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으로 둔갑한 스페셜 드라마 <셜록 : 유령신부>
[오마이뉴스 글:권진경, 편집:곽우신]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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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셜록 : 유령신부> 포스터. 영국 BBC에서 방영된 드라마의 크리스마스 스페셜로 방영되었던 특별편이, 국내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
다시 짝수년 새해가 밝은 2016년. 하지만 많은 팬이 기다리던 시즌4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영국에서는 지난 2015년 크리스마스 스페셜로 <셜록 : 유령신부>가 방영됐다. 한국에서 이를 극장판으로 개봉하여, 셜록 팬의 곁을 찾았다.
영국 BBC의 크리스마스 스페셜 드라마, 국내 스크린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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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셜록 : 유령신부> 한 장면. 고기능 소시오패스 셜록과 그의 친구 왓슨은 이번 특별편에서도 활약을 펼친다. |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
<셜록> 시리즈를 빠짐없이 챙겨본 열렬한 팬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특별판이겠지만, <셜록 : 유령신부>를 통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을 처음 접한 관객이라면 다소 불친절하게 다가온다. 원래 영국에서는 스페셜로 방영했던 드라마가 한국에서는 다수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모아야 하는 영화로 둔갑(?)한 탓이 크겠다.
수많은 미드·영드 중에서도 명작 시리즈로 꼽히는 <셜록>의 '극장판'이라고 부르기에는 완성도가 약간 허술하다. <셜록 : 유령신부>의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셜록 : 유령신부>는 독립된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셜록>의 팬들이 다음 시리즈에 대비하도록 도움을 주는 징검다리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 <셜록> 제작진은 <셜록>의 원작소설 <셜록 홈스> 시리즈가 만들어진 빅토리아 시대로 돌아가기로 한다. 여왕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여성에게는 참정권이 인정되지 않았고, 남자들은 부엌에서 요리할 수 없었던 그 시대.
셜록 홈스(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는 예나 지금이나 탐정이란 본업에 충실하고, 의사인 존 왓슨(마틴 프리먼 분)은 전역한 군의관으로 절친한 친구 셜록의 수사를 돕는다. 셜록을 아들처럼 챙기는 허드슨 부인, 시즌3에서 왓슨 박사와 결혼하는 메리 모스턴, 셜록의 친형 마이크로프트 등 원작에서 그대로 인용했던 주요 캐릭터들이 빅토리아 시대로 돌아간 드라마 <셜록>을 뒷받침한다.
시즌4를 위한 '징검다리'가 된 유령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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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셜록 : 유령신부>의 메리 왓슨. 이번 특별편에서는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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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신부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던 동생에게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의뢰인을 소개한 셜록의 형 마이크로프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틀렸고, 그들(여성)이 옳았다고. 1890년대 만들어진 <셜록 홈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 <셜록> 또한 원작 그대로 셜록, 왓슨 두 남자의 이야기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하지만 <셜록>이 다시 태어난 2010년대 영국은 아서 코난 도일이 살았던 1890년 영국과 다르다. 여권이 예전에 비해 크게 성장하였고, 각종 소설·드라마·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단순히 남성 주인공의 조력자가 아닌, 스토리의 핵심을 책임지는 역할로 요구된다.
<셜록 : 유령신부>에서도 극의 중심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는 언제나 그랬듯이 셜록과 왓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방영된 드라마와 달리 다소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 왓슨과 그의 애인 메리 모스턴과의 관계다. 남성이 여성 위를 군림하던 빅토리아 시대답게 왓슨은 그 시절을 살았던 보통 남성들처럼 부인 메리를 집에서 밥이나 하는 존재로 폄하한다.
하지만 셜록, 왓슨과 달리 일찌감치 여성의 능력을 인정했던 마이크로프트와 손을 잡은 메리는 보란 듯이 사건 해결에 크나큰 역할을 해낸다.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을 흠모하는 부검의 몰리가 남장여자로 등장하는 장면 또한 흥미진진하다.
새로운 <셜록> 시리즈를 기대했던 팬들에게, 혹은 <셜록>을 극장 스크린을 통해 처음 접했던 관객에게 <셜록 : 유령신부>는 다소 실망스러운 이야기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셜록 팬에게 있어서 <셜록 : 유령신부>는 그간 시즌3까지 이어진 <셜록>의 역사를 한눈에 짚어가면서, 동시에 본 드라마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들의 뒷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깜짝 선물과 같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즌4를 기다리는 드라마 <셜록> 팬들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이야기만큼, 극장에 가기 전에 이 점 유의해두면 좋겠다. <셜록>을 처음 접하는 팬이라면, 영국드라마 <셜록>의 시즌1부터 시즌3까지 '정주행' 후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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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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