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간 '세월호 참사' 언론보도

박효재 기자 2014. 4. 2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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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인터뷰.. '엉켜 있는 시신' 자막.. 대통령 지지율 연결

종합편성채널 MBN의 이동원 보도국장은 지난 18일 시청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민간 잠수사라고 주장한 홍모씨의 인터뷰를 방송에 그대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홍씨는 이날 오전 6시 MBN 뉴스특보에 출연해 해양경찰이 민간 잠수사들의 구조작업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민간 잠수사가 세월호에서 생존자를 확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씨의 진술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언론사들의 오보와 자극적인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소식을 전하던 KBS1 뉴스특보는 18일 구조당국의 말을 인용하면서 "선내 엉켜 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이날 사고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해경은 "시신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보와 자극적인 자막에 KBS는 뭇매를 맞았다. 시청자들은 해당 뉴스 게시판에 "오보 책임져라" "공포영화에서나 쓸 법한 멘트 기가 막힌다" "공영방송 맞나"라며 분노했다.

이 같은 확인 안된 잘못된 정보들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속보경쟁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을 원인으로 꼽았다. 국가적인 재난에 방송사들이 특보체제로 전환하면서 보도해야 할 뉴스의 양과 시간이 늘어나면서 수집 가능한 정보들이 무차별적으로 나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MBN의 인터뷰 화면(위 사진)·KBS1 뉴스특보 화면.

▲ 속보 경쟁에 무차별 정보 나열온라인뉴스선 '교감 자살-엑소'노골적인 검색어 남용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사 본연의 기능보다 국민적인 분노에 편승해 사고 원인을 어느 한 개인의 탓으로 몰아가는 인민재판식 보도행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1팀장은 "이번 사고의 본질은 국가의 부실한 재난대응체계에 있다"며 "사고 원인,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 못지않게 구조상황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전달하고, 구조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스포츠·연예지와 종편은 세월호 사고 발생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흥미 위주의 정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스포츠월드는 홍씨의 거짓말 인터뷰가 논란이 된 18일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기사를 홈페이지 상단에 내걸었다. 이 매체는 일본에서의 개인적인 행적까지 언급하며 밑바닥 인생이라며 비하했고, 성공을 위해서는 거짓말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썼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연결시키는 보도도 나왔다. 종편 TV조선은 18일 < 뉴스쇼 판 > 에서 '대참사에도 박 대통령 지지율 견고 이유'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최희준 앵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59%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최병묵 조선뉴스프레스 편집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에 나가서 수습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였고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며 "이번 참사에 대한 의견이 아직 여론조사에 덜 반영됐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잘 걸리게 하기 위한 온라인 뉴스의 노골적인 검색어 남용도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18일 경기 안산 단원고의 교감이 자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MBN의 온라인 뉴스는 "엑소 앨범 발매 연기…단원고 교감 자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기사의 첫 문장은 "엑소가 앨범 발매를 연기한 가운데 구조된 단원고 교감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라며 서로 관련이 없는 내용을 이어붙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 기사는 다수 누리꾼에 공유되며 공분을 자아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온라인 매체는 포털을 통해서 클릭수가 올라가지 않으면 존재감 자체가 사라진다"면서 "기사답지 않은 기사를 통해서라도 수용자들에게 선택되어야만 존재가 증명되고 수입이 보존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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