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이준 "'갑동이' 편견 깨고 팠다"(인터뷰)

부수정 기자 입력 2015. 6. 2. 08:56 수정 2015. 6. 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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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자퇴생, 내부 첩자, 사이코패스. 그룹 엠블랙 출신 연기자 이준의 필모그래피는 범상치 않다. 화려한 역할을 선호하는 아이돌스타와는 다른 행보다.

2일 종영을 앞둔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그는 남부러울 것 없는 최상류층 집안의 아들 한인상으로 분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하루아침에 아빠가 된 인상은 입체적인 캐릭터다.

어린 나이에도 사랑하는 여자와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순수함과 패기, 어쩔 수 없이 부모에 휘둘리는 '찌질함', '부모가 쌓아놓은 제왕적 권력'을 바로잡으려는 소신. 비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현실에 존재할 것 같은 인상은 '이준'이라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았다.

시청자 게시판엔 "이준이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느냐",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인물에 빙의된 모습인 것 같다" 등 호평 일색이다. 이준은 방송 전 '과연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단박에 날렸다.

지난달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은 "전작 '갑동이'를 할 때 몇몇 사람들이 '쟤는 이것 밖에 못한다'는 얘길 했다"며 "이런 편견을 깨고 싶어 이를 악물고 연기했다"고 눈을 반짝였다.

'명언 제조기' 안판석 감독

2회를 남겨둔 상황에서 기자와 만난 이준은 "'풍문'은 주5일 제작 환경을 지향한다"며 "직장인처럼 생활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미니시리즈를 찍으면서 일주일에 평균 이틀을 쉰다는 건 놀라운 일이에요. 주로 빡빡한 드라마를 찍다가 이번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는데 이런 작품에 참여해서 영광이죠. 모두 안판석 감독님 덕분이에요. 여기에 적응된 상태라 다음 작품이 걱정될 정도예요."

화제가 됐던 1회 서봄(고아성)과의 기숙사 신도 한 번에 촬영했다고. 찍은 만큼만 방송에 나오는 셈이다. 이준은 "처음엔 걱정했는데 완성본을 본 후 안 감독님의 연출력에 감탄했다"고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안 감독님 앞에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몸을 쓰면서 연기해야 했어요. 연출은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시는데 자연스러움을 강조하세요. 소품들도 건드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시는 편이죠. 그래서인지 인위적이지 않죠."

이준은 인터뷰 내내 "안 감독님이 대단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풍문'을 통해 연기적인 것 외에 얻어 가는 게 많다"며 안 감독이 해준 조언을 들려줬다. "'배우가 1년에 두 작품을 찍는다고 치면 넌 두 캐릭터의 달인이 돼야 한다', '3년 이면 여섯 작품이니 여섯 부문에서 달인이 되는것'이라고 하셨는데 뇌리에 박혔죠."

안 감독은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따끔한 질책도 잊지 않았다. '다른 스태프들은 졸아도 되지만 넌 졸면 안 된다. '넌 '풍문'의 주인이다', '힘들다고 멈추면 배우가 아니다' 등이 그렇다. "얘길 듣자마자 충격을 받고 반성했어요. 이런 조언들이 자칫 나태해질 수 있는 저를 다잡는 계기가 됐어요."

진짜 중요한 건 돈보다 사랑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 세습을 꿈꾸는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 의식을 꼬집었다. 대형 로펌 대표 집안의 한정호(유준상) 최연희(유호정)는 갑의 허위의식을 지닌 인물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권위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이 부부와 달리 인상은 온 힘을 다해 사랑을 택한다. 어쩌면 그는 부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이 시대의 '희망'일지도 모른다.

