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남과 여' 불륜이라는 단어로 지나치기엔 아까운 전도연의 연기

이은지 기자 2016. 2. 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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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는 뉴욕의 예술가 저스틴 긱낵(Justin Gignag)의 ‘뉴욕 쓰레기(New York City Garbage)’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저스틴 긱낵은 2001년부터 뉴욕에 존재하는 다양한 쓰레기들을 직접 주워 투명한 플라스틱 큐브에 담아 판매해왔다. 그깟 쓰레기를 대체 누가 구입할까 싶지만 이 ‘뉴욕 쓰레기’들은 뉴욕을 사랑하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 1300개 이상 팔려나갔다. 구입자들은 ‘뉴욕 쓰레기’를 통해 자신만의 추억을 향유한다. 뉴욕을 여행하고 추억하는 사람, 뉴욕을 떠난 사람, 뉴욕에 계속 살고 있는 사람, 그저 뉴욕을 사랑하기 때문에 구입한 사람 등 이유는 다양하다.

‘남과 여’의 소재는 불륜이다. 소재 때문에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공산은 크다. 그러나 단지 소재 때문에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 것은 아깝다. 영화가 다루는 불륜이라는 프레임 속에 담긴 사랑은 누군가에게는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이거나, 선망하는 대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폐증에 걸린 아이 때문에 핀란드 캠프까지 온 여자 상민(전도연)은 아이와 막상 떨어지게 되자 불안해한다. 결국 같은 캠프에 선택적 함구증을 앓고 있는 아이를 보낸 남자 기홍(공유)에게 매달린다. 가뜩이나 한국 사람을 보기 힘든 핀란드에서 같은 처지이기까지 하다는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은 아이들이 캠프를 떠난 뒤를 따라가며 자신들을 되짚는다. 그리고 도피 같은 유혹에 빠진다.
시작은 가벼운 유혹이지만 사랑으로 발전한다. 서울에서 또 다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다시 불장난을 시작한다. 상민에게는 불장난이지만 기홍에게는 사랑이다. 그리고 기홍이 다시 현실로 돌아오려고 할 때, 그제야 상민은 그 불장난이 사랑이 됐음을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반짝이는 순간은 있다. 다만 언제 찾아올지 모를 뿐이다. 그 타이밍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고, 영화 속 두 남녀 또한 그 타이밍을 놓쳐버린 사람들이다. 가정이 있는 두 남녀지만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에 애써 설득력을 부여하려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감정이 발전되고, 불이 붙고, 사그라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 또한 자연스레 자신의 반짝이는 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불륜’이지만 그 속에서 가슴시린 사랑을 발견해내기 어렵지 않은 것은 전도연의 연기력 덕분이다. 밀도 높은 멜로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전도연의 감정 연기는 ‘멜로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항상 다정다감한 캐릭터로만 비춰져왔던 공유의 건조한 눈빛은 “사는 게 왜 이리 애매하냐”는 남자 기홍을 표현해내기 모자람이 없다. 25일 개봉. 19세 미만 관람불가.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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