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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이 주연이다] (6) 엄효섭… 생계 위해 공장 가려던 그, 딸이 자랑스러워하는 배우가 되다

출처 조선일보 | 작성 정지섭 기자 | 입력 2013.01.25 03:21 | 수정 2013.01.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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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드라마 '학교 2013'에서 엄하지만 헌신적인 고교 교사 '엄대웅'을 연기하는 이 배우는 지난해 '골든타임'에서 까칠한 종합병원 의사를, '신들의 만찬'에선 주인공의 '진상' 양아버지 역을 맡아, 어떤 캐릭터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재주를 보여줬다. '조연이 주연이다'의 여섯 번째 주인공 엄효섭(47)이다. 최근 서울 광화문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먼저 '학교 2013'의 인기에 대해 물어봤다.

↑ [조선일보]최근 서울 광화문 카페에서 만난 엄효섭이 정면을 응시하며 포즈를 취했다. /성형주 기자

"길 가다 보면 중·고생, 학부모들까지 '와, 엄포스(극 중 캐릭터 엄대웅의 별명)다'라며 몰려와 손을 내밀어요. 저희 딸이 고1인데 친한 친구 두 명만 제 '정체'를 안대요. 큰일입니다. 비밀이 들통나면 여파가 만만찮을 텐데…(웃음)."

"선천적으로 끼가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평범하고 소심한 데다 가정환경도 좋지 못해 방황하다 찾은 돌파구가 고교(서라벌고) 연극부였죠. 배역을 맡아도 병사1, 주인공 친구 등 단역들만 했죠.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박수 받는 게 좋았어요."

무대를 통해 배우로 데뷔하고 성장한 뒤 '경제적 문제'가 한 계기가 돼 TV와 영화로 진출. 엄효섭이 걸어온 길은 상당수 연극계 출신 중견 배우들과 다르지 않다. 눈에 띄는 건 전업 배우로서의 첫 출발이 뮤지컬이라는 것. "1990년 서울 문화체육관에서 '캣츠'의 해적고양이 중 한 마리로 무대에 올랐어요. 1년 가까이 공연하다 비중 있는 고양이 캐릭터 '몽고제리'역 배우가 코뼈가 부러져 대신 섰다가 느낀 게 있었죠. 아, 노래도 춤도 안 되는구나(웃음)."

기본기를 다지러 정극으로 돌아온 엄효섭은 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의 작품에 주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려 갔다. 하지만 생계 고민도 조금씩 깊어졌단다.

"근형이 형 작품 '선착장'을 끝으로 배우를 접으려고 했어요. 먹고 살아야겠으니 공장이라도 다녀야겠다는 각오였죠. 경상도 사투리로 연기했는데, 이 공연을 영화사 사람이 보고 조연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 거예요. '로망스'(2006년)였죠. 미팅하러 영화사에 갔는데 돈을 연극보다 열 배는 더 주겠다고 해요. 계약하고 시나리오 받아들고 역삼역에서 집이 있는 잠실까지 지하철 여섯 정거장을 걸어왔어요, 너무 좋아서(웃음)."

이듬해인 2007년 고현정이 나온 드라마 '히트'의 연쇄살인범 역으로 '검색순위 1위'에 오르며 안방극장에도 산뜻하게 첫발을 내디뎠다. "작품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그이지만, '선덕여왕' '공주의 남자' 등 출연작 상당수가 성공하며 시청자들에게 각인됐고, 한때 등지려 했던 무대는 그를 따뜻하게 품었다. 박근형이 엄효섭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 '돌아온 엄사장'으로 2009년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은 것.

엄효섭은 "무대·영화·드라마 어디든 필요한 건 기교가 아니라 진정성과 열정"이라고 했다. "이젠 더 비중 큰 역할도…"라고 운을 떼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저라서 할 수 있는 게 있잖아요. 지금이 행복해요. 내 연기에 자부심도 쌓이고 있고. 무엇보다 딸이 자랑스워하니까요(웃음)."

최근 서울 광화문 카페에서 만난 엄효섭이 정면을 응시하며 포즈를 취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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