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평소 드라마·영화 거의 안봐요"

2010. 1. 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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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연극처럼 대본을 다지기보다는 순간의 생명력을 잡아내야죠. 제가 시나리오를 정독하지 않는 이유기도 해요."

27일 한국언론재단에서 열린 첫 '올해의 영화 기자상'에서 남자배우상을 거머쥔 송강호(44). 그의 연기는 동물적이다. 동료 배우 강동원이 그를 "짐승 같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최근 서울 소공동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순간의 번뜩이는 에너지를 감지해 표현하는 것을 '영화적 연기'로 규정했다. 그만의 노하우다.

"연극은 대본을 계속 보고 다지는 작업이죠. 그렇게 다진 내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인데 영화 시나리오를 여러 번 보면 익숙해져 버려요."

전체적인 윤곽을 잡고 정확한 계산을 한 뒤에는 촬영장에서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 붓는다. 시나리오 정독을 '거부'하는 습관은 연극을 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는 대사를 제일 늦게 외우는 배우였어요. 연출 선생님께 불성실하다고 많이 혼났죠." 그는 "내일모레가 공연인데 대본을 들고 있었다"며 웃었다. 외워서 연기하는 것보다 암기와 동시에 터트리는 연기가 수십 년간 몸에 뱄다. 그렇다고 영화에서 첫 테이크(같은 장면 첫 번째 촬영)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 '박쥐'는 여러 번 갔을 때, '살인의 추억'은 첫 테이크가 좋았어요. '밀양'도 애드리브 한마디 없이 했지만 뒤에 나오는 컷이 좋은 것도 있고요. '우아한 세계'도 첫 테이크가 좋은 반면에 '의형제'는 반반이라고 할까요."

영화 의형제는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한 장훈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적은 예산으로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어내 호평을 받았던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평단과 대중의 기대감이 크다.

'의형제'도 순제작비 35억원으로, 흔히 말하는 '대작' 대열에는 끼지 않는다. '꽃미남' 강동원과 투톱을 이룬 영화로 다음달 4일 개봉한다.

"장훈 감독이 외형적으로 좀 셀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주 여리고 착했어요. 신인 감독은 처음에 자의식이 너무 발동해 작품을 망치는 일이 많은데 장 감독은 그런 지점을 피하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배우 송강호는 97년 '초록물고기' 조연부터 시작해 2000년 '반칙왕'과 '공동경비구역 JSA', 2003년 '살인의 추억', 2006년 '괴물', 2008년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2009년 '박쥐' 등 한국 영화 흥행작과 화제작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97년 이후 17편에 출연했다. 작품을 고르는 안목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시나리오와 감독 둘을 놓고 보지만 최종적으로는 감독을 보고 결정해요. 영화는 감독 비중이 굉장히 중요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죠." 감독이 작품을 어떤 생각으로 만드느냐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최대 결정 요인이다. 그는 '다작 배우'라는 지적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1년에 한 편꼴로 했는데 다작 배우라고 하니까, 그걸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제가 흥행작도 많았지만 항상 화제작을 해오지 않았나 싶어요."

파격적인 설정으로 화제가 됐던 박찬욱 감독의 '박쥐'보다는 이번 영화에서는 친숙하고 반가운 송강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 오경필 중사와 '우아한 세계' 강인구 모습을 반반씩 섞어놨다는 자평이다. "영화에서 두 사람이 서로 정체를 숨기는 과정에서 잔잔한 재미가 있고 이용하기 위해 만났지만 인간적으로 불쌍해 하죠. 결말이 짠할 거예요."

국정원 요원들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아이리스와는 어떨까. "아이리스는 '멋있는 첩보원 모습'을 담았다면 '의형제'는 가족이 있고 먹고살아야 하는 생활인 국정원 요원이죠."

그는 평소 드라마와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아이리스 역시 이병헌과 친분이 두터움에도 불구하고 보지 않았다고 했다. 영화 촬영 외에는 말 그대로 멍한 생활인 모습이다. 평소 생활인에 가까울수록 연기는 더 폭발적이다. "지난 10년간 최고 작품을 꼽으라면 못하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반칙왕'이에요. 첫 주연작이라 온몸을 불살랐고 영화 자체도 외로워요."

앞으로 10년은 어떨까. "지난 10년을 뒤돌아보면 개인적으로 행운아였구나 생각해요. 앞으로 더욱 더 겸손해지려고 합니다. 지난 시절 영광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후배들에게 양보도 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출연도 하고요."

3월이면 차기작 누아르 '밤안개'(가제ㆍ이현승 감독) 촬영에 돌입한다. '쉼표 없는 연기 인생'에 한국 영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겨 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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