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담과 한예리, 새로운 여배우의 새로운 아름다움

아이즈 ize 글 듀나(칼럼니스트) 2015. 12. 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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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듀나(칼럼니스트)

[오피스]의 홍원찬 감독이 [트위치]에서 한 인터뷰를 읽었는데, 주연으로 고아성을 캐스팅한 게 ‘너무 예쁘지 않아서’란 부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읽다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이어진다. “한국의 미적 기준은 아주 서구화되었고 천편일률적이다. 그 결과 한국 여자배우들의 얼굴은 거의 똑같다.”

무슨 이야기인지, 어떤 얼굴을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 같다. 단지 ‘서구화’라는 표현이 걸린다. 고아성이 일반적인 연예인 기준에서 벗어난 미모의 소유자라는 건 사실이지만 그 큼직큼직한 이목구비를 보고도 ‘서구화된’ 스탠더드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고아성을 빼고도 좀 이상하다. 분명 지금 한국의 여성 미모에 대한 기준은 조선시대에 비해 서구화되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레퍼런스가 국제화되었으니까. 하지만 ‘서구화’란 말로 단순화시킬 수 있다면 V라인 턱선에 대한 한국 연예계의 집착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기준은 더 이상 서구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보다는 서구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동북아 공통의 기준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 기준에 대한 연구는 꽤 오랜 기간 진행되었는데, 그래야 성형외과 의사들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우희, 한예리, 김고은, 류혜영, 이민지, 박소담. 이들은 미디어에서 ‘전형적으로 예쁘지는 않지만 자기만의 특징이 있는 신인 여자배우들’의 대표처럼 불린다. 이게 무슨 뜻인가. 천우희는 고양이상의 화장품 모델인데 그 정도면 ‘공인된 미인’이 아닐까? 나머지 사람들은 어떤가? 이들 중 상당수는 쌍꺼풀이 없는 가느다란 눈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이들이 ‘미인은 아니지만 연기력이 좋고 자기만의 매력을 가진’ 연기파로 소비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예로, 박소담은 최근에 [검은 사제들]의 연기력으로 칭찬을 받고 있지만 온라인 반응 상당수는 이 배우의 미모에 대한 것이다. 이들이 연기력 때문에 배우의 미모를 치켜세우는 건 아닐 것이다. 온라인에서 연예인들에게 그렇게까지 예의를 지키는 사람은 없다.

위에 언급한 배우들 대부분은 독립영화나 단편에서부터 시작했고 업계 사람들의 엄격하고 좁은 기준을 통과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이전보다 ‘주류’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동안 관객들이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누구의 공헌이 더 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한예리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중에게 자신의 예쁨을 설득해버리는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한예리는 지금도 종종 ‘예쁘지는 않지만 예쁨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말을 듣는다. 이는 무척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들에게 능력이 있다면 이미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감지할 때까지 대중을 잡아두는 힘이지, 없는 아름다움의 환영을 만들어내는 주술적 능력은 아닐 것이다. 우린 오로지 내면만을 볼 수 있을 만큼 연예인들을 깊이 알지는 못한다. 위에 언급된 배우들은 전엔 없었던 외모의 영역을 개척한 게 아니다. 원래부터 존재한 영토에 자신이 있음을 알린 사람들이다. 

이 영토를 ‘성형수술 하지 않은 동양의 아름다움’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기는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한 보통 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들보다 더 지루하다. 연예인들은 특별하게 보이는 게 당연한 사람들이고 저 위에 언급된 사람들에게서 중요한 것은 그 특별함이지 성형수술로 눈코입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건 그들이 (적어도 지금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여성 연예인 외모의 천편일률적인 지루함은 성형수술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건 연예업계 전문가들을 대변하는 지극히 제한된 취향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좁은 취향은 소위 ‘남심’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이성애 소비자의 수요에 당사자들이 몸을 맞출 때 나타난다. 당연히 외모에서부터 연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 건 기성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짜로 매력적인 것은 그 기성품의 요구에서 벗어나 스스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로 존재할 수 있다면 성형수술이나 서구적 외모가 무슨 상관인가. 

이건 그리 급진적이거나 새로운 태도도 아니다. 이미 수많은 남성 연예인은 이를 당연하게 누리고 있다. 위의 리스트에 적힌 사람들은 그 당연한 기준을 운 좋게 쟁취한 사람들이다. 난 여전히 한예리의 덕이 컸다고 본다. 그리고 저들이 살아남는 데에 성공한다면 그들 또한 누군가의 모델이 될 것이고 우리가 연예계에서 더 많은 부류의 새로운 얼굴들을 볼 수 있게 길을 열어줄 것이다. 그러니 그 미래를 위해 그들의 아름다움을 즐기자. 그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그냥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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