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유년의 끝' 이렇게 이어졌다, 북서울꿈의숲 기념벤치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흙먼지 자욱한 찻길을 건너 숨 가쁘게 언덕길을 올라가면 단추공장이 보이는 아카시아 나무 그늘 아래에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빛이 겨울의 냉기를 잠시 잊게 해준 24일 오후 강북구 번동 북서울꿈의숲 문화광장. 가수 신해철(1968~2014)의 '세계의 문 파트 1-유년의 끝' 내레이션이 울려퍼졌다.
신해철이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로 우승하면서 데뷔한 지 27주년이 된 이날 모습을 드러낸 신해철 기념벤치의 등받이가 되는 동판에 새겨진 노랫말이기도 하다.
그 아카시아 나무 그늘 아래 높이 163㎝, 가로폭 65㎝ 크기의 벤치에 앉아 신해철의 딸 지유(10)와 아들 동원(8)은 마치 아빠 품에 안겨 있는 듯 활짝 웃었다.
신해철 팬클럽 '철기군'이 주도한 이날 신해철 기념벤치 제막식에는 신해철의 부인 윤원희(38)씨를 비롯한 가족과 팬들, 서울시문화정책과 관계자, 신해철이 이끈 '넥스트' 멤버 등 100여명이 모였다.
북서울꿈의숲은 신해철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번동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고인이 태어나고 자란 장소로서 의미뿐 아니라 그가 어린 시절 경험을 소재로 한 수많은 곡에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기념 벤치는 지난해 말 신해철을 기억하고 싶었던 팬이 트위터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기념물을 제안하면서 구상이 시작됐다. 철기군이 주관하고, 서울시에서 장소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순수하게 신해철을 기억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힘으로 건립됐다.
철기군의 이해수씨는 "성장, 자아, 정체성 등에 대해 노래하면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해철을 기억하고자 했다"며 "이 근처 아파트에서 살았던 신해철은 드림랜드(현 북서울꿈의숲)에서 공연하면서 '금의환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고 알렸다.
이씨는 "고인은 떠났지만 팬들은 그를 영원히 기억하고 시민들이 잠깐 쉬어가며 그의 노랫말에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건립기금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았다.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이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한 투자유치 방식이다. 목표액이 1000만원이었는데 올해 10월26일 펀딩 시작 3시간에 1000만을 채웠다. 최종적으로 4000만원이 됐다.
벤치 건립 비용을 제외한 500만원은 신해철의 두 자녀를 위한 장학금으로 전달됐다.
윤원희씨는 "데뷔일에 가족까지 쓸쓸하게 지낼 뻔했는데 제막식이 반가웠다"며 "덕분에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해철은 유명인들이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를 겪은 내용들을 소개한 '무라카미류는 도대체'(1998)라는 책에서 북서울꿈의숲 전신인 드림랜드에 대한 기억을 돌아봤다. "97년 4월 드림랜드에서 서울 앙코르 공연을 할 때였다. 약간 비틀진 경사가 어디서 많이 본 듯했다. 한데 공연을 마치고 나오니까 바로 우리 짚 앞으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바로 어린 시절 친구들하고 야구를 하던 그곳에서 공연을 한 것이다."
바로 그곳에 지유와 동원의 유년 시절의 기억이 하나 새겨졌다. '유년의 끝'은 그렇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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