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으로 둔갑한 스페셜 드라마 <셜록 : 유령신부>

권진경 2016. 1. 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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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시즌4 기다리는 이들 위한 팬서비스.. 여성 캐릭터 강조 돋보여

[오마이뉴스 글:권진경, 편집:곽우신]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집자말>

 <셜록 : 유령신부> 포스터. 영국 BBC에서 방영된 드라마의 크리스마스 스페셜로 방영되었던 특별편이, 국내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언제부턴가 몇몇 해외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짝수년 새해가 된다는 것은, 영국 드라마 <셜록>의 새 시즌이 시작된다는 말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셜록>은 2010년부터 영국 BBC를 통해 격년마다 방영한 드라마이다. 미국·영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마니아뿐만 아니라, 케이블 영화 채널 OCN에서 방영할 정도로 국내 시청자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인기 시리즈이다.

다시 짝수년 새해가 밝은 2016년. 하지만 많은 팬이 기다리던 시즌4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영국에서는 지난 2015년 크리스마스 스페셜로 <셜록 : 유령신부>가 방영됐다. 한국에서 이를 극장판으로 개봉하여, 셜록 팬의 곁을 찾았다.

영국 BBC의 크리스마스 스페셜 드라마, 국내 스크린 개봉

 <셜록 : 유령신부> 한 장면. 고기능 소시오패스 셜록과 그의 친구 왓슨은 이번 특별편에서도 활약을 펼친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애초 스페셜로 기획되고 방영된 드라마이기 때문에, 영화로 보기에는 어렵다. 물론 이전까지의 <셜록> 시리즈는 일반적인 영화를 능가하는 탄탄한 스토리, 비주얼을 보여주며 수많은 팬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셜록 : 유령신부>는 드라마 특유의 흡인력을 불어넣는 대신, 시즌4를 위한 포석으로 그 기능을 국한했다. 어디까지나 팬을 위해 제작된 팬서비스 드라마에 가깝다. 때문에 <셜록 : 유령신부>는 오프닝 이전과 엔딩 크레디트 이후 촬영 세트 공개와 출연 배우들 인터뷰 영상에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셜록> 시리즈를 빠짐없이 챙겨본 열렬한 팬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특별판이겠지만, <셜록 : 유령신부>를 통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을 처음 접한 관객이라면 다소 불친절하게 다가온다. 원래 영국에서는 스페셜로 방영했던 드라마가 한국에서는 다수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모아야 하는 영화로 둔갑(?)한 탓이 크겠다.

수많은 미드·영드 중에서도 명작 시리즈로 꼽히는 <셜록>의 '극장판'이라고 부르기에는 완성도가 약간 허술하다. <셜록 : 유령신부>의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셜록 : 유령신부>는 독립된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셜록>의 팬들이 다음 시리즈에 대비하도록 도움을 주는 징검다리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 <셜록> 제작진은 <셜록>의 원작소설 <셜록 홈스> 시리즈가 만들어진 빅토리아 시대로 돌아가기로 한다. 여왕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여성에게는 참정권이 인정되지 않았고, 남자들은 부엌에서 요리할 수 없었던 그 시대.

셜록 홈스(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는 예나 지금이나 탐정이란 본업에 충실하고, 의사인 존 왓슨(마틴 프리먼 분)은 전역한 군의관으로 절친한 친구 셜록의 수사를 돕는다. 셜록을 아들처럼 챙기는 허드슨 부인, 시즌3에서 왓슨 박사와 결혼하는 메리 모스턴, 셜록의 친형 마이크로프트 등 원작에서 그대로 인용했던 주요 캐릭터들이 빅토리아 시대로 돌아간 드라마 <셜록>을 뒷받침한다.

시즌4를 위한 '징검다리'가 된 유령신부

 <셜록 : 유령신부>의 메리 왓슨. 이번 특별편에서는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1890년대나, 2010년대나 늘 제멋대로인 '고기능 소시오패스' 셜록이 이번 스페셜 드라마에서 부닥친 사건은 일명 '유령신부'로 불리는 연쇄 살인 사건이다. 셜록에게 자살한 한 여성의 시체가 살아나서 남자들을 죽인다는 사건이 의뢰된다. 꽤 오랜 시간 힘들어하던 셜록의 고뇌가 무색할 정도로, 사건은 뜻밖에 쉽게 실마리가 잡힌다. 여자는 아무리 똑똑해도 집에서 살림하는 것 외에 그 어떤 사회 진출도 허용되지 않았던 1895년. 남편들의 학대에 참다못한 여자들은 결국 반기를 일으키며, 오랜 시간 꿈꾸어왔던 여성 참정권 운동도 비밀리에 진행하고자 한다.

유령신부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던 동생에게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의뢰인을 소개한 셜록의 형 마이크로프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틀렸고, 그들(여성)이 옳았다고. 1890년대 만들어진 <셜록 홈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 <셜록> 또한 원작 그대로 셜록, 왓슨 두 남자의 이야기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하지만 <셜록>이 다시 태어난 2010년대 영국은 아서 코난 도일이 살았던 1890년 영국과 다르다. 여권이 예전에 비해 크게 성장하였고, 각종 소설·드라마·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단순히 남성 주인공의 조력자가 아닌, 스토리의 핵심을 책임지는 역할로 요구된다.

<셜록 : 유령신부>에서도 극의 중심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는 언제나 그랬듯이 셜록과 왓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방영된 드라마와 달리 다소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 왓슨과 그의 애인 메리 모스턴과의 관계다. 남성이 여성 위를 군림하던 빅토리아 시대답게 왓슨은 그 시절을 살았던 보통 남성들처럼 부인 메리를 집에서 밥이나 하는 존재로 폄하한다.

하지만 셜록, 왓슨과 달리 일찌감치 여성의 능력을 인정했던 마이크로프트와 손을 잡은 메리는 보란 듯이 사건 해결에 크나큰 역할을 해낸다.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을 흠모하는 부검의 몰리가 남장여자로 등장하는 장면 또한 흥미진진하다.

새로운 <셜록> 시리즈를 기대했던 팬들에게, 혹은 <셜록>을 극장 스크린을 통해 처음 접했던 관객에게 <셜록 : 유령신부>는 다소 실망스러운 이야기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셜록 팬에게 있어서 <셜록 : 유령신부>는 그간 시즌3까지 이어진 <셜록>의 역사를 한눈에 짚어가면서, 동시에 본 드라마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들의 뒷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깜짝 선물과 같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즌4를 기다리는 드라마 <셜록> 팬들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이야기만큼, 극장에 가기 전에 이 점 유의해두면 좋겠다. <셜록>을 처음 접하는 팬이라면, 영국드라마 <셜록>의 시즌1부터 시즌3까지 '정주행' 후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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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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