인상은 부모가 서봄을 반대하자 인상은 봄이의 엄마를 찾아가 "제가 진짜 과외로 살아온 등신이지만, 봄이 사랑하는 거는 순전히 제 몸과 마음으로 결정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과외 같은 거 안 받고요.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준이 생각하는 인상은 어떤 청년일까. "'찌질'하면서도 허세가 있는 인물이에요. 남자답게 책임지려고 하는데 표현 방식이 서툴러요. 나이는 어리지만 인상이가 보여주는 감정이 뜨거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경험에 비추어보면 어리면 어릴수록 그런 것 같아요. 심장이 쿵쾅거리는 사랑은 학생 때나 해볼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거액의 유산 상속과 사랑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고 묻자 이준은 주저 없이 '사랑'이라고 해맑게 답했다. "'인상이 봄이한테 가봐야 길어야 2~3년'이라는 기사 댓글을 봤어요. 근데 진짜 사랑한다면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못살 때 꿈을 위해 노력했던 순간이 가장 행복했답니다. 돈을 숫자일 뿐이에요. 결국엔 내 아내와 아이가 더 소중하지요."

기자가 "진심이냐?"고 되묻자 이준은 "내가 아직 어리고 철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웃은 뒤 "세끼 잘 먹고 건강한 것만큼 큰 행복이 어디 있겠느냐"며 "돈이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것 같다.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더 많다"고 진중한 답변을 내놨다.

화제가 된 고아성과의 키스신에 대해선 "민망했다"며 "키스신이 많아서 이를 계속 닦는 등 치아 관리에 신경 썼다"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 부담 없어

2009년 아이돌그룹 엠블랙으로 데뷔한 이준은 지난해 그룹에서 탈퇴,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나섰다. 그룹 활동 중에도 '닌자 어쌔신'(2009), '아이리스2'(2013), '배우는 배우다'(2013) 등에 출연하며 계단을 하나씩 오르듯 자신의 연기 영역을 넓혀갔다. 특히 이준은 매번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는 야무진 '연기돌'로 꼽힌다.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꿈에 반 발짝 다가간 정도고요. 항상 '정신차리자'고 다짐해요. 퇴보했다는 평가를 들으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이준과 같은 '연기돌'들이 많다. 이들은 '아이돌은 연기를 못해'라는 선입견을 깨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연기돌'이라는 꼬리표가 부담되진 않아요. 진정성을 갖고 작품에 다가간다면 진심이 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자세를 유지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답니다."

어쨌든 이준은 '풍문'을 통해 '연기돌'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데 성공했다. "사실 저는 항상 부족하고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칭찬해주셔서 감사하죠. '풍문'은 얻어가는 게 많은 작품이에요. 가슴이 뿌듯하고 행복하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기분이 좋다며 웃다가도 이준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안 감독님이 '남들이 잘한다고 해서 뿌듯해 하지 말아라', '중심을 지켜야 하고 배부르면 망한다'고 충고해주셨어요. 항상 고뇌하고 긴장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준 연기 잘한다'는 댓글은 집중해서 읽는 편이에요. 하하."

연기 비결을 묻자 이준은 '나만의 연기 공책'을 꼽았다. "항상 갖고 다니면서 캐릭터 분석 관련 글, 명대사 등을 꼼꼼하게 적어요. 근데 요즘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안 쓰고 있답니다(웃음)."

이준은 '풍문'을 통해 막강한 아줌마 팬들을 구축했다. "주변 어른들 말씀을 들어보면 월·화요일은 드라마 때문에 10시 전에 들어오신대요. 하루는 피부과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풍문' 다음회를 궁금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죠."

맡고 싶은 배역에 대해선 '풍문' 속 장현성 선배 같은 사람 냄새나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고 했다. 로맨틱 코미디를 권하자 "여자들이 가슴 설렐 외모가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다. 지나치게 겸손한 발언이다.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로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완벽에 가까운'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데뷔 이래 소처럼 일했다는 그의 계획은 무었일까. 순간 싱글벙글 웃는다. "동네에서 술 먹고 노는 거예요. 하하. 먹고 싶으면 먹고, 나태함의 끝을 볼 거예요. 햇볕 쬐면서 돌아다니거나 길게 늘어져 있으려고요. 그래 봤자 3박 4일이면 끝이에요. 제 맘대로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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