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JYP '1인 체제'가 화 불렀다?

박효재 기자 2014. 1. 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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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가수는 쓴소리·사세는 하향세.. 시도만 앞설뿐 지속성선 힘에 부쳐15년째 '박진영색' 고수 다양성 결여.. 새 아이돌 '갓세븐'에 올 성패 갈릴듯

"돕지도 않고 관리도 하지 않은 사람이 승진했다고 하면 내 옆에서 돕고 관리해 준 분들은 뭐가 되는가? 2014년 JYP는 지금 개혁이 필요하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소속 아이돌 그룹 2PM 멤버 택연은 지난 4일 새벽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파장이 일자 그는 몇 시간 뒤 이를 삭제했다. JYP는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해명했지만 아이돌그룹 멤버가 소속사 인사나 경영문제에 대해 '돌직구'를 날린 것은 몹시 이례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예견됐다는 것이다. 현재 가요계에서 JYP가 경영난과 내부 갈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음악적으로도 최근 몇년간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지 못한 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함께 국내 3대 기획사로 꼽히던 JYP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JYP의 경영실적을 보면 최근 3년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2011년 하반기 6개월간 15억1000만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이듬해에는 적자폭이 65억27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도 9월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36억6500만원에 이른다. 반면 경쟁사인 SM, YG 등은 엑소, 싸이, 빅뱅 등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회사의 주요 수익원인 가수들은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JYP의 대표격인 2PM은 지난해 정규 3집 <그로운>을 내놨으나 이렇다 할 반향을 얻지 못했다. 원더걸스는 멤버 선예의 결혼과 출산으로 사실상 활동이 중단됐으며 미쓰에이의 신보도 흥행하지 못했다. 단지 미쓰에이 멤버 수지만이 영화와 드라마, 광고를 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에서 K팝 붐이 일고 있지만 JYP는 이 같은 흐름에서도 벗어나 있다.

내부관리 문제에 대한 지적도 많다. 엔터테인먼트업계의 특성상 이직이 활발하지만 JYP는 경쟁사에 비해 직원들의 근속 기간이 절반 혹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1년 이상 머무르는 직원들이 많지 않다"며 "뚜렷한 비전이 없다는 점이 이직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요계와 관련 업계에서는 JYP의 위기에 대해 몇 가지 원인을 꼽는다. 우선 음악 기획사의 근간을 차지하고 있는 음반 제작 방식이다. 음악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JYP는 신진 프로듀서 양성 대신 15년 가까이 박진영이라는 프로듀서 한 사람에 의해 색깔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방시혁이라는 프로듀서를 발굴해 키워왔지만 그가 독립하면서 변화의 타이밍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SM은 다양한 작곡가를 보유하고 있고 YG 역시 소속 가수의 개성을 중시하며 응집력을 키워왔다"면서 "JYP는 박진영이 전권을 쥐고 그의 작품에만 집중하는 상황이라 다른 작곡가가 들어와 새로운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앞서 택연이 "이름을 중요시하지 말고 내실을 다져야 할 시간"이라고 지적했던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박진영이 JYP의 제작 주도권을 고수하는 사이 YG는 원타임 출신의 테디를, SM은 유영진과 켄지, 유럽 작곡가들을 발굴하며 음반 제작의 기반을 다졌다.

다른 연예기획사의 관계자는 "소속 가수들이 노래하는 방식이나 콘셉트에 프로듀서 박진영의 색깔이 너무 짙게 묻어나는 것이 한계다"라며 "섹시 콘셉트에 도발적인 댄스 퍼포먼스를 앞세우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고 말했다. 박진영은 지난해 원더걸스 출신 선미의 솔로 데뷔 앨범 제작에도 전방위로 관여해 선미가 기존의 청순하고 귀여운 모습을 탈피하는 데 주력했다. 흡사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노출 의상, 남성과의 은밀한 신체 접촉을 갈구하는 노랫말은 박지윤의 '성인식'을 떠올리게 한다.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공략 대상 시장을 세분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종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M과 YG는 해외 진출 초기부터 철저하게 가까운 일본을 중심으로 진출 영역을 확대했다"면서 "현재 두 회사는 엑소와 빅뱅을 중심으로 공고한 해외 팬덤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JYP는 기획사 설립 당시부터 SM, YG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했던 데다,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에 많은 비용을 지불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씨는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산이 등 힙합 가수 발굴 등에서 보듯이 시도는 항상 앞섰지만 지속성 있게 끌고 나가는 힘은 부족했다"며 "2014년 새롭게 선보이는 아이돌 그룹 '갓 세븐'을 포함한 3팀의 활약에 JYP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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