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ze] 장근석, 쇼를 사랑하는 남자

최지은 기자 입력 2013. 12. 13. 08:55 수정 2013. 12. 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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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지은기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잘생김을 연기한다면 장근석은 예쁨을 연기한다. 물론 장근석이 미남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KBS < 예쁜 남자 > 에서 그가 연기하는 독고마테는 비현실적으로 예쁜 남자다. 10여 년 전 버스에서 그를 처음 본 뒤 독고마테의 '빠순이'가 된 김보통(아이유)을 비롯해 교사도, 경찰도, 네일 아티스트도 여자라면 누구나 그의 미모에 반해 이성의 끈을 놓는다. 그러나 천계영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답게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독고마테를 연기하는 장근석은 스물일곱 살의 인간 남자다. 스무 살, KBS < 황진이 > 에서 서글서글한 눈망울의 미소년 은호 도령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에게도 세월은 예외 없이 흔적을 남겼다. 뽀얗던 피부는 거칠어졌고 뭘 해도 상큼해 보이던 시기는 이제 지났다. 그럼에도 장근석은 물 마시는 모습조차 '명화'라 불리고, 후광이 비추는 세기의 꽃미남을 태연스레 연기한다. 그리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제가 그렇게… 아름답습니까?"라고 유혹하듯 속삭이는 독고마테의 대사를 소개한 뒤 폭소를 터뜨린 장근석은 말했다. "무슨 생각 하시는지 알아요!"

대중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장근석은 안다. 다섯 살에 아역배우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어른들의 눈치 보는 법을 배운 그는 "인터뷰를 해도 대중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야 안 혼나고 오래간다"는 처세술도 일찍 깨쳤다. 한국 사회에서 스타로 살아남는 길은 까다롭다. 본업은 뛰어나게 잘해야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튀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의 재능과 인기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하거나 자학에 가까울 만큼 겸손하게 답하는 것이 안전하다. 야망은 숨기고 '진정성'을 강조해야 한다. 하지만 장근석은 연기를 하지 않을 때도 사람들의 눈에 띄길 마다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주목받기를 즐긴다. 장근석은 2007년 < Mnet KM Music Festival > 에서 트랜스젠더 록 가수가 주인공인 뮤지컬 < 헤드윅 > 의 넘버를 부르며 금발 가발에 붉은 립스틱을 칠한 채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고, 팬 미팅과 콘서트에서는 스티브 잡스나 동화 속 왕자님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등장한다. SBS < 미남이시네요 > 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류 스타로 떠오른 뒤 생긴 별명 '아시아 프린스'를 적극적으로 알렸고, 일본의 거리를 지나가는 여성에게 인사를 건네 자신을 알아보면 "나 인기 많다"며 의기양양해하기도 했다. 미니홈피의 감성적인 글로 '허세근석'이라는 조롱을 받았던 과거에 굴하지 않고 끈기 있게 자신을 드러내는, 그래서 때로는 경이롭기조차 한 장근석의 쇼맨십은 그가 서 있는 곳이 어디든 무대로 만들고, 스포트라이트를 끌고 와 스스로를 비춘다.

장근석의 독보적인 쇼맨십이 재능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가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영리함을 함께 지닌 덕분이다. MBC <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에서 "남자들은 나를 싫어한다"고 토로하는 장근석에게 강호동은 "자신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정만화 속 연하남 판타지를 극대화한 영화 < 너는 펫 > 을 촬영할 당시 장근석은 '손발 오그라드는' 작품의 속성에 지지 않기 위해 "내가 부끄러워하는 순간 관객이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볼까"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장근석은 단순한 나르시시스트라기보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나'를 연기하는 데 노련한 배우다. 영화 < 도레미파솔라시도 > 와 < 너는 펫 > , < 예쁜 남자 > , KBS < 매리는 외박 중 > 등 그의 출연작 가운데는 인터넷 소설이나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적지 않다. 오만한 완벽주의자지만 알고 보면 의외로 허점이 많고 귀여운 < 미남이시네요 > 의 황태경과, 바람둥이 독설가였다가 사랑 앞에 순정을 바치는 남자로 변해가는 KBS < 사랑비 > 의 서준 또한 만화적 '츤데레(애정을 가진 상대에게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대하면서도 은근히 따뜻하게 대하는 성향)' 캐릭터의 전형이었다.

누군가는 장근석이 한류스타나 만능 엔터테이너가 아닌 '진지한 배우'로 성장하길 기대했을 것이다. 그의 화려한 쇼맨십과 '자뻑'을 곱지 않게 보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데뷔 22년 차, "어떤 연기를 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 위해 자기 자신부터 찾아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장근석은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길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부여한 캐릭터를 통해 희화화되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 예쁜 남자 > 가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판단은 정확해 보인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과 독고마테가 아름답다는 것이 동급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이 세계에서 일반인이지만 스타로서의 기질, 즉 '오빠'의 정체성을 타고난 그의 일상은 '폼생폼사'로 점철된다. 왕자님 같은 헤어스타일과 우수에 찬 표정으로 닭똥집을 주문하며 도도하게 "이모오~"를 속삭이고, 김보통을 부려 먹으려 "날 위해서 일 좀 해라. 대신, 내 얼굴 매일 보게 해줄게"라고 뻔뻔하게 제안하는 독고마테의 독특한 캐릭터는 장근석의 '한 점 부끄럼 없는' 연기에 의해 완성된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배우는 우스워 보이지 않는다.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 예쁜 남자 > 가 장근석의 실패작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는 그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는 누구보다 잘하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배우의 뚜렷한 캐릭터가 앞으로 그의 커리어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장근석이 진짜 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역시, 우리는 알 수 없다. 지난 11월부터 그가 직접 제작해 방송하는 '직진 라디오'는 팟캐스트의 '행위 예술'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 어쩌면 장근석은 자신의 삶 자체를 행위 예술로 만들어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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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지은기자 real@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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