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포유', 제작진의 '예능 교조주의'가 낳은 불편함
[오마이뉴스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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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 송포유 > 포스터 |
ⓒ SBS |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오해입니다'. 우리는 그간 숱한 논란들에서 이 같은 말을 들어 왔다. '사실 내가 의도했던 것은 이것이었는데, 그것을 네가 잘못 받아들이고 있다'는 화법은 논란의 당사자가 쉽게 논란에서 벗어날 구멍을 마련해 줌과 동시에 괜한 긁어 부스럼을 만든 상대방을 짐짓 지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키며 도마 위에 오른 SBS 파일럿 프로그램 < 송포유 > 도 비슷한 전략을 취했다. 24일 열린 3부 시사회에서 서혜진 PD는 " < 송포유 > 는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으로 소외된 학생들이 합창을 통해 작지만 좋은 추억과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기획했던 것"이라고 말했고, "3부까지 봐야 우리 프로그램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그래서 3부가 < 송포유 > 를 둘러싼 모든 논란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판단 보류'다. 일단 1·2부와 달리 자극적인 장면이 없는 것은 맞다. 3부의 대부분이 경연을 앞두고 막판 연습에 몰두하는 두 학교의 모습과 경연 장면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일 시사회에서 본 것은 3회의 전부가 아니었다. 두 학교 간의 승패가 갈렸고, 한 쪽이 기뻐하고 한 쪽이 슬퍼하는 모습까지는 공개됐다. 그러나 제작진이 말한 것처럼 '달라진 모습'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결국 3부의 끝까지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미 논란의 과정을 통해 < 송포유 > 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커진 데다, 경연의 결과와 폴란드 합창대회 결과까지 몽땅 알려진 상태다. < 송포유 > 이후 일부 학생들의 모습마저 화제가 되면서 프로그램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이 상황에서 얼마나 < 송포유 > 3부가 '재미'있고 또 '감동'적일지는, 모르겠다.
누구를 위한 노래?... < 송포유 > 출연자 모두 피해자
알다시피 학교폭력은 한국 사회의 커다란 문제다. 특히나 이것이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일이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더더욱 심각하다. 피해자에게 학교폭력의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하고, 가해자가 일정 정도의 죗값을 치르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사회의 몫이라 할 수 있다.
< 송포유 > 제작진의 패착은 이렇게 가볍지 않은 현실 속의 주제를 '예능적'으로 접근하려 했다는 데부터 시작한다. 1·2부에서 피해자의 이야기는 쑥 빠졌고, 가해자로 보이는 이들이 "사람을 땅에 묻었다", "한 번 쳤는데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혔다"고 말하는 내용만이 화면을 채웠다.
이건 '선택과 배제'의 문제다. 합창단이 가진 다양한 사연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사연들 중 일부를 선택해 보여주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다. '그림이 될 만한' 사연들만을 배치해 프로그램에 선정성을 덧칠한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제작진이라는 이야기다.
이 '선정성'은 1·2부 내내 계속된다. 학생들이 "전날 과음을 했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거나 교정에서 담배를 피우고, 제작진이나 친구들과의 마찰 끝에 연습장을 무단이탈하는 등의 자극적인 장면이 곳곳에 배치됐다.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 송포유 > 는 < 슈퍼스타K > 가 아니다. 단순히 프로그램의 '리얼함'을 보여주기 위해 집어넣은 화면이었다고 하기엔 위험성이 크다. 이미 < 송포유 > 는 처음부터 '열정 3%, 개념 3%' 학생들을 데리고 시작한다고 선포하지 않았는가. < 슈퍼스타K > 에서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참가자가 논란에 오르는 마당에, 소위 '문제 학생'들이 즐비한 프로그램에서 논란 하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건 너무나도 허술한 판단이다.
이렇게 '그림'만을 계산하고 '예능'만을 생각한 제작진의 '예능 교조주의'는 < 송포유 > 를 불편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버렸다. < 송포유 > 의 모두가 방송의 피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학교 학생들은 열심히 노력해도 폴란드에 갈 기회를 놓쳤으며, 또 다른 학교의 학생들은 '학교폭력의 가해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얼굴이 팔리'면서 신상 털기의 피해자가 된 것은 부가적인 문제다. 제작진은 "최선을 다해 방송 후에도 아이들을 관리하겠다"고 하지만, 쉴 틈 없는 방송 제작 환경에서 또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이들이 언제까지 학생들을 돌봐줄 수 있는가는 미지수다. 대체, < 송포유 > 는 누구를 위한 노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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