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김혜수 "여배우의 삶.. 언제나 고독하죠"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입력 2015. 4. 25. 08:03 수정 2015. 4. 2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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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신작 '차이나타운'서 파격 변신두툼한 뱃살 채우고 거무튀튀한 피부 메이크업도전이야 말로 살아있는 증거죠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김혜수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이후 필모그래피를 다 세기 힘들 정도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대표 섹시퀸이자 '믿고 보는' 여배우로 충무로에 군림하고 있다. '관상' '도둑들' '타짜' 등 흥행작뿐만 아니라 '이층의 악당' '얼굴 없는 미녀' 등 문제작 출연도 서슴지 않는다. "도전이야말로 배우가 살아있다는 증거"라 말하는 배우 김혜수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ㆍ제작 폴룩스픽쳐스) 속 김혜수는 충격적이다.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벗고 대신 온 몸에 군살을 붙였다. 거무튀튀한 피부톤을 일부러 얼굴에 입혔으며 머리카락은 부서질 듯 새하얀 산발이다. 차이나타운 뒷골목을 지배하는 조직의 수장 '엄마'로 분한 그는 다시 도전에 나섰고 성공적인 결과물을 받아들었다. 김혜수의 스펙트럼은 또 넓어졌다.

"변신이라는 말은 진부해요. 하지만 '차이나타운'을 통해 '변신'이라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어요. 처음엔 충격적이었고 영화적이었죠. 정서적인 충격이 커서 선택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게 사실이에요.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강렬함은 아니었어요. 마치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것처럼, 알 듯 모를 듯 추상적이었죠. 눈빛만 마주쳐도 꼼짝 못 할 사람, 기묘한 기운에 사로잡힌 엄마를 보여드리고 싶었죠."

여성성으로 가득한 김혜수이지만 하나씩 지워갔다. 남성성을 일부러 더하진 않았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괴물 같은 인간이 바로 '엄마'다. 김혜수조차 "한발 물러나게 되는 인물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난이도 있는 연기가 필요했고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매력적이라 욕심이 났지만 선뜻 나서지 못한 건 '차이나타운'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정서적 부담은 내내 김혜수를 괴롭혔다.

"다행히 원하는 목표에 도달한 듯해요. '차이나타운'이 욕심났던 건 여성이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라 캐릭터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때문이었거든요. 여자가 주인공이다 아니다는 사실 별 중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느냐에 무게추를 두죠. 이번 작품은 여성이란 성별의 개념으로 묶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에요. 정글 같은 곳에서 살아남은 생존, 권력, 가족, 그리고 현재에 대한 담론을 나누죠."

날씬한 몸매 위에 군살을 덕지덕지 붙인 모습이 어땠냐 물으니 "여름에 촬영을 해서 더웠다"며 웃는다. 영화 촬영 하는 내내 덩치 큰 '엄마'로 살았더니 이제 보통 때 모습을 스태프들이 보면 깜짝 놀란단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고, 신선했다. 이런 시도 자체가 즐거웠던 작품이 바로 '차이나타운'"이라 설명했다.

"'엄마'의 몸은 저(김혜수)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몸매, 아름답진 않지만 치열했던 과거가 녹아있는 몸이죠. 하지만 그것이 과하면 안 하느니만 못해요. 관객이 '엄마'를 통해 '김혜수'를 읽으면 안됐거든요.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를 놓고 제작진과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런저런 테스트도 많았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물들이 모인 '차이나타운'은 마치 배우의 세계와도 같다. 김혜수는 언제나 그렇듯 치열했다. 작품 속 파격적인 모습에 그의 아이디어도 꽤 첨했다. '인간 김혜수'를 버리고 '엄마'에 더 다가갔다. "만만한 작품이 아니다"는 말에 이렇게 무게감이 실릴 줄이야.

연기를 시작한 지 무려 30년이다. 데뷔 이후 위기도 있었지만 김혜수는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목표가 있느냐' 했더니 "예전에도 그렇고 적확한 지점을 향해 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저 '배우 김혜수'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완숙기에 접어들었기에 '일취월장'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 앞으로 가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 "어느 순간에 화려하게 은퇴하기보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하게 충무로를 떠나고 싶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민폐 끼치며 퇴장하기보다 천천히 족적을 감춘다. 김혜수가 생각하는 '은퇴'는 그랬다.

"고독해요. 특히 연기할 때는 미치도록 그렇죠. 심지어 제대로 연기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할 때조차. 배우로 사는 것은 힘든 것 같아요. 물론 어떤 분들은 엄살이라 하시겠지만, 그렇게 느끼는 걸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의 유무는 관계가 없어요. 시간을 함께 쓸 수 있는 이가 있느냐가 중요해요. 정말 외로울 땐 친구들을 부르곤 한답니다. 오랫동안 만나온 이들과 있으면 저절로 고민도 사라지더라고요."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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