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만난사람]김영희PD "중국에 도움되는 '제2의 양심냉장고' 만들겠다"

조현정 2015. 8. 1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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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떠나 중국에 둥지를 튼 김영희 PD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조현정기자]“중국사회에 도움되는 ‘제2의 양심냉장고’ 같은 콘텐츠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걸고 싶다.”

한국 예능계의 간판 PD인 ‘쌀집 아저씨’ 김영희(55)전 MBC PD가 중국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 PD는 후배 PD들과 함께 중국 제작사와 손잡고 지난달 남색화염오락문화유한공사(BlueFlame&RiceHouse·이하 남색화염)를 설립하고 중국에서 예능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한국 인기 예능의 포맷을 사들여 중국판으로 제작하는 데서 한발 나아가 중국에서 기존에는 없던 독창적인 콘텐츠를 직접 제작한다.

지난 4월 29년간 몸담았던 MBC에 사표를 낸 김 PD는 1986년 MBC에 입사해 ‘일요일 일요일 밤에’, ‘느낌표!’. ‘나는 가수다’ 등을 연출한 스타 PD로,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인기코너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를 비롯해 ‘느낌표!’ 등으로 공익적인 예능을 선보이며 재미와 의미를 선사했다. 2005년 최연소 MBC 예능국장, 2008년 한국PD연합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자신이 연출한 ‘나는 가수다’의 포맷이 중국 후난위성TV에 수출되며 플라잉 PD로 중국으로 건너가 자문을 맡으며 중국과 인연을 맺은 뒤 PD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최근 잠시 귀국한 김 PD를 서울 상수동의 사무실인 ‘미가(米家)’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김영희 PD가 새로운 PD 인생을 활짝 열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타 PD, 중국에서 길을 찾다

-지난달 중국에서 프로덕션 ‘남색화염’의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중국에서 시스템과 자금력을 갖춘 자산가치 5조원대의 상장사인 남색화염이 한국보다 좋은 환경에서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줘 든든하다. 남색화염과 한국 사무실인 ‘미가’의 이름을 딴 회사를 만들었다. 내가 콘텐츠 제작 총괄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프로그램의 포맷이 수출되며 한국 PD가 파견돼 중국에서 자문을 한 적은 있지만 중국에 직접 회사를 만들어 한국 PD들이 집단으로 프로그램 제작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긴장되면서도 설렌다.

-MBC에 사표를 내고 중국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남색화염과 함께 일하게 된 계기는.
후난위성TV에서 ‘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의 중국판 제작을 위한 플라잉 PD로 3년간 일하며 자문 역할을 했다. 두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현상급’ 프로그램으로 워낙 성공하다보니 중국 곳곳에서 지난 1년간 내게 여러 제의가 많았다. 중국은 프로그램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고 제작할 수 있고, 시장규모도 한국의 수십배에 달해 엄청난 규모와 가능성에 새로운 길을 찾아 PD 인생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게 됐다. 중국에서 방송사 영입제안은 물론, 제작사를 만들어주겠다는 데도 있었지만 여러 면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남색화염과 함께 하게 됐다.

-MBC 후배 PD 4명 등도 사표를 내고 김 PD와 함께 일한다.
더 큰 시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소신있게 사표를 냈는데 능력있는 후배들이 나를 따라 사표를 내고 나오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 나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후배들은 뭘 믿고 사표를 던지고 나오는 건지. 능력있는 후배들 때문에라도 절대 실패하면 안되니까 밤에 잠이 안올 지경이었다. 다행히 남색화염이란 파트너를 너무 잘 만났다. 실력과 자금력을 갖춘 곳이다 보니 합류하고 싶어하는 한국 PD들이 다른 방송사에도 있더라. 내가 PD연합회장을 지내서 지상파 3사 PD들을 잘 알고 있는데 정말 능력있는 PD들이 내게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더라. 내년에 좀더 규모를 키우면 영입하려 한다.

-한국 PD와 제작진 몇명과 일하고 있나.
‘무한도전’ ‘라디오스타’를 연출한 이병혁 PD, 중국판 ‘우리 결혼했어요’ 제작에 참여한 황지훈 PD, ‘느낌표’를 연출한 이준규 PD, ‘무한도전’, ‘섹션TV연예통신’을 거친 김남호 PD 등 MBC PD를 비롯해 CJ E&M, SM C&C 소속 등 6명의 PD와 작가 5명이 함께 일한다. 나는 책임프로듀서(CP)로 연출에 참여해 나중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PD들에게 프로그램을 분양할 거다. 내년에 한국 PD 5명 정도를 더 영입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지상파 최고의 팀이 중국에 가는 거니까 잘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중국을 무대로 승부수를 띄운 김영희 PD.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한국 포맷의 중국판이 아닌 중국에서 새롭게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유는 뭔가.
한국에서 인기있는 포맷을 가져간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다. 한국 포맷을 사서 한·중 스태프가 합작하는 건 말로만 공동제작이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중국에 통할 만한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작년부터 이를 깨달아 실행에 옮기게 됐다.

