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여성 세계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김영주 2010. 4. 2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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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김영주]

오은선(44·블랙야크)이 세계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했다. 오은선은 27일 오후 00시 00분(현지 시각)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올랐다. 1997년 7월 17일 최초의 8000m 봉우리 가셔브룸Ⅱ(8035m)에 발을 디딘 이후, 12년 9개월 10일만이다. 이로써 그는 세계에서 20번째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마운틴히어로, 그리고 최초의 마운틴 헤로인이 됐다.

오전 1시 45분 안나푸르나 해발 7200m 지점, 오은선은 희박한 공기 속에서 정상을 향한 첫 걸음을 뗐다. 작년 가을 이 지점까지 진출했지만, 제트기류로 인해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던 곳이다. 그러나 이날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는 포근했다. 불과 2~3일 전까지 거세게 불던 초속 15m의 바람이 잦아든 것이다.

"할 수 있겠다" 오은선이 입 안에서 작은 외침이 맴돌았다.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체지 셰르파가 길을 뚫고, 오은선이 뒤따랐다. 그 뒤로 KBS 방송 촬영팀 4명과 전날 함께 캠프4에 오른 스페인의 후아니또 오르자발팀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윽고 2시 31분(한국 시각 6시 16분), 8091m 정상 더 이상 올라갈 곳은 없었다. 그러나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단지 두 손을 합장하고 연신 안나푸르나의 여신에 절 할 뿐이었다. 커다란 고글 안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분명 감사하고 있었다.

오은선은 쇳소리로 힘겨운 소감 몇 마디를 남겼다. 꼬막 13시간 동안의 사투였다. 정상에 도전하기 전까지 오은선이 오른 최고 해발 고도는 6400m. 7000m 고소 적응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8000m 도전한 것이다. 애초 10시간 정도 예상했던 등반 시간이 길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오은선은 특유의 끈기와 '독한 마음'으로 안나푸르나 정상을 밟았다. 산악인 엄홍길씨는 "여성으로서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이제 히말라야에서 남녀의 구분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은선은 1997년 가셔브롬Ⅱ봉을 시작으로 2004년 에베레스트(8848m), 2006년과 시샤팡마(8027m), 2007년 초오유(8201m)·K2(8611m)를 올랐다. 그러나 2008년 봄까지 오은선의 행보는 미미했다. 당시 10개 봉우리를 오른 에두르네 파사반(36·스페인)에 비해 보폭이 한참이나 뒤져 있었다. 하지만 2008년과 2009년 불가능이라고 여겨지던 한 해 4개봉을 등정하고 파사반을 앞질렀다.

오은선의 14좌 완등으로 한국은 4명의 완등인을 보유하게 됐다. 2000년 엄홍길을 시작으로 박영석(2001년)·한왕용(2003년)이 이미 14좌를 모두 올랐다.4명은 세계 최다다. 유럽에 비해 히말라야 등반사가 한 세기나 뒤떨어져 있으며, 국내 최고 봉우리가 2000m가 안 되는 열악한 산악 환경에서 이뤄낸 쾌거라 할 만하다. 대한산악연맹 이인정 회장은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투지가 히말라야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월 8일 출극한 오은선은 지난 4월 4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안착했다. 22일 정상 도전에 나섰으나 제트기류로 인해 다시 24일 캠프1(5100m)으로 후퇴한 뒤, 다시 26일 캠프4로 재도약해 27일 정상에 올랐다.

한편, 오은선과 마지막까지14좌 레이스를 벌였던 파사반은 지난 20일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오은선이 작년 5월 6일 등정한 칸첸중가정상 사진에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BBC·AFP 등은 파사반의 말을 바탕으로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이 여전히 논쟁 중"이 보도했다. 파사반은 현재 14번째 봉우리 시샤팡마(8027m)에 도전하고 있다.

●히말라야 14좌

히말라야 산맥에서 해발 고도 8000m 이상 되는 독립 봉우리로 모두 14개가 있다. 전설의 알피니스트 라인홀트 메스너(이탈리아)가 1986년 처음으로 14봉우리에 모두 오르면서 14좌 완등이란 개념이 생겼다. 이제껏 14좌 완등을 성공한 사람은 전세계에서 20명. 이들이 기록 달성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3.6년이며, 달성 당시 평균 나이는 42.5세다.

●오은선 프로필신체 : 키 155㎝, 몸무게 50㎏출생 : 1966년 3월 5일 전북 남원소속 : 블랙야크 익스트림팀 이사학력 : 수원대 전산학과 졸업가족사항 : 오수만·최순내씨의 1남2녀 중 장녀등반경력 : 25년(1985년 수원대 산악부)첫 해외 원정 : 1993년 에베레스트 한국여성등반대 대원주요 경력 : 한국 여성 최초 7대륙 최고봉 등정(2006), 세계 여성 최초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2010)

●오은선 히말라야 14좌 도전사1997년 7월 17일 : 가셔브룸 II봉(8035m) 등정2004년 5월 20일 : 에베레스트(8848m) 등정2006년 10월 13일: 시샤팡마(8027m) 등정2007년 5월 8일 : 초오유(8201m) 등정7월 20일 : K2(8611m) 등정2008년 5월 13일 : 마칼루(8463m) 등정5월 26일 : 로체(8516m) 등정7월 31일 : 브로드피크(8047m) 등정2008. 10월12일 : 마나슬루(8163m) 등정2009년 5월 6일 : 칸첸중가(8586m) 등정5월 21일 : 다울라기리(8167m) 등정7월 10일 : 낭가파르바트(8126m) 등정8월 3일: 가셔브룸 I봉(8068m) 등정2010년 4월 27일 : 안나푸르나(8091m) 등정

김영주 기자 [umanest@joongang.co.kr]▷ 엄홍길 "오은선 세계등반사에 기록될 것" [프로필] 8천m 14좌 완등 여성 산악인 오은선 < 오은선 캉첸중가 등정 논란 재점화 > KBS, 오은선 안나푸르나 등정 생중계 오은선, 히말라야 8천m 14좌 완등 장도 오은선 "겸허한 마음으로 안나푸르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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