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공교육 비판했을 뿐..난 사교육업자"

입력 2010. 6. 29. 17:42 수정 2010. 6. 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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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렌 음악원' 열어…논란 발언들 소신 주장(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옆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민 가수 신해철(42)의 머리에는 작은 뱀 문신이 또렷했다. 지난해 간과 위에 적신호가 와 병원 신세를 진 그는 볼 살이 몰라보게 빠졌다.

지난해 12월 강남구 역삼동에서 실용음악학원 '싸이렌 음악원'을 연 신해철을 학원 내 그의 사무실에서 28일 만났다. 한쪽 벽면은 책들로 빼곡했고 한켠은 각종 술이 즐비했다. 모두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는 폭신한 소파에 앉아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치고 있었다. 정면 벽면에 걸린 대형 모니터에 트위터가 열려 있고 그는 글을 올리는 중이었다. 평소 그가 방송, 공식홈페이지(신해철닷컴), 트위터를 통해 세상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날리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만큼 자연스레 모니터에 눈길이 갔다.

사설 음악학원을 연 신해철과의 대화도 한때 논란이 된 그의 교육관에 대한 얘기로 시작됐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입시 위주 교육을 비판했던 그가 지난해 한 입시학원 광고 모델로 나선 데 이어 입시생과 가수 지망생을 위한 음악 학원까지 열었으니 설명이 필요했다. 게다가 이 학원의 교육 모토는 '스파르타식 강경 음악교육'이다.

자칭 '사교육 업자'라는 신해철은 타칭 '쾌변 독설가'라는 별명답게 화제가 됐던 각종 발언에 대해 막힘없이 주장을 펴나갔다.

다음은 신해철과의 일문일답.--입시 위주 교육을 비판하면서 학원 광고에 등장하고 학원을 운영하는 건 어폐가 있는데.▲입시 위주 공교육을 비판했지, 지금껏 내 발언 중 사교육에 부정적인 시각은 없다. 학생 때부터 내게 학교는 시간 낭비였다. 중고등학교 때 수업을 제대로 들은 적이 없고 참고서로 공부했다. 인성적으로 감화되지 않는 선생들에게 고개 숙이는 위선도 짜증 났다. 지식을 가르치는 전문가에게 '하드하게' 배우고 나머지 시간에는 내 생활을 갖고 싶었다.

--사교육 과열이 가져오는 문제점도 있지 않나.▲사교육의 기능과 비용 문제를 구분 못 한 것이다. 사교육이 악인 것은 가정경제를 압박하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사교육 문제를 지적하려면 비용 문제를 짚어야 한다. 학원이 영세업에서 벗어나 전국 체인화된 대기업이 되면 박리다매가 가능하다. 입시 학원 광고를 한 것도 그 학원이 대형 체인이었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가 21세기 소멸할 첫 번째로 꼽은 게 학교였듯이 난 공교육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학교는 대중을 통제하고 정권에 맞는 인간형을 만들려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

--사교육의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이 학원에서 신해철만의 교육 방식이 있나.▲학원생에게 보컬, 악기, 화성악을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필드에서 싸운 선배의 경험과 프로듀서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다. 우리 때는 '어떻게 해야 내 음악이 실현되느냐'를 고민했다면 지금 아이들은 '어떻게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느냐'가 관심이다. 그릇된 이론이 설치니 여자는 키 165㎝에 쭉쭉빵빵하고 춤을 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음악인이 될 10대의 생각부터 되돌려야 한다. 눈과 귀를 열어주고 음악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칠 것이다. 음악을 제대로 가르치면 대학에도 붙는다. 입시 수강생이어도 입시 자체가 목적이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것이다.

--과거 간통제 폐지, 대마초 합법화 발언에 이어 최근에도 논란이 된 발언이 많아 그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해 신해철닷컴에 쓴 '북한 로켓 발사 경축' 글로 보수단체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도 했는데.

▲안보 이슈는 대국민 겁주기 용으로 사용된다. 로켓 발사 상황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적법하다고 생각한 국가도 많다. 정보가 차단되니 대중은 바보가 된다. 내 의도는 '북한이 인민군복을 입은 늑대'라는 반공 포스터 세대에서 벗어난 사람들, 북한을 동포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표시였을 뿐이다. 보수단체도 애국한다고 뛰고 있으니 나와 방법이 다를 뿐 무시하지 않는다. 이런 글이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을 노무현 대통령 때 살았다. 집과 차는 한 단계 내려 못 살듯이 자유도 내려 못 산다.

--한 인디밴드와 표절 시비에 휘말린 씨엔블루에 대해 '씨엔블루가 인디 밴드면 파리가 새, 씨엔블루가 진짜 밴드면 내가 은퇴한다'라는 발언으로도 시끄러웠다.

▲'표절이다, 아니다'를 떠나 씨엔블루 음반제작자의 언행을 지적한 것이다. 사실 이 글도 신해철닷컴에 오른 네티즌의 글에 대한 한 줄 댓글이었다. 그러니 말투도 거칠고 좋은 단어가 아니었다.

--방송에서 서태지의 음악보다 자신이 몸담은 밴드 넥스트의 음악이 뛰어나다고 말해 서태지 팬들의 원성도 샀는데.

