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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퀸' 최악이 된 호텔방 회상

출처 스포츠조선 | 작성 김준석 | 입력 2012.11.19. 14:08 | 수정 2012.11.19. 18:18

기사 내용

강산(김재원)은 천지조선 장도현(이덕화)회장 수하의 과잉충성으로 할아버지 강대평(고인범)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천지조선 장도현-장일문(윤종화)-박창희(재희)트리오의 훼방과 모략으로 천해주(한지혜)와 함께 진행했던 프로펠러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으면서, 그동안 강산을 지원했던 강대평의 대출 빚까지 떠안게 됐다. 덕분에 그가 꿈꾸었던 드릴쉽도 산산조각 났다.

강산은 하루 아침에 모든 걸 잃었다. 그에게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아버지를 잃었고, 오래전부터 간직해 온 꿈을 잃었다. 목표를 잃었다. 희망을 잃었다. 자신감을 잃었다. 개그감을 잃었다. 대신 그가 얻은 거라곤, 돈을 갚으라며 주먹부터 날리고 보는 사채업자들. 그렇게 강산은 가라앉을 일만 남은, 어둡고 거친 바다 한복판을 떠도는 난파선과 같았다. 누가, 무엇이 그에게 빛이 되어 주고, 등대가 되어줄 것인가.





사진=방송화면 캡쳐





천해주다. 강산에게 등대가 돼줄 수 있는 여자. 그러나 강산은 어둠을 뚫어 줄 유일한 빛줄기마저 외면한다. 소용없다. 쓸데없는 전력낭비다. 강산은 생각했다. 늘 해주를 지켜주던 강산이, 이제는 먼저 해주의 곁을 떠나려 했다. 조달순(금보라)이 걱정하듯, 해주의 짐따위가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강산은 자신도, 사랑도, 꿈도 포기했지만, 해주는 강산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꿈을 지켜주고 싶었다. 지켜내고 싶었다. 강산의 꿈은 곧 자신의 꿈이었고, 돌아가신 아버지들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해주는 강산을 찾아 다녔고, 어느 레스토랑에서 쉐프로 일하던 강산과 재회했다. 배를 만들어야 할 사람이 뭘 만들고 있냐면서, 해주는 강산을 강하게 질타했다. 강산의 반발은 예정된 코스. 결국 해주는 윤정우(이훈)의 '내가 네 삼촌이다!'에 이은, 출비고백 2탄 '나 윤학수 딸이다!'를 터트렸다. 해주의 충격고백에 강산의 눈빛이 달라졌다. 망가진 강산이 독기를 품는 강한 계기가 되었고, 해주의 곁에 남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





이렇듯 주말드라마 '메이퀸' 28회에서, 주인공 강산-천해주간의 스토리가 확실한 진전의 기미를 보였다. 일도, 사랑도. 강산에겐 더 이상 추락할 밑바닥이 없기 때문이다.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건 천해주도 마찬가지였다. 우여곡절 끝에 박창희(재희)와 장인화(손은서)가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해주는 15년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사랑했던 연인 박창희를 완전히 떠나보낼 수 있게 됐다.

그것은 곧 '메이퀸'시청자도, 더 이상 천해주-박창희가 아닌, 강산-천해주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조성됨을 의미한다. 사실 그동안 강산과 해주가 어린 애들 소꿉장난하듯 초딩스런 커플모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건 창희때문이었다. 해주와 창희가 이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둘은 같은 천지조선에 근무하며 늘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주를 키스 두 방에 창희에게 홀릭한 인화처럼, 강산과 급하게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박창희-장인화의 결혼은 강산-천해주의 러브라인이 보다 진지하고 성숙해 질 수 있는 새로운 기폭제가 된다. 박창희라는 장애물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해주가 창희를 남자로 조금의 미련이라도 갖는다면, 스스로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때문에 이제는 창희로 인해 닫힌 해주의 마음도 자유롭게 오픈이 가능해졌고, 강산도 좀 더 강하게, 남자답게 해주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됐다.

비록 해주와 창희가 둘만의 추억이 담긴 장소에서, 옛 연인이 나눌 수 있는 안타까운 마음의 교감이 있었다해도, 결혼식장에서 아무리 창희와 해주가 서로를 바라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해도, 그것은 순간으로 남을 뿐이다. 미운 적도 많았을 친구 인화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건넸던 해주라면 더욱 말이다. 해주의 개념행동이 창희와의 마지막 눈빛교환조차 애틋하게 표현되고, 시청자를 이해시킬 수 있었다.

아쉬운 건, 해주를 잊지 못한 창희의 회상씬이었다. 바에서 술에 취한 창희가 회상한 건, 해주와 호텔방에서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제작진은 왜 하필 호텔방에 장면을 회상씬으로 넣었을까. 창희와 해주가 연인으로 지내며 아름답게 기억할 만한 많은 장면들 중에, 굳이 호텔에서 보낸 장면을 넣을 필요가 있었나.

해주는 앞으로 강산과 사랑을 빠르게, 개연성있게 진행할 여주인공이다. 창희없는 해주가 강산에게 급하게 빠져들어도, 시청자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불필요한 창희의 호텔방 회상씬은, 마치 해주는 창희의 여자라고 시청자에게 강하게 각인시키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메이퀸의 주인공 커플인 강산과 해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마이너스가 된 최악의 회상씬이었다.

드라마에서 회상씬은 가급적 최소한으로, 긴요하게 사용될 때 효과가 빛난다. 그런데 창희의 회상씬은 사실상 필요가 없었다. 창희의 눈물, 해주를 부르던 떨린 목소리,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심정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해주가 이미 창희와 어릴 적 보았던 고래를 마음에 품고 살자는 회상을 선수친 후라, 굳이 지루할 수 있는 회상씬을 또 넣을 필요도 없었다. 그럼에도 우격다짐하듯 호텔방 회상씬을 넣은 건, 창희를 안쓰럽고 불쌍하게 보이도록 만들기보단, 말초적인 장면을 즐겨쓰는 메이퀸 제작진의 버리지 못한 습관의 연장처럼 보일 뿐이었다. <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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