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랑' 파비앙 "독도 문제, 남의 일 같지않다"

하유진 기자 2011. 8. 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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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하유진 기자]

파비앙 ⓒ송지원 기자

훤칠한 키에 깊은 눈동자, 날카로운 콧대. 누가 봐도 서양인이 확실해 보이는 그는 치즈보다 떡볶이를 더 사랑하는 남자였다. 한국인보다 더 깊은 '한국 사랑'으로 집중 조명되고 있는 파비앙의 얘기다.

파비앙은 지난 2007년 한국에 처음 왔다. 프랑스 파리에서 모델 활동하던 중 아시아에 파견이 결정됐다. 에이전시에서는 일본으로 가라고 했지만, 그는 평소 동경하던 한국을 요청했다. 원래 3개월 머무르기로 한 여정은 4년으로 이어져 이제 서울의 웬만한 명소는 제 손바닥 보는 하는 반 한국인이 됐다.

지난 11일 서울 홍익대의 한 카페에서 파비앙을 만났다. 어디냐고 전화를 걸었더니 "너무 더워 하나은행 안에 들어와 있다"라고 하기에, 내가 외국인을 만나는 게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5살 때 태권도를 시작하면서 한국을 알게 됐어요. 태권도에 대한 관심은 한국의 영화, 드라마, 음식문화 등까지 이어졌어요. 프랑스에서는 '드래곤볼' 같은 만화 때문에 보통 일본을 많이 좋아하는데, 전 태권도 때문에 한국을 좋아하게 됐죠. 처음 본 드라마는 '풀하우스'였는데 완전 재밌었어요. 또 태권도 시범단 '코리안 타이거즈'가 1년에 한번씩 프랑스에 오는데 그때 한국음악을 틀었어요. 음악이 너무 좋아서 찾아봤는데 이정현의 '바꿔'였어요. 12년 전엔 가사가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다 이해하니 신기하죠. 이정현, 비, 지오디, DJ DOC 좋아했어요."

아무리 한국을 좋아했다 해도 처음 보는 풍경은 낯설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배가 고팠는데 앞에 노점상이 있었어요. 그땐 아는 한국어가 하나, 둘, 셋이 전부여서 다짜고짜 '하나'하고 말했죠. 그 때 떡볶이를 처음 먹었는데, 한여름에 땀 뻘뻘 흘리면서 먹었어요. 그 후로 매일 한 번씩 떡볶이를 먹어요. 원래 매운 걸 전혀 못 먹어서 걱정했는데 신기했어요. 보통 서양인은 마늘 향을 싫어하는데, 전 별로 모르겠더라고요. 치즈도 싫어하고 와인도 한국 오기 전엔 안 먹었어요."

사실 '프랑스' 하면 한국인 절반은 '개고기'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난했기 때문.

"전 개고기 먹어본 적은 없는데 어차피 똑같은 것 같아요. 영국인은 개구리 먹고, 프랑스인은 말고기 먹는걸요."

한국에 와서 천국을 느꼈다는 그는 공동체 문화를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온 지 4년짼데 거의 매일 느끼고 있죠. 연습할 때 선배들이 물 사다주고, 밥 같이 해 먹고 하는 게 일상이에요. 외국에선 그런 경험이 없거든요. 매일 저녁 단체 카카오톡(스마트폰 채팅)으로 '김치 가져 갈게요', '밥 가져 갈게요' 하고 정해서 다음날 다 같이 먹어요. 프랑스는 자기 먹을 샌드위치만 가져오거든요."

파비앙 ⓒ송지원 기자

그는 최근 이종격투기 선수 임수정 사건으로 인해 화제가 됐다. 일본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 남성 코미디언 3명으로부터 구타를 당한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미니홈피에 분노의 글을 올린 것.

"원래 임수정 선수에 대해선 몰랐는데, 뉴스로 보고 영상을 찾아봤어요. 그때 너무 흥분해서 아이폰으로 미니홈피에 막 올렸어요. 그런데 기사가 나왔기에 깜짝 놀랐죠."

일본인 친구에게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힌 사진도 화제가 됐다. 그는 '독도'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프랑스 옆에 아르자스라는 땅이 있는데 독일이 자기 땅이라고 우겼어요. 100년간 싸우다 결국 프랑스 땅으로 됐죠. 그래서 독도에 대한 한국인의 억울함을 더 잘 공감하는 것 같아요. 그 후로 독도에 대한 책도 읽고, 한국 영토인 걸 확인했어요. 친구에게 입힌 건 재미로 한 거고, 그 친구도 알고 있었어요."

인터뷰 도중 사진 촬영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자리를 비운 카페 안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인터뷰하던 자리엔 노트북과 휴대폰 등 소지품이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었다. 촬영을 끝나고 10분 후쯤 돌아왔을 때, 물건은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이런 점도 정말 좋아요. 한국에선 두고 나와도 상관없더라고요. 프랑스에선 지하철 탈 때 아이폰 꺼내도 위험해요. 훔쳐가려고 하거든요."

인터뷰가 바로 있기 하루 전날, 한일전 축구 경기가 있었다. 그는 말을 뱉자마자 "씨. 이겼어야 하는데"라는 말부터 뱉었다. 한국과 프랑스가 축구를 하면 그는 과연 누굴 응원할까.

"지난 월드컵 때 한국 C조 프랑스 D조였어요. 대진표 보고 만약에 둘 다 올라가서 붙게 되면 어쩌나 고민했어요. 원래는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을 너무 좋아했는데 한국이랑 붙으면 정말 누굴 응원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프랑스가 떨어져서 다행이었어요."

파비앙은 오는 9월 열리는 뮤직드라마 '어쿠스틱 러브'에 출연한다. 음악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음악과 사랑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내용. 파비앙은 '프랑스에서 온 파비앙'이란 역할을 맡았다.

"최종 목표는 연기자로서 한국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거에요. 한국 영화나 드라마 시장이 외국인에게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다니엘 헤니나 줄리엔강 빼곤 거의 없으니까요."

추가로 질문할 것이 있어 전화를 걸었더니 "가는귀가 먹어서 잘 안 들려요"라고 했다. '가는귀'는 정말 토종 한국인만 쓰는 말인데, 실소가 터졌다. 언제 한번 맛있는 떡볶이를 먹자는 말을 끝인사로 나눴다.

그는 귀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스스로 한국인이란 생각이 들고, 한국인에게 인정받으면 귀화하겠다고. 프랑스인 파비앙이 아닌 한국인 파비앙으로 만날 날이 멀지 않은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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