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공주가 만진 것은?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서동요(薯童謠)는 백제 30대 무왕(재위 600-641년)인 서동(薯童)이 신라 26대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공주(善花公主)를 아내로 삼기위해 만든 다음 아이들을 부추겨 유행시킨 노래로 알려져 있다.
「삼국유사」에 수록된 가사와 그에 대한 해독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善化公主主隱/他密只嫁良置古/薯童房乙/夜矣卯乙抱遣去如(선화공주님은/남몰래얼려두고/막동집을/밤에 몰래 안고 간다). 세세한 해독에 이견도 많으나 선화가 밤마다 서동을 찾아가 사랑을 나눈다는 뜻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서동요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마지막 구절 "夜矣卯乙抱遣去如".더욱 엄격히는 여기서 "卯"(묘)라는 글자는 특히 논란거리다.
거의 모든 연구자가 이 글자를 "卯"(묘)라고 풀었으나, 「삼국유사」 현존 모든고(古)판본은 卯가 아니라, 분명 夕과 P(우방부 모양과 비슷한 글자)를 붙인 "夕+P"모양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모를 리 없는 대다수 연구자는 이 글자 "夕+P"(음은 "석")를 卯의 다른 글자(이체자)라고 단정하고서 연구를 진행했다.
예컨대 남풍현 단국대 명예교수의 경우에는 卯를 발음대로 읽어 고구마 비슷한식물인 마(薯)라고 보았다. 이에 따르면 선화공주는 "밤에 마를 안고 간" 셈이 된다.
이보다 더욱 재미있는 해독은 초기 향가 연구자 중 한 명인 고 서재극씨. 그는 "夕+P"를 卯의 이체자(異體字)로 본 것은 그렇다 치고, 더 나아가 卵(알란)이 본래 글자였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면서 이를 새김, 즉 "알"로 풀었다.
이를 발판으로 그는 문제의 "夕+P"은 곧 "불알"일 것으로 추정했다. 남자에게 "알"(卵)이라고는 이것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런 견해를 따른다면 선화는 서동의 불알을 만지작거린 셈이 된다.
그런데 향가 표기 등에 쓰인 향찰과 같은 고대 한국어에 특히 관심이 많은 한네티즌이 서동요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문제의 "夕+P"이라는 글자가 남자와 여자의성기를 가리키는 딴 글자라는 증거를 찾아냈다.
국내 모기관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최범연(44) 박사. 그는 이 글자가 조선영조 24년(1748) 편찬된 만주어 학습교재 「동문유해」(同文類解)에서 남근이라는뜻으로 쓰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동문유해」 중에서도 신체와 관련되는 말들만 모아놓은 상권 "신체"(身體) 조에는 ▲<夕+P>胞 ▲<夕+P>子 ▲<夕+P>毛라는 용어를 들고 있다. 그러면서 이 학습서는 그 뜻을 각각 ▲불(불알) ▲불알 ▲음모(陰毛)라고 풀고 있다.
이로 볼 때 최 박사는 "夕+P"이라는 글자는 성기를 뜻하는 글자임이 명백하며,나아가 서동요에서 쓰인 이 글자 또한 같은 뜻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해독에 따르면 서동요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이 해독된다.
"(선화공주님은) 밤에 (서동의) 불(알)을 (쥐)무르고 간다". 이러한 해독에 대해 남풍현 교수는 "서동요의 동화적 성격으로 봐서 너무 천박하며 흉칙해서 따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사진있음>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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