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부산행>.. 2가지는 돋보인다
[오마이뉴스김종성 기자]
"<부산행>은 대중적인 코드를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다. 저희 장모님처럼 1년에 극장을 한 두 번 갈까말까한 보통의 관객을 염두에 두고 연출했다" (연상호 감독)
한국 영화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좀비물'을 시도한 상업 영화 <부산행>은 '목적지'가 분명하다. 영화 내적으로는 좀비가 무지막지 쏟아지는 기차에서 살아남아 안전한 '부산'까지 가는 것이고, 영화 외적으로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것이다. 그런 야심이 느껴지는 영화다. 상황에 대한 설정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평면적이지만, 오히려 이런 재난 영화에는 그런 '전형적'인 부분들이 힘을 받는다. 영화 속에서도 그렇지만 <부산행>은 몇 가지 키워드에 '정차'한다. 그 포인트들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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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행> 포스터. |
ⓒ NEW |
<부산행>의 개봉일은 20일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벌써 누적관객 56만 1050명을 동원했다. 그 이름도 요상한 '유료 시사회(55만 8928명)' 덕분이다. 애초에 '무료'로 관객들을 미리 만나는 이벤트를 '시사회'라 부르는데, 거기에 '유료'라는 형용모순이라니! <부산행>의 유료 시사회 결정으로 13일 개봉 예정이었던 <나우 유 씨미2>도 유료 시사회를 열고야 말았다.
피해는 예정대로 개봉했던 영화들이 고스란히 뒤집어 쓰게 됐다. 보고 싶었던 영화를 미리 볼 수 있게 되는 게 뭐 그리 나쁜 일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영화계의 기본적인 질서를 '제멋대로' 흐트러뜨리는 거대한 배급사의 '콧바람'이 거세지면 결국 그 피해는 관객들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부산행>의 배급사인 'NEW' 입장에선 연이어 개봉할 <제이슨 본>과 <인천상륙작전>이 두려웠겠지만, 그건 변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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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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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이름이 낯익으면서도 어색하다. <돼지의 왕> <창> <사이비> 등 사회성 높은 애니메이션을 연출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던 그가 '실사 영화'의 감독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분명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만 해왔던 감독, 묵직한 사회적인 메시지만 던졌던 감독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편견 말이다. 하지만 2시간 동안 쉴새 없이 몰아치는 영화 속에서 그는 완벽하게 증명해보였다.
연상호는 애니메이션만 잘 하는 감독이 아니었고, '상업 영화'도 거뜬히 만들어낼 만큼 다재다능했다. 그만큼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과 스킬이 단단하기 때문이리라. 오히려 그가 기존의 애니메이션들을 통해 보여줬던 묵직한 메시지들이 '상업 영화'라는 기획에 묻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 게 아쉬웠다. 하지만 곳곳에 숨겨진 '힌트'들은 그가 여전히 '연상호'라는 것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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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행 |
ⓒ NEW |
<부산행>에는 다양한 '군상'들이 존재한다. 'KTX 열차'라고 하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적 배경은 그 설정을 가능케 했다. 영화 속에는 딸(수안)을 곧 이혼할 아내에게 데려다 주기 위해 열차를 탄 석우(공유)와 임신한 아내 성경(정유미)와 그의 남편 성화(마동석), 고등학교 야구 선수 영국(최우식)과 그를 좋아하는 진희(소희), 노숙자로 출연하는 최귀하, 대기업 상무 역의 김의성 등이 등장한다.
캐릭터들은 앞서 말한 것처럼 지나치게 전형적이라 각각의 매력을 찾긴 어렵다. 하지만 재난 영화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 그 전형성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부산행>은 관객들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거칠게 몰아붙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변주까지 고민할 여력이 없다. 그 와중에 '나만 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용석을 연기한 김의성은 돋보인다. 분명 경멸스러운 인물이지만, 문득 '나라고 다를까?'라는 의문을 던지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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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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