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우의 영감대, 입양 간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에 합류할 수 있을까

정시우 2014. 5. 2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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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자기 밖에 모른다. / 캡틴 아메리카: 남 밖에 모른다. / 헐크: 자기도 모른다. / 토르(신): 아무 것도 모른다. / 호크 아이: 자기가 뭘 했는지 모른다. /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밖에 모른다. / 스파이더맨: 촬영 장소가 어딘지 모른다.

2012년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가 흥행하자, 인터넷에서는 위와 같은 유머가 떠돌았다. 물론 쐐기를 박은 것은, 피날레의 주인공 스파이더맨. 이는 '어벤져스'에 출연하지 못한 스파이더맨의 상황을 빗댄 유머로, 거미인간의 '어벤져스' 합류를 바라는 팬들의 염원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마블 코믹스의 또 하나의 인기 캐릭터 '엑스맨' 울버린 역의 휴 잭맨은 최근 미국 매체 IG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울버린으로 '어벤져스'에 출연하고 싶다!" 그의 발언에 전세계 마블 팬들이 들썩거렸다. 휴 잭맨은 지난해에도 '어벤져스' 합류를 염원하며 "빨리 토니 스타크의 엉덩이를 걷어차 주고 싶다"고 말한바 있다.

그렇다면, 스파이더맨과 울버린은 왜 '어벤져스'에 출연하지 못한 걸까.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의 판권을 마블이 아닌 소니와 폭스가 각각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울타리에서 태어난 영웅들이 이산가족처럼 뿔뿔이 흩어진 데에는 사연이 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마블의 역사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은 패러디. '스파이더맨, 촬영 장소가 어딘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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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와 소니에 입양 된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마블 코믹스는 DC 코믹스와 함께 미국의 코믹스를 양분하는 회사다. 하지만 DC 코믹스가 영화 산업에 뛰어들어 승승장구 하는 동안, 마블 코믹스는 만화 잡지 판매에 주력하며 급기야 파산 위기에 몰렸다. 만화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들던 1996년 무렵이었다. 자체적인 영화 제작 창구가 없었던 마블 코믹스는 자사의 인기 캐릭터를 임대해 주는 방법으로 위기 탈출을 시도했다. '스파이더맨'을 소니에 넘겨 돈을 받았다. '엑스맨'을 폭스에 양도하는 대가로 호주머니를 채웠다. 이 과정에서 '고스트 라이더' '판타스틱4' '데어데블' '엘렉트라' 역시 소니와 폭스 등으로 넘어갔다.(현재 '고스터 라이더'와 '데어데블'은 다시 마블로 판권이 넘어 온 상태다.)

폭스와 소니로 입양 간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은 스크린에서 날개를 달았다. 브라이언 싱어에 의해 매만져진 '엑스맨'(2000)은 4억 2,400만 달러를 폭스에게 안겼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002)은 8억 2,0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소니에게 선물했다. 자신의 아이들이 다른 부모에게 효도하는 모습이 마블 코믹스에겐 눈엣 가시였을 것이다. 영화 제작이 남는 장사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마블 코믹스는 마블 스튜디오를 런칭, 자체 영화 제작을 선언한다. 그때가 2005년.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첫 번째 영화 '아이언맨'이 나온 것은 3년 후인 2008년이다.

연재 중인 '헐크 VS 울버린'(좌) 울버린과 엑스맨의 합작 영화화를 바라는 팬이 만든 이미지

이후부터는 잘 알려진 이야기다. '아이언맨'은 상상 그 이상의 대박을 쳤다. 연이어 나온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퍼스트 어벤져: 캡틴 아메리카'가 줄줄이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2012년 '어벤져스'를 통해 '마블 유니버스'가 완성됨으로서 마블 스튜디오는 전세계 영화 시장의 큰손이 됐다. 그와 동시에 '어벤져스'에서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욕구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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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을까

자사 캐릭터들을 '어벤져스'라는 큰 그림 앞에 줄 세우기 중인 마블 스튜디오는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을 돌려받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른 정 또한 낳은 정 못지않을 터. 소니와 폭스는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자신들에게 황금알을 낳아주고 있는 캐릭터를 미치지 않고서야 내줄리 만무한 일이다. 급기야 '스파이더맨'을 '어메이징'하게 리부트한 소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사이사이에 악당 캐릭터 베놈과 시니스터 식스를 내세운 스핀오프 영화를 내놓겠다고 발표함으로서 거미인간을 마블에 돌려줄 뜻이 없음을 간접 암시했다. 폭스 역시 '엑스맨' 캐릭터들을 꾸준히 활용하며 종횡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신작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경우 이전 시리즈에 출연한 뮤턴트들을 모두 불러 모은 영화로, 폭스는 엑스맨을 통해 '뮤턴트 어벤져스'를 꿈꾸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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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권 귀환보다는 크로스오버가 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후 개봉할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이 등장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 보인다. 그나마 희망을 걸어 보는 것은, 제작사들 간의 크로스오버다. 마블과 소니와 폭스가 합작이나 일시적인 캐릭터 양도의 형태로 일시적 동거를 모색하는 방법이다. 어쩌면 이것은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의 판권이 마블로 다시 귀속되는 것보다 팬들에겐 결과적으로 더 이득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사실, 독점만큼 심심한 것은 없다. 독점은 제품 간의 내구성을 흐리기 마련이다. 경쟁이 필요하다.

마블코믹스 표지(어벤져스, 스파이더맨, 엑스맨이 함께 있다)

아시다시피 마블 스튜디오와 소니 그리고 폭스가 슈퍼히어로를 영화적으로 다루는 방식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마블 스튜디오의 경우 오락적 재미를 중시한다. 그래서 마블 스튜디오는 작가 감독보다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감독들을 선호한다. 반면 소니는 샘 레이미 때부터 작가의 재능에 힘을 실었다. 마크 웹 버전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와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분위기이지만, 마크 웹만의 개성이 영화 안에 꿈틀거리는 것은 확실하다. 폭스에 의해 만들어지는 '엑스맨' 시리즈에는 마블 스튜디오 영화엔 결여된 품격이 있다.('엑스맨3'와 '울버린' 시리즈처럼 실패의 경우도 있지만.)

브라이언 싱어가 다시 돌아온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보면 그러한 생각은 더욱 확고해진다. 차기작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를 빨리 보고 싶은 기대감에 손톱을 잘근잘근 씹게 될게 분명없다. 이것이, 마블 캐릭터들이 마블 스튜디오 안에서 일원화되는 것보다, 지금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간간히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아이언맨과 농담 따먹기 하는 스파이더맨, 헐크와 육탄전을 벌이는 울버린.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마블 스튜디오와 소니 그리고 폭스의 크로스오버를 지지한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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