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으로 셀프집짓기 뚝딱..김병만은 이제 '건축의 달인'

2013. 8. 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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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맨'의 새로운 도전..가평에 한글주택 프로젝트 성공

어릴적 건축업하는 아버지보며 꿈키워모델 제의한 건축시공사에 제안설계부터 공사현장까지 직접 참여

"비싸고 멋진집보다 실용적인 집이 최고누구라도 집짓는 일 시도해 보세요"

그 남자의 삶엔 끝도, 한계도 없다. '달인'(KBS 2TV '개그콘서트')으로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몸도 쓰고, 머리도 쓰고 안 해본 것이 없다. 경계 없는 무한도전에 한때는 '건강우려론'까지 제기됐다. 프로그램 코너 종영 이후 멈춘 줄 알았던 그의 도전은 '정글'(SBS TV '정글의 법칙')에서도 계속됐다. 자꾸만 '사서 고생'이다. 방송만 해도 모자란 하루에 따놓은 자격증만 15개. 그런 김병만(38)이 이번엔 건축가로 도전했다.

"언젠가부터 새로운 것을 배워 내 것으로 만드는 일에 중독이 됐어요. 경험 삼아 시작한 건데 욕심이 생겼고, 흔적을 남기게 됐어요. 그 경험들이 방송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요. 건축가요? 수십명의 전문가에게 배우는 일이에요. 지금 해낸 이 작업으로 언젠가 혼자서도 집을 짓고, 또 집을 지어드리고 싶습니다."

경기도 가평 설악면, 서울에서 한 시간을 달려간 이곳엔 김병만이 설계부터 공사까지 직접 참여한 전원주택 한 채가 자리 잡고 있다. 아직은 모래와 자갈이 어지러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곳, '짙푸른 산들이 만들어낸 바다'와 마주하고 선 아담하지만 모던한 '청담동 스타일'이다.

모델 제의가 들어온 건축 시공사에 김병만은 특별한 제안을 했다. "모델료를 받는 대신 직접 집을 지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자신이 살 집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직접 짓고 싶었고, "1억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걸로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집을 향한 김병만의 남다른 애착도 있었다.

'도전의 아이콘' 김병만이 이번엔 '건축가'로 도전했다. 경기도 가평에 1억원으로 전원주택을 짓는 일. 지난 2월 설계를 시작해 5월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해 이달 완공된 김병만의 '드림하우스'는 '한글처럼 누구나 쉽게 쓰고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한글주택'이라고 이름 붙였다. [가평=김명섭 기자/mirson@heraldcorp.com]

김병만은 시골사람이다. 전북 완주군 화산면의 작은 산골마을 출신. 유년 시절엔 포항의 바닷가에서 잠시 살기도 했다. 포항에서 집 짓는 일을 했던 아버지의 사업이 어그러진 이후 김병만과 가족들은 셋방살이를 전전했다. 빚 때문에 이사를 다닌 기억도 10여차례다. 고등학교 땐 400만원짜리 허물어져 가는 집에서 여섯 식구가 몸을 뉘었다. 아버지가 집을 짓는 일을 곁에서 지켜보던 소년은 그때부터 꿈을 키웠다. '우리 집'을 갖고 싶다는 꿈이다. 뒤늦게 건국대 대학원에서 건축공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부모님께 집을 지어드리고 싶었어요. 개그맨이 되고 돈을 벌어 시골에 703평짜리 땅을 샀어요. 밭도 딸린 집을 지으려고요. 아버지께 선물할 집이었죠. 작업을 진행하던 그때 아버지가 치매로 건강이 나빠져 그 집에 살 수 없게 됐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엔 결국 그 집을 팔았어요."

기회를 잃었지만, 김병만의 마음 한쪽엔 늘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했다. 공장에서 찍어낸 똑같은 집이 아닌, 가족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돼주는 곳. 가족들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시크릿한 공간. 가장이 된 지금 김병만은 그 집을 이곳 가평에 짓게 됐다.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늘 흙을 만지며 살고 싶었어요. 서울에 올라와 바쁜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도 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나중엔 다시 시골로 돌아가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잖아요."

1억 집짓기 프로젝트는 여기에서 출발했다. "흔히들 전원주택은 특별한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들이 지을 수 있는 전유물처럼 생각한다"는 그는 "하지만 요즘의 집은 더 이상 재산 증식이나 투자의 수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건축사, 시공사 대표와 만나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모듈화된 블록을 통해 직접 설계를 했다"는 그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 형태를 취하게 된 주택의 모습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ㄴ(니은)자와 ㄷ(디귿)자 형태로 만들어진 그의 모형 집을 본 김병만은 이 주택을 '한글주택'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글처럼 누구나 쉽게 지을 수 있는 집'이라는 의미다.

설계부터 참여한 그는 직접 굴착기로 땅을 파고, 철근 콘크리트를 세우는 작업에 착수하며 661㎡(200평)의 부지에 아담한 2층 주택을 지었다. 1층엔 거실과 주방이, 2층엔 곧 사춘기가 될 딸의 방과 김병만 부부의 방으로 만들어졌다.

1억원으로 집을 짓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병만은 "1억과 2억은 너무나 큰 차이"라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해 누구라도 집을 짓는 일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억원에 맞춰 집을 지었다"고 했다.

"비싸고 멋진 집보다는 실용적인 가족의 공간,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시크릿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집보다는 마당이 넓은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마당 울타리엔 살구나무와 자두나무를 심었어요. 계절마다 계절 과일을 맛볼 수 있죠. 전주에 살고 계신 어머니가 집을 가꾸는 모습에서 배웠습니다. 다시 흙을 만지며 살게 됐어요."

가평=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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