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신선하기는 한데"..크레용팝을 보는 복잡한 시선

2013. 7. 2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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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스타 유명준 기자] #1 지난 26일 KBS2 '뮤직뱅크' 대기실. 가수들이 크레용팝의 일명 '직렬 5기통 춤'을 따라하고 있다. 이 중독성 있는 안무가 크레용팝의 팬들 뿐 아니라 동료 가수들까지도 전파된 것이다. 일부 아이돌들은 마치 인사를 나누듯이 만나면, 서로 점핑을 하며 웃었다.

#2 29일 현재 각 음악차트 순위. '멜론'에서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실시간 차트 4위다. 올레뮤직에서는 5위고, 엠넷닷컴에서는 4위, 벅스뮤직에서는 2위, 네이버뮤직에서는 비스트를 꺾고 1위에 올랐다. 보통 음원순위가 상위권에서 시작해 떨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크레용팝의 선전은 놀랄 정도다.

#3. "보통 이정도면 난리가 나야 하는데 언론도 거리를 두고, 동료들도 따라는 하지만 언급은 피한다" 한 가요 관계자의 말이다. 크레용팝의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언급 논란 이후를 말한 것이다.

헬멧을 쓰고 독특한 안무를 선보이는 걸그룹 크레용팝(엘린, 소율, 금미, 초아, 웨이)이 가요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보는 복잡한 시선이 눈길을 끈다.

크레용팝은 지난 6월 20일 발매한 디지털싱글 '빠빠빠'로 고공인기 중이다. 이들이 음악프로그램에 등장하면 방청석에서는 수십 명의 남성팬들이 똑같이 헬멧을 쓰고 이들의 안무를 따라하며 소리를 지른다. 음원 차트 역시 수직 역주행이다. 곡을 발표한지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떨어지기는커녕 여타 선배가수들을 가볍게 누르고 있다. 보기 드문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크레용팝을 거론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이들의 소속사 대표가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에 글을 게재했고, 멤버들 역시 '노무노무' 등 해당 사이트에서 왜곡돼 사용되는 표현을 언급해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이라 비판했고, 일부에서는 크레용팝 대표가 실제로 일베에서 활발히 활동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이에 소속사 대표는 "(일베에) 접속한 사실은 맞지만 사이트를 이용한 사람이 같은 취지, 같은 목적으로 접속하지는 않는다. 콘셉트, 시기, 동향, 의견, 반응 등 정보 습득이었지 목적을 가지고 무엇을 조장하거나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크레용팝 역시 "저는 그 사이트를 알지도 못하며 제가 평소 즐겨 쓰는 어투를 쓴 것 뿐"이라며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라요 -웨이"라고 말했다.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矣 )는 '부처의 눈에는 모두가 다 부처로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모두가 다 돼지로 보인다'는 말이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크레용팝을 대놓고 좋아하기에는 찜찜하다. 일베를 검색하면 '일베용팝'이 뜨는 상황에서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동료 연예인들이나, 역시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들이 '크레용팝이 좋다' '크레용팝이 뜬다'라고 거론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룹 십센치의 권정열이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걸그룹 크레용팝의 사진과 "존경합니다"는 글을 함께 올렸고, 이에 한 누리꾼이 권정열 글 밑에 "크레용팝은 일베그룹인데"라고 적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물론 권정열은 "아, 일베건은 저도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고 사진을 올렸어요"라고 댓글을 달았지만, 연이어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이에 권정열은 "나 그거 안해요. 걱정시켜서 미안합니다"라고 해명한 뒤 해당 멘트를 삭제했다.

그래도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권정열은 18일 다시 한번 페이스북에 "크레용팝 같은 재미난 퍼포먼스를 하는 팀을 간만에 발견해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그곳(일베)에 가본 적도 없습니다. 얘기만 들었지. 오해하신 분들은 이 글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적어 일베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크레용팝을 보는 보통의 대중들의 시선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사례다.

물론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 마녀사냥식으로 오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순간의 글로 마치 '극우 걸그룹'으로 식으로 몰아간다는 말이다.

이런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크레용팝은 많은 팬들에게 자신들의 독특함을 어필함이며 인기 순항 중이다. 때문에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한 것이다. 대형기획사도 아닌 회사에서 섹시나 큐티가 아닌 독특함으로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이끄는 것은 인정하지만, 일베 논란과 이에 대한 무모한 대응에는 냉랭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역시 모른 채 고개를 돌릴 수 없다. 결국은 크레용팝 소속사 대표가 아닌 본인들의 입장 표명이 한번쯤은 필요한 시점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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