▲하하. 그건 사실이다. 넥스트 음악이 뛰어난 이유는 내가 아닌 팬들이 얘기해줘야 할 것 같다.

--정치, 사회, 음악 분야를 막론하고 세상을 향해 소신 발언을 하는 이유가 뭔가.▲거침없지 않다. 한국에서 연예인 목숨은 파리 목숨이다. 세상에 대해 나 정도 발언 안 하는 사람이 있나. 솔직히 내 발언은 (인터넷 공간 등에서) 물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답변이었다. 내가 먼저 주제를 정해 언급한 경우는 드물다. 신해철닷컴에도 6개월간 글을 안 썼다. 나도 솔직히 귀찮다.

--하지만, 방송에서 굳이 '내 알몸을 본 여자가 100명'이라는 발언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이 발언에 대한 '클레임(claim)'은 아내만이 제기할 수 있는데 일부 언론이 내 가정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던데 그건 못 참는다. 방송 전체를 보면 핵심은 그걸 자랑한 게 아니다. 20대에 록스타로 살며 겪은 내 라이프 패턴에 부끄럽지 않다는 의미였다. 난 결혼 후 스캔들이 난 적이 없고 온전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여러 여자와 동침하는 것과 한 여자를 만나 5번 낙태시켰다면 어느 쪽이 더 나쁜가. 다수와의 동침은 선도 악도 아니다.

--소신 발언이라지만 악플도 엄청 달리던데.▲악플 자체가 시대를 느끼고 교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니 스트레스받는다. 그렇다고 악플에 상처받아 자살 생각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쾌감을 느끼진 않는다. 누구에게나 타인이 나를 미워한다는 것은 힘겹고 고통스럽다.

--음악 얘기를 좀 해보자. 2008년 12월 6집 '넥스트 666'을 내며 3부작으로 낼 것이라고 했는데 한장을 내고는 후속작이 없다.

▲존재하지 않는 녹음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느라 작업에 시간이 소요됐다. 넥스트 새 음반을 들으면 드럼을 기계로 찍은 것인가, 사람이 친 것인가 헷갈릴 것이다. 대중이 알아주길 기대하는 건 힘들지만. 음악 색깔도 굉장히 어둡고 흑인적이다. 드러머가 바뀌면서 밴드 색깔이 바뀌었는데, 드러머 김단 씨가 조상이 의심될 정도로 흑인 비트의 드럼을 친다. 약 2년의 시간을 끌었는데 초조하고 싶지 않다. 음반 시장이 활성화되면 빨리 내는데, 거기서 거기지 않나.

--늘 음악 시장에 대한 강한 냉소가 묻어난다. 한 방송에서 '대중의 음악 수준이 낮다'는 발언도 그 맥락인가.

▲음악 시장 현실을 논할 때 아티스트의 책임론은 활발한데 대중의 책임은 누구도 얘기 안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아티스트도 대중의 일부이니, 아티스트의 면피가 아니다. 요즘 대중은 표절 문제가 벌어져도 아티스트가 타격받지 않을 정도로 관대하며 새로운 멜로디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는 각박하다. 1990년대에 비해 음악계가 상업적으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속도로 퇴보해 하향 평준화가 됐다. 과거에 비해 대중의 수준이 고꾸라진 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시스템의 문제는 뭘 뜻하나.▲10-20년 전에는 김기덕, 황인용, 전영혁 같은 DJ가 있는 라디오가 가이드 역할을 했다. 또 과거에는 LP, 카세트와 워크맨 등 세대별로 상징하는 시대정신이 있었지만 지금은 부재하다. 요즘은 '뉴 디바이스(new device)'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 전에 다시 새로운 게 나온다. 그로 인해 예전에는 주관적인 답에 이르기 전 (음악을 듣는) 일반적인 공식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혼란이 야기된 시대여서 어떻게 중심을 잡느냐도 개인이 결정한다.

--언론에 대한 불만도 큰가.▲언론도 시스템이 문제다. 여러 미디어들이 난립하면서 한 줄 제목 안에서 승부를 보는 시대다. 그 안에서 최소한 언론이란 자각을 한다면 없는 말을 쓰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고의로 파손시키는 법적인 반칙은 자제해야 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사용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인가.▲전혀. 난 전화도 전화하는 기구로만 사용한다. 손에 다한증이 있어 '터치' 기계도 사용할 수 없다. 디지털 시대의 장애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하.

--건강은 많이 회복됐나.▲술 끊고 운동도 열심히 해 살이 빠졌다. 간이 문제였는데 의사가 엑스레이와 CT 촬영 후 "'100분 토론'에서 용감하게 행동하는 이유를 알겠다. 간이 부어서 배 밖으로 나왔다"더라. "이제 치료했으니 겁이 좀 많아질 것"이라고 말하더라.

--1988년 무한궤도로 데뷔한 이래 22년간 자신의 노래 중 뜨지 못해 아쉬운 한곡을 꼽으라면.

▲'민물장어의 꿈'이다. 팬이면 누구나 알지만 뜨지 않은 어려운 노래다. 이 곡은 내가 죽으면 뜰 것이다.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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