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래원이 '갓정환'이라 불린 이유, '진정성·솔직함'

2015. 3. 1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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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리뷰스타=전윤희 기자] 얼마 전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펀치'는 탄탄한 대본과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어우러져 호평과 시청률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김래원은 '갓정환'이라 불릴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 극찬의 중심에 섰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철한 검사의 모습부터 죽음을 앞두고 변화해가는 박정환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펀치'는 정글 같은 세상을 상처투성이로 살아낸 한 남자의 핏빛 참회록으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두 남녀가 운명을 걸었던 평생의 동지를 상대로 벌이는 뜨거운 승부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모습과 함께 '법은 하나'라는 진리를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박정환의 모습이 울림을 전했다.

"이명우 감독님은 '펀치'를 하며 '내 인생관에 변화가 생겼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하셨거든요. 또 어떤 분들은 진짜 단순한 야욕과 야망이 다가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게 어떤 건지 생각하게 됐다고도 하시더라고요. 그게 박정환이 주는 메시지 아닐까요"

2011년 드라마 '천일의 약속', 2013년 '마이 리틀 히어로' 이후 돌아온 김래원은 '펀치'에서는 목적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검사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강남 1970'에서는 비열한 건달을 맡아 강한 캐릭터를 선택해 복귀를 알렸다. 그간 건달, 양아치 등의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겼기에 또 다시 강한 캐릭터는 조금 의아했다.

회사에서 "'펀치'를 보여주면서 '이런 작품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난 영화('강남 1970')도 무거운 거 했는데 나한테 안 맞는 거 같은데' 그랬다가 박경수 작가님 '추적자'랑 '황금의 제국'다 찾아보고 만나보겠다고 했어요. 항간에는 제가 하면 너무 무거울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대요. 그런데 이명우 감독님이 김래원하고 하고 싶다고 하셨대요. 감독님께 제일 고맙죠"

"밝은 거 일부러 안하거나 안할 건 아니에요. 이제 조금은 더 각이 더 빠진 역할을 할 것 같긴해요. 영화에서도 너무 짱짱했고… 살아온 환경들이 영화에선 더했고 '펀치'에서도 어렵게 자라서 야망에 불타있는 역할이었잖아요? 차기작은 그런 역할은 아닐 거 같아요"

'펀치'에서 김래원은 애절한 부성애를 보였다. 죽음을 앞두고 딸 예린(김지영 분)이에게 "아빠가 돈 많이 벌고 싶어서 안 좋은 일도 하고, 예린이 좋은 학교 보내고 싶어서 나쁜 일도 했어"라고 쉽게 할 수 없는 고백을 하는가 하면 "아빠 미워하지도 말고 아빠 닮지도 말고. 아빠 가고 나면 넌 엄마처럼 살아라"는 말로 진심을 전했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던 박정환의 진심이 담긴 자기성찰이자 자신의 딸은 자기처럼 살지 않았으면 하는 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박정환은 심플해요. 특별히 어려운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중간에 감기 걸려서 아프고 한 건 있었는데 예전 드라마들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영이가 되게 잘해요. 솔직하게 하고. 저도 그걸 더 유도하려고 했고요. 시너지를 낸거죠. 애들은 솔직하게 주어진 걸 믿고 하면서 감정을 더 잘 끌어올려요. 오히려 '이렇게 이렇게 해라'고 주문이 들어오니까 흐트러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네가 생각하는대로 해, 느끼는 대로로, 생각나는 대로 해'라고 조언했죠"

또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만큼 하루하루 병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말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처럼 하루하루 병들어가고 야위어갔다.

"예민해서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따로 두고 체중조절 할 여유까진 아니었고 밤에 안먹고 하니 금방 빠지더라고요. 점점 아파 가는데 화면에 살이 빠져 보여 진정성에 도움이 될 거 같아 조절했어요. 저녁을 안 먹거나 샐러드로 하거나… 저녁을 가볍게 먹으면 피로도 덜 와요. 밥 먹으면 늘어지잖아요. 박정환은 짱짱하고 날이 선 사람인데 졸리고 그러면 연기하기 힘들죠. 후반부로 가니까 3kg이 더 빠지길래 그만해야겠다하고 먹기 시작하니 이미 늦었더라고요(웃음). 매일 밤샘 촬영이고 잠을 못자니까 먹어도 빠지던데요? 드라마 하면서 4~5kg 정도 더 빠졌다가 끝나고 2~3kg 정도 다시 쪘어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운명을 걸었던 평생의 동반자 이태준과 박정환은 극이 진행되며 대립을 이어가면서도 둘도 없는 케미를 선보였다. 박정환은 죽음을 앞두고 결국 이태준과 다시 손을 잡았고, 죽기 직전 남겨둔 영상으로나마 술잔을 기울였다.

"배우들끼리 호흡이 완벽했어요. 특히 조재현 선배랑 할 때 준비가 없었어요. 대사도 못 외우고 들어가도 주거니 받거니 연기로 밀당하면서 그런 호흡이 완벽했던 거 같아요. 선배가 잘 할 수 있게 이끌어 주셨죠"

1996년 MBC 청소년 드라마 '나'로 데뷔한 김래원은 어느 덧 데뷔한지 18년 차인 베테랑 배우가 됐다.

"제가 생각하는 배우의 모습이요? 계속 이대로 가면 될 것 같아요. 사실 별거 없어요(웃음). 그냥 주어진 거 잘하고 진실 되게 표현되면 되는 거 아닐까요. 18년 전에 무슨 생각 갖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이대로 매 역할마다 주어진 숙제가 다를 테니까… 그걸 잘하면 되지 않을까요"

"차기작은 하반기에 하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가 되면 내년에 개봉할 수도 있겠네요. 하고 싶은걸 해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요. 이제 여론 신경 안 쓰고 느끼는 대로 하려고요. 진정성 있게 진정성만 가지고 가면 당장 다음 작품에 실패하더라도 똑같은 모습의 배우로 계속 남는 거니까요"

(사진 =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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