(Anthony Kiedis)는 히트곡 '스카 티슈(Scar Tissue), '아더사이드(Otherside)', '캘리포니케이션(Californication)' 등을 안정적으로 소화한다. 스튜디오 버전보다 더 강렬한 '바이 더 웨이(By The Way)', 화려한 리프와 코러스로 분위기를 살린 '포춘 페이디드(Fortune Faded)', 플리(Flea)가 트럼펫 솜씨를 뽐내는 '플리스 트럼펫 트리티드 바이 존(Flea's Trumpet Treated By John)'도 흥미롭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언더 더 브릿지(Under The Bridge)'와 '기브 잇 어웨이(Give It Away)'가 장식한다. 안정기에 접어든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열정적인 무대를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이다.
[셋] 롤링 스톤즈의 <라이브 릭스>(2004)
▲ 결성 40주년을 자축하는 영원한 악동 밴드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의 <라이브 릭스(Live Licks)>. |
ⓒ 유니버설 뮤직 |
첫 번째 디스크는 히트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전혀 노쇠하지 않았다고 외치는 것 같은 '스트리트 파이팅 맨(Street Fighting Man)', 여전히 공연장에서 인기가 좋은 '스타트 미 업(Start Me Up)', 쉐릴 크로(Sheryl Crow)가 게스트로 참여한 '홍키 통크 위민(Honky Tonk Women)' 등이 돋보인다.
지금까지 오피셜 라이브 앨범에서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곡들을 대거 수록한 두 번째 디스크는 더 매력적이다. 10분간 뜨겁게 연주하는 '캔 유 히어 미 노킹(Can't You Hear Me Knocking), 키스 리차드(Keith Richards)가 노래하는 블루지한 발라드 '더 니어네스 오브 유(The Nearness Of You)', 블루스 제왕 비비 킹(B.B. King)의 고전을 커버한 '록 미 베이비(Rock Me Baby)' 등은 앨범을 더 빛나게 한다.
자연스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몽키 맨(Monkey Man)', '록스 오프(Rocks Off)' 같은 고전 레퍼토리의 감동도 빼놓을 수 없다. 롤링 스톤즈의 오랜 팬이라면 더더욱 놓치지 말아야 할 앨범이다.
[넷] 린킨 파크의 <라이브 인 텍사스>(2003)
▲ 확실한 팬 서비스로 폭발적인 인기에 화답한 린킨 파크(Linkin Park)의 <라이브 인 텍사스(Live In Texas)>. |
ⓒ 워너 뮤직 |
앨범은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수록한 CD와 좀 더 많은 곡을 들을 수 있는 DVD로 구성되었다. 밴드와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시작부터 폭발하며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다. 보컬리스트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nington)은 무대를 가로지르며 '페이퍼컷(Papercut)'을 열창하고, '런어웨이(Runaway)'를 스튜디오 버전보다 더 극적으로 소화하며 뛰어난 호흡을 과시한다.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히트곡 '크롤링(Crawling)', '인 디 엔드(In The End)'는 본 공연의 정점으로 볼륨을 높이게 한다.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땀에 흠뻑 젖을 것 같은 강렬한 라이브 앨범이다. 참고로 린킨 파크는 현재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의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섯] 소울 어사일럼의 <애프터 더 플루드>(2004)
▲ 초심을 잃지 않았던 소박하고 정직한 밴드 소울 어사일럼(Soul Asylum)의 <애프터 더 플루드(After The Flood)>. |
ⓒ 소니 뮤직 |
레퍼토리는 매우 만족스럽다. 히트곡 '런어웨이 트레인(Runaway Train)', '미저리(Misery)', '블랙 골드(Black Gold)' 등이 빠짐없이 수록되었으며 앨리스 쿠퍼(Alice Cooper)의 '스쿨스 아웃(School's Out), 글렌 캠벨(Glen Campbell)의 '라인스톤 카우보이(Rhinestone Cowboy)' 같은 커버 곡도 흥미롭다.
가장 아름다운 곡은 차분한 발라드 '더 게임(The Game)'이다.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밴드 특유의 소박한 사운드는 누군가를 위로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지금 이 앨범을 들으면 천천히 달리는 기차를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여섯] 오아시스의 <퍼밀리어 투 밀리언즈>(2000)
▲ 영국 노숙자들도 다 아는 노래를 만든 오아시스(Oasis)의 <퍼밀리어 투 밀리언즈(Familiar To Millions)>. |
ⓒ 소니 뮤직 |
갤러거 형제에게 립서비스 따위는 없다. 가끔 던지는 멘트는 무례한 데다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의 컨디션 또한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더 오아시스답고, 매력적이다.
'원더월(Wonderwall)', '롤 위드 잇(Roll With It)', '리브 포에버(Live Forever)' 같은 히트곡은 물론 다신 연주하지 않을 것 같은 '후 필즈 러브(Who Feels Love?)', '스탠 바이 미(Stand By Me)'까지 포함된 레퍼토리는 제법 친절하다.
노엘과 리암이 곡을 나눠 부르는 '액퀴어스(Acquiesce)', 수만 관객의 합창이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오아시스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로큰롤 스타(Rock N' Roll Star)'는 아직 해체 상태인 그들을 더 그립게 한다.
[일곱] 퀸의 <퀸 온 파이어: 라이브 앳 더 보울>(2004)
▲ 최고의 공연으로 앨범의 부진을 만회했던 퀸(Queen)의 <퀸 온 파이어: 라이브 앳 더 보울(Queen On Fire: Live At The Bowl)> |
ⓒ 유니버설 뮤직 |
짜릿한 오프닝 '플래시/더 히어로(Flash/The Hero)'부터 팬들을 사로잡는 앨범은 퀸 최고의 라이브 중 하나로 평가받는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까지 숨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저평가된 신곡 '액션 디스 데이(Action This Day)', '스테잉 파워(Staying Power)', '백 챗(Back Chat)' 등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설명이 필요 없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를 연주할 때 프레디는 오히려 음을 높여서 노래하고, '위 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를 연주할 때까지 힘을 잃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것은 1986년 웸블리 공연이지만, 이 앨범을 들으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100분이라는 시간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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