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개그맨 김정구, 팽목항에서의 사흘.."구급차 막고 선 보도차량들.." ①

2014. 5. 1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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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찾아온 믿기 힘든 비극에 전 국민이 슬픔에 빠져들 새도 없을 당시, 무명 개그맨의 이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MBC 공채 20기 개그맨 김정구(24). 산업잠수 전공을 살려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 민간잠수부로 자원봉사를 나선 것이 그 이유였다.

진도를 떠나온 이후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도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애도가 먼저"라며 정중히 고사하던 그를 지난 9일 오후가 돼서야 만날 수 있었다. 김정구가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인들도 왜 가게 됐냐고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가야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할 수 있는 걸 안 하고 있다는 불편한 마음이 계속 들었어요."

[현장사진제공=김정구]

해양과학고를 다닌 김정구는 지난 2009년 개방수역다이버(오픈워터) 자격증을 딴 것을 시작으로 국가기술자격법에서 인정하는 공인 자격증(잠수기능사, 잠수산업기사)를 보유한 민간잠수사다. 관련된 국제자격증만 해도 5개가 넘고, 전문적인 잠수사를 육성할 수 있는 자격도 이미 갖춘 상태다.

진도에 가겠다는 결심을 한 뒤엔 백방으로 방법을 찾았다. 그리곤 모교(한국폴리텍3대학)와 국제스쿠버학교(SSI) 등을 통해 민간잠수사들과 팀을 꾸린 뒤 지난달 17일 오후 10시10분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18일 새벽 광주 터미널에 도착해선 "노숙 아닌 노숙을 했다"는 그는 이날 오전 7시 마침내 진도에 발을 디뎠다.

[현장사진제공=김정구]

김정구와 팀을 꾸린 여덟 명의 멤버들(최만규, 서재현, 정성, 윤덕규, 박상근, 김남기, 김사왕)은 베테랑이었다. 민간잠수업체 대표로 있는 다이버부터 해외에서 활약하는 숙련된 잠수사들이었다.

"팽목항 주차장에 도착해선 사실 화가 났어요. 팽목항 바로 옆에는 KBS를 포함한 언론사들의 취재차량밖에 없더라고요. 간간히 해경의 차량이 보였죠. 보도차량이 팽목항에서 가장 가까운 공간을 다 차지하니, 구급차는 한참 뒤편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더라고요."

[현장사진제공=김정구]

언론사 간의 과열된 취재경쟁에 정작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할 차량은 뒤로 내몰린 혼란스러운 현장을 목격하니 김정구는 화가 나고, 참담한 심경도 들었다고 했다.

18일 오전 9시40분경 김정구 일행에게 "세월호 위에 정박할 배를 구했다"는 강대영 잠수사 일행(총 3명)이 현장에서 합류하며 바다로 나갈 채비를 했다. 강대영 잠수사는 앞서 JTBC '뉴스9'에서 '언딘 의혹'을 폭로한 주인공이다.

[현장사진제공=김정구]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배가 도착하지 않았다. 이들 일행은 팽목항에 발이 묶인 채 속만 태우고 있을 때, 해경 이춘재 국장의 도움으로 3000톤급 방제선에 몸을 싣고 현장에 나가게 됐다. '혼돈의 극치'였던 팽목항에서 김정구 일행이 사고현장으로 향한 시간은 19일 새벽 2시40분이었다.

이날 새벽 3시 30분, 제1다이버였던 윤덕규 잠수사를 시작으로 한 본격적입 작업이 진행됐다. 이들 일행은 사실 세월호 침몰 나흘째인 지난달 19일 바닷속에서 세 구의 주검을 최초로 발견한 팀이다. 이후 시신 발견과 인양 과정을 놓고 진실공방이 이어지며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서 해명을 거듭하기도 했다.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제1다이버인 윤덕규 씨가 잠수했을 때, 세월호의 바닥은 이미 완전히 가라앉아 수면을 향해 누워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세월호의 3, 4, 5층은 유리창까지 물이 가득 차 있었고, 세월호 폭의 22m를 더해 해역 수심은 45.5m에 달했다. 윤덕규 다이버는 입수 당시 총 세 구의 주검을 확인하고, 통신을 통해 시신의 인상착의를 설명한 뒤 상승했다. 이후 제2다이버, 제3 다이버가 입수해 '시신 인양' 등 본격 수색작업을 진행했지만 바닷속 상황이 좋지 않았다. 김정구 일행은 다음 정조시간(11시17분)을 기다리는 중 해경과 UDT 선박을 만나 작업내용을 전달했고, 해경에서는 곧이어 민간업체 언딘과 계약을 하며 민관군 연합팀이 소집됐다. 입수 차례를 기다리던 김정구는 현장 상황으로 그날까지의 작업을 끝으로 진도를 떠나게 됐다.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팽목항에서 돌아온 이후 긴 시간이 지났지만, 김정구가 보내는 날들은 그리 편치 않다. 차디찬 수면 아래에 어린 학생들을 남겨두고 왔다는 죄책감에 집으로 돌아온 이후엔 잠을 제대로 자는 날이 드물다. 잠이 들기라도 하면 악몽을 꾸는 날들이 더 많다. 매주 일요일 밤 '코미디에 빠지다'에 출연하면서도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세월호 침몰사고와 함께 자신도 모르는 새에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 그게 고마우면서도 죄스럽다고 한다.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제가 무능하다는 사실이 힘들더라고요. 바다 상황이나 혼란스러웠던 현장의 문제도 있었지만, 철수해야할 때엔…그 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죄책감도 컸고, 슈퍼맨이 배를 들어올려주길 바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도 했어요. 누구든 돕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을 테지만, 구조작업에 이견도 컸어요. 이번 일을 겪으며 후엔 사단법인 민간잠수사 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되잖아요. 준비를 해둔다면 이런 비극이 다시 오진 않겠죠."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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