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두리 자살을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이슈와치]

뉴스엔 2015. 12. 1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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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두리 자살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슈와치]

한 달만 지나면 만 스물셋이 되는 여배우 강두리가 12월 14일 오후 4시쯤 인천 부평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경찰 조사 결과, 고인은 ‘요즘 힘들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냈고 친구의 신고로 경찰이 자택을 조사한 끝에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고 시신에 외상이 없는 점으로 미뤄 자살로 추정한 것. 현장에는 불에 탄 번개탄이 있었고, 유서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고인은 아프리카TV에서 BJ로 활동하는 가운데 연기학원을 다니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최근 KBS 2TV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에 출연했다.

당연히 고인의 명복을 비는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할 만큼 무명에 가까운 그녀였지만 이제 만 스물두 살의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프리카TV BJ로 활동했다는 점을 근거로 차마 똑같은 사람으로서 하기 힘든 댓글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괴물’도 나타나고 있다. 강두리는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과연 그녀는 스스로 죽은 것일까?

대한민국은 10년 넘게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건강증진재단이 전국 14세에서 19세까지의 남녀 중고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1.6%가 ‘살아 있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 ‘성적 부담’ 등이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3년 자살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해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은 자살 시도자 1,359명 중 37.9%가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을, 31.2%가 ‘대인 관계 스트레스’를 각각 자살 시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복지부가 전국 19세에서 75세까지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73.9%가 ‘자살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연예인의 자살에 유독 대중의 관심이 가는 이유는 대다수가 ‘연예인=부유한 사람’이란 선입견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TV에서 자주 보는 연예인은 그렇다. 하지만 ‘엇, 저 사람 누구지?’라는 느낌을 받는 화면 속 연예인부터 그럴 기회조차 별로 없는 연예인의 생활은 서민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생계가 어려워 아르바이트와 막일로 연명하는 연예인도 부지기수다.

연예인의 자살이 유독 눈에 띄는 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매년 1만5,000명 이상이 자살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연예인의 자살은 일반인의 그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조금 다른 경우도 있다. 누가 봐도 스타고 돈도 꽤 많이 벌었으며, 만약 모으지 못했더라도 지금부터 잘 관리하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유명 연예인의 자살이 대표적이다.

이경규 김장훈 차태현 등은 공황장애를 호소한 바 있다. 다수의 연예인은 일반인과 심리상태가 좀 다르다, 이른바 ‘끼’ 혹은 예술적 감각이 근거다. 그래서 그들은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통사람과 달라 감수성이 넘쳐날 정도로 풍부한 게 특징이다. 그게 음악에 푹 빠지게 만들고, 남들보다 연기를 잘하는 근거가 되기 마련이다.

사춘기 소녀가 굴러가는 낙엽만 바라봐도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는 얘기가 바로 연예인에 해당된다.

또 다른 이유로 연예인이란 직업적 함정에 있다. 연예인 지망생 혹은 무명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자살 소식이 그것이다. 아무리 음악이 좋고, 연기에 대한 꿈이 원대해 연예인으로 살아가더라도 스타에 대한 열망은 누구나 품기 마련이다. 대부분 스타가 되고자 남들보다 열심히 달린 것이지, 열심히 뛰다 보니 스타덤에 오른 이는 몇 안 된다.

그런데 그 뜀박질에서 쉬이 지치거나, 지구력이 부족하든지, 아니면 운이 없거나 애초부터 깜냥이 안 됐던 사람이라면 남들보다 낭패감과 자괴감이 크기 마련이고, 그런 심리상태에서 다른 불행까지 겹치면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안 좋은 쪽의 용기가 발생할 수 있다.

연예인은 무조건 남다른 성공과 행복을 보장해주는 벼슬자리가 아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주특기와 적성이 있듯 연예인 역시 그런 근거에 의해 선택되는 직업일 따름이다. 다만 성공했을 경우 평범한 샐러리맨이나 소규모 자영업자와 다른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기에 밖에서 보기에 거품이 끼는 것이다.

요즘 부자 연예인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는 연예사업이 거대기업화된 데 따른 경제적 구조 덕이지, 모든 연예인에게 그런 성공이 골고루 보장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모든 자살은 사회적 행위’라고 주장함으로써 자살을 개인의 극단적 선택 정도로 치부했던 기존의 인식을 사회적 병리현상의 하나로 넓혀 보게끔 시야를 확장시켜 준 바 있다.

일반인의 자살도, 연예인의 그것도 개인적인 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사회적 집단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게 옳을 것이다.

16세기 중반 잉글랜드의 왕 헨리 8세는 왕비 캐서린과 이혼하고 궁녀 앤 불린과 결혼하려 했지만 로마 교황이 이를 인정하지 않자 가톨릭 교회와 결별한 뒤 수장령으로 영국 국교회를 설립하는 종교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지금도 기독교는 자살을 인정하지 않는다.

헨리 8세가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타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지만 이혼과 재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건 모든 사람에겐 행복추구권이 보장돼야 하고, 개개인의 행복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살을 옹호하거나 용납하자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사는 게 불행해 생을 마감하겠다는 개인의 생각을 매몰차게 일방적으로 폄훼하고 부정하면서 매도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바로 뒤르켐의 생각이고, 그의 의견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것은 현실이다.

강두리 자살 소식에 ‘아프리카TV BJ’ 운운하며 천박하고 잔인한 댓글로 그녀를 두 번 죽이는 일부 누리꾼이 바로 그 사회적 문제에 대한 증거다. 자살을 ‘개인적인 속사정’의 틀 안에 가둘 게 아니라 사회의 주류와 비주류의 격차와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파생된 소외된 사람들의 상실감과 절망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가족 지인 팬들의 아픔이 진정되기도 전에 또 다른 연예인의 자살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플랫폼에 노래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누구 하나 그 아픔을 달래거나 치유해주거나 방지하자고 외치는 이가 없다. 분석하는 사람은 더욱 없다. (사진=故 강두리 인스타그램)

[뉴스엔 객원 칼럼니스트 유진모]

※이 칼럼은 뉴스엔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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