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다른 계급..'잔인한 선택'은 왜 시청자의 몫인가

허남설 기자 2016. 1. 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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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걸그룹 오디션 101명 소녀 중 최종 멤버는 11명상반기 방영될 '프로듀스 101' 선택받은 기획사 연습생들 경쟁이미 A~F 등급 '상품화' 비판 Mnet 특유 악마의 편집 우려도

“당신의 한 표가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최종 11명을 뽑는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이 홈페이지 소개에 쓴 문구다. 참여한 연예·가요기획사가 45개, 경쟁을 벌일 각사 출신 연습생은 101명. 홈페이지에서 내세운 대로 ‘치열한 연습과 잔인한 방출’로 점철될 이 프로그램은 과연 ‘운명’이란 단어의 무게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프로듀스101>은 올해 상반기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그램이다. Mnet은 아직 정확한 편성 날짜도 공지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101명의 프로필 및 자기소개 영상, 예고 영상만으로도 공개 당일 온라인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미 방영 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프로듀스101>엔 단순 화제작이 아니라 문제작이 될 소지도 커보인다.

■아이돌 수저계급론

<프로듀스101>은 여러 크고 작은 기획사에서 연습생들을 최대 8명까지 끌어와 한자리에 모았다. CUBE, DSP, JYP, 스타쉽 등 원더걸스·카라·씨스타 등 유명 걸그룹을 배출한 기획사들도 여럿 포함돼 있다. 101명 중 현재 기획사 소속이 없는 ‘개인 연습생’은 5명에 불과하다. 애초 프로그램의 출발선 자체가 <슈퍼스타K>처럼 불특정 다수가 참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프로듀스101>은 JYP 소속 연습생 16명이 걸그룹 멤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과정을 담았던 <식스틴>의 확장된 아류작이다. ‘숨은 진주’는 대중이 아니라 방송사의 선택을 받은 기획사로 그 범위가 대폭 축소된다. 게다가 미처 데뷔하지도 않은 아이돌 연습생이 대대적으로 홍보된다. 이는 방송 전파가 나름의 공공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A에서 F까지 ‘소녀들’에게 새겨진 등급

방송이 본격 시작되면 101명의 참가자들은 몇 명씩 ‘방출’되는 과정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프로듀스101>은 방송 전 촬영 단계에서 나름의 순위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참가자들이 단체로 ‘Pick Me’(나를 찍어줘)란 곡을 부르는 영상에서, 참가자들은 무대의 높낮이와 등장 순서에 따라 구분됐다. 무대 없이 바닥에서 공연을 하는 참가자들도 보인다.

닷새 뒤인 22일 공개된 영상에서는 보다 뚜렷하게 참가자들의 현재 순위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다. 일단 무대 높낮이에 따라 입고 있는 옷의 색상이 달라졌고, 이에 따라 참가자들의 등엔 A부터 F까지의 알파벳이 큼지막하게 붙었다. F가 새겨진 참가자들에겐 마이크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연출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선 “마치 소고기 등급을 나누듯 연습생들을 다룬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Mnet에서 잦은 ‘악마의 편집’ 논란

<프로듀스101>에서 제기되는 우려는 프로그램의 기획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껏 Mnet의 각종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들에서 ‘악마의 편집’ 논란이 유독 많이 터져나왔다.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 Mnet의 흥행 프로그램에선 잊을 만하면 참가자가 제작진의 편집에 불만을 제기하곤 했다.

<프로듀스101>은 편집 논란에 더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10회로 편성될 예정인 방송분에서 101명을 11명으로 추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참가자들이 부각될 수 있고, 방출되는 참가자의 경우엔 이를 시청자에게 설득시키기 위한 장면이 필요해진다. 101명의 ‘소녀들’은 과연 공정한 경쟁의 장에 서 있는 걸까.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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