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임성한 작가를 '괴물'로 만들었나

2013. 11. 13. 10: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성규 기자]

< 오마이스타 > 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 오마이스타 > 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MBC 일일드라마 < 오로라 공주 > 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집필을 맡고 있는 드라마작가 임성한이 50회 추가 연장을 방송사 측에 요구한 가운데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연장 반대' 서명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MBC측은 "연장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며 한 발 물러서 있지만 방송가에서는 임성한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대체 무엇이 임성한 같은 '괴물'을 만든 것일까.

각종 잡음으로 시끄러운 MBC 일일드라마 < 오로라공주 >

ⓒ MBC

처음부터 끝까지 시끄러

운 '오로라 공주'

< 보고 또 보고 > 로 첫 장편 드라마를 시작한 이래 < 온달왕자들 > < 인어 아가씨 > < 하늘이시여 > < 왕꽃 선녀님 > < 보석 비빔밥 > < 신기생뎐 > 등 숱한 화제작과 흥행작을 집필한 임성한의 2013년 작품 < 오로라 공주 > 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150회 가까이 진행되는 현재까지 잡음과 불만이 끊이지 않는 문제작이다. 일일드라마가 이 정도로 '시끄러운' 이슈를 몰고 다니는 것은 매우 이례적 현상이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배우들의 연이은 하차다. 변희봉을 시작으로 박영규, 손창민, 오대규, 임예진 등 10명이 넘는 배우들이 죽거나 유학처리 되며 줄줄이 드라마에서 모습을 감췄다. 손창민은 "어제까지 촬영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드라마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다"며 황당한 심경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이제 관심은 누가 열한번째로 드라마에서 사라질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이해하기 힘든 기이한 장면들과 대사들도 속출했다. 변희봉과 임예진은 유체 이탈을 경험한 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고, 귀신과 영혼들이 꿈을 매개체로 빈번히 등장했다. 집안에 새로 들어온 며느리를 괴롭히기 위해 시누이들이 영어와 불어로 대화하는 장면이나, 그런 시집살이에 못 이긴 며느리가 술을 먹고 헤드뱅잉을 하는 촌극도 < 오로라 공주 > 에서는 일상다반사다. 심지어 "암세포도 생명이니 죽일 수 없다"는 이해하기 힘든 대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 오로라 공주 > 시청자 게시판에는 비난글로 도배가 되어있다. 아무리 막장 드라마가 유행이라고 하지만 공중파 드라마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도덕률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이 쯤에서 궁금해진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MBC 일일드라마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집필작가 임성한이 존재한다. 누구의 간섭이나 관여를 일체 거부하고 나홀로 집필을 고집하는 임성한은 시청자들의 의견은 물론이거니와 함께 작업을 하는 제작진의 조언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방송사, PD조차 함부로 건들 수 없는 드라마업계의 '슈퍼 갑'인 셈이다.

MBC의 방송 관계자는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 < 오로라 공주 > 건에 대해서는 임 작가가 모든 것을 다 처리하는 입장이다. 방송사에서 함부로 건들기 힘들다. 임 작가 또한 드라마에 신경 쓰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성한의 절대적 위치를 간접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MBC 일일드라마 < 오로라 공주 >

ⓒ MBC

' 시청률 지상주의'가 만든 임성한이라는 '괴물'

MBC가 수많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임성한의 드라마에 관여하지 않는 이유는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오로라 공주 > 는 평균 15~17%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SBS < 못난이 주의보 > 에 거의 더블 스코어차로 이기고 있는데다가 KBS < 루비반지 > 의 거센 추격도 잘 방어하고 있는 형국이다. 어찌됐든 결과가 좋다보니 MBC 또한 < 오로라 공주 > 에 대해서는 쉬쉬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대사와 기이한 장면들이 넘쳐흘러도 시청자들의 채널만 고정시킬 수 있다면 방송사 입장에서 손해 보는 장사는 결코 아니다. 비난은 한 순간이지만 수익은 영원하고, 조금의 잡음만 견뎌내며 억 소리 나는 광고 수익이 절로 떨어지니 방송사가 임성한의 손 끝만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현재 < 오로라 공주 > 의 광고는 30분 방송 기준으로 모두 완판된지 오래다.

그러나 이는 너무 무책임하고 치졸한 행태다. 시청률도 좋고, 돈도 좋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사라면 그 격에 맞는 품위와 의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는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 오로라 공주 > 처럼 비상식적 전개로 말초신경을 자극하기만 하는 작품을 어떠한 제재 없이 뒷짐 지고 두고만 보는 것은 공중파 방송사로서 일종의 직무유기다.

눈 앞의 수익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방송을 편성했으면 좋겠다. < 오로라 공주 > 를 둘러싼 잡음들이 시끄러워 질수록 방송사의 이미지 또한 추락한다는 것을 직시해야한다. 당장의 이득을 좇다가 훗날 수습하기도, 치유하기도 힘든 상처가 남을 수도 있음을 방송사는 엄중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MBC 일일드라마는 '막장'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그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임성한은 오늘날 방송사를 지배하고 있는 시청률 지상주의, 황금만능주의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보고 있는 이 시대 드라마업계의 '괴물'이다. 방송윤리와 상식, 최소한의 도덕률조차 발견하기 힘든 그의 작품은 막강한 시청률 파워와 광고수익을 이유로 너그러운 용서를 받고 있으며 임성한은 방송사 고위 간부들조차 절절매는 슈퍼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상식이고 무엇이 비상식인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혼탁한 세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방송사도, 시청자도, 드라마작가들도 모두 정신을 차릴 때가 됐다. 그래야 임성한 같은 괴물도, < 오로라 공주 > 같은 괴작도 더 이상 TV 브라운관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할 것이다. "지상파 방송이 막장과 아이돌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배우 조재현의 충고가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을 울리는 시대다.

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