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 ②] 안내상 "학생운동 올인..시위하다 수감생활도"

김인구 2010. 6. 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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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김인구] ▶ 안양 교도소 8개월 수감

-원래 목회자를 꿈꿨다면서요. 연세대 신학과 출신이잖아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교회를 나가게 되면서 줄곧 목회자를 생각했어요. 그래서 신학과에 진학했는데, 80년대 중반의 대학 사정은 참 치열했습니다. 탈춤 동아리를 통해 학생운동을 접하게 됐고, 나중에는 목회자의 꿈을 포기하고 사회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학생운동에 열심이었죠."

-화염병도 던졌나요.

"그럼요. 특히 4학년 때인 87년 6월 항쟁을 맞이하면서 절정에 달했죠. 노태우 대통령 취임식 때 시위에 휘말려 안양교도소에서 8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어요. 그땐 목숨도 부질없다고 생각할 때였습니다. 아주 뜨겁게 살았죠."

-뭘 하면 푹 빠지는 스타일인가 봅니다.

"맞아요. 대학 입시도 막판 세 달간 2시간만 자면서 공부했어요. 목회자의 관념론을 포기하고 유물론의 학생운동에 뛰어든 것도 제 성격과 무관하진 않습니다. 전혀 저와 거리가 멀었던 연기자가 된 것도 어찌보면 이런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테이블에는 벌써 병맥주 4병, 소주 2병이 뒹굴고 있었다.

▶ 한양 레퍼토리 출신

-그럼 대체 연기는 어떻게….

"학생 운동의 한계에 부딪쳐 피폐한 생활을 할 때 한 선배가 제게 연기를 추천했어요. 그리고 공연예술아카데미를 소개시켜줬죠. 평생의 은인인 최형인 한양대 교수님을 만났고, 그 분을 통해 연기의 세계에 흠뻑 빠졌어요. 1년 후 한양 레퍼토리에 들어가면서 모든 게 새롭게 시작됐죠."

-연기가 뭐가 좋았나요.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연기를 하는 사람들의 정서도 좋았고요. 그때 같이 했던 사람들이 이문식·권해효·유오성씨입니다."

-드라마에 문영남이라면, 연극에는 최형인 교수네요.

"그렇죠. 그렇게 치면 영화에는 이창동 감독님이 계세요. 얼마 전 '시'에도 출연했지만 2002년 개봉한 '오아시스'에서 저를 영화로 이끌어주신 분이죠."

안내상의 데뷔 무대는 사실 스크린이었다. 1994년 단편영화 '백색인'으로 연기의 첫발을 뗐다. 그리고 1997년 '나쁜 영화'를 계기로 본격적인 상업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나 대개는 두드러지지 않는 조연이었다. 평범한 샐러리맨이나 주인공의 아버지 정도였다. 그런 그를 대중에게 알린 게 바로 '오아시스'였다. 그는 주인공 설경구의 형을 연기했다. 설경구가 2006년 이혼하기 전까지 그는 설경구의 손위 처남이었다.

▶ 어머니 살아계셨다면

-가족들도 좋아하죠.

"특히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가장 좋아합니다. 아내도 기뻐하고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게 좀 안타깝죠."

-어머니가 언제 작고하셨나요.

"이 얘기하면 눈물 나오는데…. 2001년에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줄곧 병상에만 계시다가 2005년 돌아가셨어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암담해요. 정말 병원비가 한 푼도 없었거든요. 그 이후로 영화 출연을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아버님이 직접 작명하셨다고 들었어요.

"참 특이한 분이죠. 저는 집에서 낳아서 내상이, 형은 외갓집에서 낳아서 외상이. 이름 때문에 놀림도 많이 당했어요."

-부인과의 결혼 스토리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1998년 결혼했어요. 워낙 무명일 때였죠. 그 이상은 쑥쓰러워서 말씀 드리기가 그렇네요. 아내나 딸은 저 때문에 불편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 그냥 친근하고 편안한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어요."

아직도 주위 시선이 불편해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외출한다"는 그는 인터뷰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했다. 이날은 마침 23일 새벽 나이지리아전을 불과 몇시간 앞둔 때였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마지막 소맥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는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에 억울함을 나타냈다. "아니 세상에 연기자들이 목숨 거는 막장이 어디 있답니까? 진정성은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사진=김민규 기자

[취중토크 ①] 안내상 "목숨걸고 연기했는데 막장이라니 억울" [취중토크 ②] 안내상 "학생운동 올인…시위하다 수감생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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