-중국에서 새 프로그램 제작과 방송일정은.
29년간 내가 제작한 게 너무 많고 중국에서도 어지간한 프로그램은 다 하고 있어 새로운 아이템 찾기가 쉽지는 않아 두달 이상 밤을 새며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공익적인 예능이 중국에서도 통할 것 같아 중국 사회에 적합한 공익적이고 유익한 뭔가를 찾아 예능으로 풀어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제2의 양심냉장고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9월부터 캐스팅을 시작해 11월쯤 제작할 예정이다. 내년 1월쯤 중국에서 좋은 방송사와 좋은 방송시간대에 방송할 계획이다.

-기획중인 예능프로그램 출연진은 어떻게 되나.
중국 연예인을 100% 출연시킬 것이고 스태프도 80% 이상 중국 스태프들을 쓸 예정이다. 현지인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데 그동안 몇년간 중국에서 플라잉 PD를 해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통역이나 기술적인 것보다 서로 마음을 열고 가르치고 배우는 자세면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중국의 감독과 스태프들이 한국의 기술력에 비해 조금 떨어져있는데 한국 못지 않게 끌어올리는 게 내 목표다.

-동반성장을 말하는가.
20세기적인 사고방식이라면 우리 기술을 그렇게 해외로 유출시켜도 되냐고 우려할 거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우리가 가진 노하우나 기술력을 빨리 가르쳐주고 중국인들과 경쟁하며 함께 성장해야 한다. 지금은 조금 나은 기술력이라고 움켜쥐거나 안가르쳐줄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오픈해서 가르쳐주고 그들의 생각을 배우고 서로 발전하는 글로벌시대다. 기술력은 전수해줄 수 있지만 창의력은 전수해줄 수 없지 않나. 그 부분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 한국 사람들은 창의적인 특별한 DNA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창의력을 중심으로 중국인들도 나름의 창의력을 개발해 나중에 공동으로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자본력으로 독점하려 들지 말고 우리도 창의력으로 우리 것만 고집하지 않으며 서로 나누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
김영희 PD.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케일 남다른 중국에서 함께 하고 싶은 한국 MC는 유재석- 강호동

-중국의 제작여건은 어떤가
중국 시장은 한국 시장의 20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1등을 하면 수익이나 영향력 면에서 한국의 100배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제작비만 해도 한국 예능프로그램 회당 제작비의 20~30배 이상 쏟아부을 수 있다. 제대로 만들면 중국 만의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아시아를 비롯해 전세계 글로벌마켓으로 나가는 글로벌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한다. 중국은 시장이 큰 데다 세계 방송계가 주목하는 시장이라 하나를 잘 만들면 글로벌 콘텐츠가 될 수 있어 PD로서 그런 희망과 꿈이 있다.

-한국 MC나 연예인들을 출연시킬 계획은 없나.
올해 초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더원을 캐스팅해 성공했다.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은 몰라도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말을 못하면 어리바리한 바보가 되지 않나. 중국어가 가능한 한국 연예인이라면 할만 할 것 같다. 최근 중국 진출과 관련해 나한테 물어보는 연예인과 매니저들이 많다. 중국에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연예인들에게 ‘생활 중국어 수준 이상으로 중국어 공부를 하라’고 조언한다.

-중국 프로그램에서 함께 하고 싶은 한국 MC가 있다면
한국에서 MC를 데려가려면 40대가 좋을 것 같다. 외국에 나가서 일하니까 너무 어리면 안될 것 같고 경험과 생각이 있어야 하니까 40대 남자 MC가 좋을 것 같다. 유재석 강호동 등 한국에서도 인기있는 MC들과 언어가 되면 노홍철 김용만 등도 좋을 것 같다.
중국 사회에 도움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김영희 PD. 김도훈 기자 dica@sportsseoul.com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국 예능인과 예능 장르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 나오는 김종국이 제일 인기 많다. 중국에서 볼 수 없는 캐릭터다. 상냥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노래와 운동도 잘하며 다재다능하고 겸손하다. ‘런닝맨’의 이광수도 인기 있다. 중국에서는 연예인이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있는데 한국 연예인들은 솔직하면서도 겸손하고 망가지며 어려움에 처하는 모습 때문에 중국인들이 한국 버라이어티를 좋아한다.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 중에 재능이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중국인들은 야외 버라이어티를 굉장히 좋아한다. ‘무한도전’, ‘런닝맨’, ‘1박2일’ 같은 연예인들이 많이 나오는 버라이어티를 좋아하고 올해 초부터 ‘아빠 어디가’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연예인을 잘 캐스팅해 버라이어티를 제대로 만들면 통할 것 같다.

