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한중 모두 즐기는 방송 하나쯤 만들고 싶다"

양유창 2015. 5. 2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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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는 10년 전부터 생각했던 아이템"성공비결? 나도 좋아하고 대중도 좋아해야죠"
나영석
3년 전 나영석 PD가 KBS를 떠났을 때 그가 3년 후 백상예술대상 방송부문 대상을 수상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가 tvN으로 옮긴 이후 지난 3년 동안 방송은 급격하게 변했다. 지상파의 힘이 약해지고 그 자리를 케이블TV와 종편이 채웠다. TV도 모바일로 보는 시대에 방송 전체의 파이가 줄어드는 와중에 생긴 지각변동이다.

케이블TV 급부상의 선봉장에 선 이가 바로 나PD다. ‘삼시세끼 - 어촌편’은 케이블TV 사상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지상파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가 이날 백상 51년 역사상 최초로 PD로서 대상을 받은 이유에는 이처럼 방송구도 재편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나PD를 최근 CJ E&M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지상파의 강력한 경쟁상대와 맞붙은 ‘삼시세끼 - 정선편’을 위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인터뷰는 백상예술대상이 열리기 전에 이루어졌다.

“방송 전까지 오랜만에 조마조마했습니다. (타 방송국의 경쟁작으로 인해) 편성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선방해서 기쁩니다.” 나PD는 8%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삼시세끼 - 정선편'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방송에서 보이는 짓궂은 모습과 달리 인터뷰 내내 진중한 표정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삼시세끼’는 동료들과 커피 마시며 나눈 얘기가 발단이었습니다.” 나PD는 전원생활의 로망을 불러온 ‘삼시세끼’의 탄생 비화를 소개했다. “회사 때려 치우고 어디 시골 가서 부침개나 해먹으면 좋겠다고 우리끼리 얘기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만 이러는 건 아닐 거잖아? 남들도 이렇지 않겠어?”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이 예능으로 이어졌다. ‘차줌마’ 덕분에 중년 남자들이 주방을 서성이기 시작했고, 방송에서 미션으로 제시되는 음식들은 따라 만든 인증샷이 SNS로 퍼져나간다.

“요리나 음식은 10년 전부터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삼시세끼’를 하는 이유는 그 전에는 해봐야 대중이 호응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트렌드를 보니 이제는 해도 되겠구나 싶었어요.” 그는 10년 동안 묵혀둔 아이템을 지금 꺼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나PD에게 성공의 비결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좋아하는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나와 남이 함께 좋아해야 프로그램이 잘돼요. 어느 한쪽이라도 애정이 없으면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 곤욕이죠.”

방송가엔 나PD의 전화를 거절할 연예인이 없을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금 그는 가장 핫한 연출자다. 그런데 그는 ‘꽃보다 할배’에 이어 ‘삼시세끼’에서도 계속 이서진과 함께다.

나영석
“아직 인기가 안 떨어졌고 써먹을 게 있으니까요.” 진지하던 나PD가 특유의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돌아왔다. “물론 사람이 좋으니 계속 가는 거죠. 그런데 솔직하게 얘기하면 여전히 대중에게 큰 호감을 얻고 있고 본인도 성실하니 안 쓸 이유가 없어요. (이서진과) 영원히 함께 할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절대 그렇지 않죠. 그 사람의 인기가 떨어지거나 제가 대중 전달력이 떨어지면 그 사람이 떠나든 제가 떠나든 할 겁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오랫동안 동거하고 싶습니다.”

나영석과 이서진의 만남은 ‘1박2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1월에 방송된 절친 특집에 이서진이 출연한 것. ‘1박2일’이 없었다면 두 사람의 ‘케미’를 확인할 길도 없었을 것이다. 나PD에게 KBS에서 ‘1박2일’을 만들던 시절과 지금이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5년 동안 레귤러로 매주 할 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나PD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말을 이었다. “그땐 한 가지 이야기만 계속해서 지쳤어요. 하지만 지금은 지칠 만하면 새로운 걸 하니까 재미있습니다.”

그는 tvN으로 옮긴 뒤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화제가 된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비결을 물으면 대부분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세상엔 아주 특별한 비법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PD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하지만 그 울림은 달랐다.

“가능하면 진심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는 진심이라는 단어를 특히 강조했다. “그게 되게 중요합니다. 안 그러면 계산하게 되고 마음이 아니라 머리가 배운대로 하게 되는데 시청자들은 딱 알아챕니다.” 그렇다면 진심으로 한다는 건 어떤 걸까. 그는 식당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셰프가 진심을 담아 가족에게 먹일 것처럼 음식을 만들면 그 식당은 절대 망할 리가 없습니다. 방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온 마음으로 정성껏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해주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중국에서 불고 있는 예능 한류 붐에 대해 물었다. 나PD가 만든 ‘1박 2일’ ‘꽃보다 할배’는 포맷이 중국으로 수출돼 현지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나PD는 중국판 ‘꽃보다 할배’인 ‘화양예예’에 플라잉 디렉터로 참여해 중국을 오가며 워크숍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컨설팅 형식으로 예능 제작 노하우를 중국에 전수한 것이다. 나PD 뿐만 아니라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 ‘황금어장’의 최대웅 작가도 중국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저는 아주 좋게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예능 프로그램도 이젠 그 수준이 놀랍게 발전했습니다. 최근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중국과 문화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나PD가 직접 중국에서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상황이 되면 갈 수도 있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그런데 중국으로 가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돈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두 나라 국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합니다. 민간 외교관이 되겠다는 거창한 생각까지는 아니고 PD로서 그런 콘텐츠 하나쯤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1박2일’로 지상파 예능의 정점을 찍고, ‘삼시세끼’와 ‘꽃보다 할배’로 케이블TV의 판을 흔들어 놓은 나영석 PD. 그가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문득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다.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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