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리뷰] 본 조비, 록밴드의 늙어갈 용기..'잇츠 마이 라이프'

이재훈 2015. 9. 2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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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조비, 미국 록밴드(사진=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본 조비, 미국 록밴드(사진=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본 조비, 미국 록밴드(사진=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본 조비, 미국 록밴드(사진=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본 조비, 미국 록밴드(사진=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20년 만에 내한…추억 소환
에너지보다 여유와 관록 과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프런트맨 존 본 조비(53)의 환하고 길던 금발은 어느새 짧게 친 은발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잘생긴 얼굴에 깃든 멋진 미소는 여전했다. 검정 가죽 바지와 감색 긴 소매 티셔츠를 입은 그의 몸은 중년의 나이에도 늘씬했고 근육이 살짝 붙어 탄탄했다.

고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등 가창력이 살짝 불안했어도 그의 젊은 열정이 느껴진 이유다.

한자 '羊(양)'이 큼직하게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열심히 드럼을 때린 티코 토레스(62), 치렁치렁한 곱슬 금발을 연신 리듬에 맡기며 키보드를 친 데이비드 브라이언(53) 등 전성기 멤버들의 힘찬 연주도 추억을 소환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1980년대부터 전성기를 지키는 미국의 록 밴드 '본 조비'가 첫 내한공연 이후 20년 만인 22일 밤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펼친 '벅스 슈퍼사운드 라이브 본 조비 내한공연'은 록스타의 '늙어갈 용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

사실 이날 본 조비의 구성은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기존에도 이 팀에 세션으로 참여했던 필 엑스(49)가 안정된 연주력을 선보였으나 2년 전 팀을 떠난 간판 기타리스트인 '록의 아이콘' 리치 샘보라(56)의 무게감이 아쉬웠다.

그런데도 실망스럽지 않았던 이유는 록 음악과 무대 그리고 팬들에 대한 예의 때문이다.

'유 기브 러브 어 배드 네임(You Give Love a Bad Name)'을 비롯해 '본 투 비 마이 베이비(Born To Be My Baby)', '레이즈 유어 핸즈(Raise Your Hands)' 등 히트곡이 총망라됐다.

존 본 조비의 목소리가 종종 들리지 않고 고음에서 무리라는 생각도 가끔 들었지만 무대 매너와 쇼맨십 등 모든 곡에 정성을 다한다는 느낌이 내내 들었다.

특히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잇츠 마이 라이프(It's My Life)'에서 플로어 석 팬들이 '잇츠 마이 라이프'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일제히 펼치자 그것을 넋 놓고 바라보고, '원트드 데드 오어 얼라이브(Wanted Dead or Alive)' 때 팬들이 역시 다 함께 스마트폰에 내장된 플래시를 켜자 두 팔을 높이 세우고 건강한 미소로 화답하는 그의 모습을 외면하기는 힘들었다.

특히 '인 디즈 암스(In These Arms)'를 부를 때는 예전과 같은 강력함이 덜했지만 세월에서 묻어나는 여유와 관록 그리고 포용이 느껴지며 뭉클함을 더했다.

'캡틴 크래시 앤드 뷰티 퀸 프럼 마스(Captain Crash and the Beauty Queen from Mars)'를 들려줄 때는 드라마틱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템포를 잃지 않는 뭉근함의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역시 대히트곡 중 하나인 '킵 더 페이스(Keep the Faith)'를 부를 때는 무대 밑으로 내려가 이 문구가 적힌 수건을 관객에게 받아와 펼치기도 했다.

한국 팬들이 전매특허로 내세우는 합창 등 한국 팬의 열기에 반했는지 예정됐던 앙코르보다 네 곡이나 더했다. 총 공연이 2시간20분가량 됐는데 '리빙 온 어 프레이어' 등 앙코르만 30분 가까이했다.

특히 이번 투어의 첫 공연인 지난 11일 인도네시아에서 듣지 못한 대표 발라드 '올웨이스(Always)'를 마지막 곡으로 선택했다. 기대를 했으나 체념을 했던 이 곡이 터져 나오자 곳곳에서 환호성도 따라 나왔다.

절창이 요구되는 이 곡에서 존 본 조비의 고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완벽했다. 그대로 질렀다. 록 밴드의 늙어갈 용기를 봤다. 그것이 본 조비의 '잇츠 마이 라이프'다. 거기에 열광하는 이날 팬 1만4000만명의 모습 역시 각자에게 '잇츠 마이 라이프'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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