-중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플라잉 PD를 3년간 하면서 자문하러 다니느라 ‘생존 중국어’는 좀 한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중국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전문 중국어까지 해야 할 것 같아 공부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한 것보다 지금이 실력이 더 늘었다. 중국 사람들은 직설화법이 아니라 돌려서 말을 하고 한자가 가지는 특성이 있어 굉장히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의사소통수단이라 용어 자체도 놀랍고 중국어가 내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은가.
무엇보다 중국에서 일하니까 가능하면 중국 사회에 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시청률이 높아야 큰 도움이 될 테고 재미가 있어야 시청률도 높을 테니 재미안에 의미와 메시지를 살짝 끼워넣고 싶다. 현재의 좋은 전력으로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동안 안해봤던 새로운 방식으로 해보려고 고민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 ‘몰래카메라’와 ‘양심냉장고’를 얼마나 중국화할 수 있을 지, 중국에 적합한 것인지 판단하고 선택할 것이다.
중국에서 1등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김영희 PD. 김도훈 기자 dica@sportsseoul.com
◇‘쌀집 아저씨’의 꿈 “중국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콘텐츠로 거듭나고파”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에 애착이 큰가 보다.
그래서 이번에 중국 회사랑 합작하면서 회사 이름에도 쌀집을 뜻하는 ‘미가(米家)’를 넣었다. 한국 사무실 미가는 중국 회사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은 예전에 MBC ‘웃으면 복이와요’ 시절 코너 ‘도루묵여사’의 이경실씨가 지어줬다.

-중국 생활에 힘든 건 없나
음식도 너무 맛있고 회사에서 넓은 숙소를 제공해줘 만족한다. 한달에 한번쯤 한국에 들어온다. 중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체력이 중요해서 일을 하듯이 운동을 하고 있다. 예전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와 몇년전 한국에서 남성잡지 ‘맨즈헬스’의 모델로 나간 적도 있다. 한국에서 ‘나는 가수다’를 제작할 때 출연진과 모든 스태프를 다합쳐 300명 정도였는데 중국판에서는 700~800명이었다. 한국에서 내가 나타나면 모두 내게 집중하듯 중국에서도 모든 스태프가 나에게 집중한다. 그 많은 스태프들을 이끌고 호흡을 맞추려면 중국어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체력적으로 좋아야 할 것 같다.

-50대 중반이라 편안하게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을 텐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중국 시장에 가슴이 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중국에 가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올해쯤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지 않을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하나쯤 만들었을 것 같다.

-좋은 프로그램은 뭐라고 생각하나.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게 좋은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반발짝만 앞서가야 한다. 예전에 일본 후지TV에 연수를 다녀와서 만든 프로그램이 한발짝 앞서가다 실패했다. 그때 한발짝 앞서가면 실패한다는 걸 뼛속 깊이 경험했다. 그 실패를 딛고 만든 게 양심 냉장고였다. 한발짝 앞서가면 안된다는 건 시청자와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공감이 가게.

-과거 일본에서 연수한 경험을 살려 한국에서 프로그램을 만든데다 중국 진출까지 한다.
MBC에 입사해 일본 방송사에 6개월간 있으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자막만 가져온 게 아니다. 일본인의 시스템과 생각도 함께 가져와 MBC의 시스템과 생각을 많이 바꿔놨다. 이번에 중국에 가서도 단순히 프로그램만 제작하는 게 아니라 중국의 방송시스템과 생각도 바꿔 놓으려 한다.

-중국에서 최종 목표는.
중국에서 예능프로그램을 가장 잘 만드는 회사, 1등 제작사가 되고 싶다. 또한 중국 사회가 발전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글로벌 콘텐츠로 거듭나고 싶다. 중국에서 1등 프로그램을 만들면 세계 1등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조현정대중문화부장 hjcho@sportsseoul.com

◇프로필
▲출생=1960년 부산
▲가족관계=부인과 1남 1녀
▲학력=서울대 국어교육학과 졸업
▲경력=1984년 MBC입사. 2005년 3~10월 MBC 예능국 국장. 2007년 9월 MBC PD협회장, 2008년 9월~2010년 9월 제22대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회장, MBC 예능본부 특임국장
▲수상=1996년 서울시장 감사패, 경찰총장 표창, 내무부장관 표창, 1997년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특별상, 1999년 제11회 중앙언론문화상 방송부문, 2002년 국무총리 표창, 제 5회 대한민국 청소년보호대상, 2003년 제30회 한국방송대상 TV프로듀서상, 2014년 제5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표창
▲저서=2009년 ‘헉 아프리카’(교보문고), 2010년 ‘쉘 위 토크’(시대의 창), 2011년 ‘소금사막’(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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