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방수진] 낮지만 거칠지 않은
허스키보이스, 소박하고 솔직한 가사.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편안해진다. '
혼자가 아닌 나' · '
내 안의 그대'로 유명한 가수 서영은(35)이 8집 '
레인보우'로 돌아왔다. 말끝에 따라붙는 소탈한
웃음소리, 거침없는 리액션. 특유의 씩씩함은 여전했지만, "참 행복하다"는
결혼생활(2006년 결혼)로 웃음은 더욱 '샤방샤방' 해졌다. 게다가 8일까지 이어지는 콘서트(
충무아트홀)로 몸과 마음은 분주하지만, 오랜만에 팬들과 호흡하는 게 무척 신나는 모양이다. "사실 스타쿡 인터뷰 요청이 무척 반가웠어요.
저에게 먹는 건 특별한 의미 거든요. 음악만큼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웃음)" 음악에 대한 열정도, 음식에 대한 사랑도 가득한 여자, 가수 서영은을 만났다.
동네 소문난 뚱보
"지금도 날씬한 몸매는 아니지만, 예전엔 정말 뚱뚱했었죠. 당시 '
천사들의 합창'이라는 영화가 유행했는데, 식탐 많고 뚱뚱하게 나오는 주인공 '라우라'가 제 별명이었으니까요.(웃음)"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동네의 소문난 뚱보였다고 했다. 그의 고등학교 시절 당시 신체사이즈는 키 158cm에 83kg, 허리 34인치. 주위 사람들은 '큰일이다' 걱정했지만, 정작 그는 "날씬했던 적이 없었기에 뚱뚱한 것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딱 한 가지. 그에게 '살을 빼볼까?' 고민하게 만든 일이 있었으니 바로, 쇼핑이었다.
'딸래미 예쁜 옷 사 주는 것이 소원'이라는 어머니를 따라 백화점에 가도, 맞는 옷이 없어 결국 빈손으로 오기 일쑤였다. "어머니는 '쑥쑥 크라고 잘 먹였더니 되려 살만 쪘다'며 구박하셨어요. 쇼핑이 죽도록 싫었죠." 그는 서러운 마음에 '대학합격만 해봐라. 보란 듯이 살을 빼주겠다' 결심했다.
단식원 들어가 변신 꿈꾸다
1992년 겨울. 대학합격통지서를 받은 날, 완벽한 변신을 꿈꾸며 그는 단식원에 들어갔다. 조금의 죽염과 물만 먹으며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유일한 낙은 단식원 동기들과 모여 앉아 TV에서 방영하는 음식프로를 보는 것.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며 침만 꼴깍꼴깍 삼켜야 했지만, 다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상상으로 허기를 대신 채웠다. 그는 특히 살얼음 동동 뜬 새콤달콤한 물냉면이 너무나 먹고 싶었단다.
"10일 단식 만에 15kg가 빠졌어요. 살 빠졌다는 것도 기뻤지만 사실 단식원을 나가서 냉면 먹을 생각에 더 행복했죠(웃음)." 하지만 단식원 출소 전날. 그의 희망을 무참히 꺾은 사건이 발생했다.
요요현상을 염려한 단식원장이 사람들을 앉혀놓고, '단식 후에 함부로 음식을 먹으면 생체리듬이 깨져 위험하다.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며 어름장을 놓은 것. 하필 예로 든 음식이 '냉면'이었다. '냉면도 알고 보면 칼로리가 높다. 얕보고 마음껏 먹다간 죽을 수 있다'는 원장의 협박 아닌 협박(?)에 두 달 후가 지나서야 마음 놓고 냉면을 먹었다고 했다.
"냉면 한 젓가락을 드는데 눈물이 핑 도는 거 있죠? 도대체 다이어트가 뭐길래…내가 고작 이걸 먹으려고 고생했나 하면서요.(웃음)"
'혼자가 아닌 나' 부르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변했어요
'힘이 들 땐 하늘을 봐~ 비가 와도 모진 바람 불어도 햇살은 다시 비추니까 …" 데뷔 11년 차 가수. 그 동안 발표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과 함께 MBC 드라마 눈사람(2003년)의 주제가인 '혼자가 아닌 나'를 떠올린다. 희망적인 가사와 발랄한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다. 하지만 정작 그는 "정말 부르기 싫었던 곡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원래 동네 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하루는 놀러 간 재즈바에서 우연히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 '재즈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 노래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정식으로 노래수업을 받지 않고 뛰어든 재즈가수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독특한 음색 때문에 주목을 받긴 했지만, 정통 재즈가수들의 모습을 보며 '프로가 아니다'는 마음속의 짐을 지울 수 없었다는 것. 각종 소속사 분쟁까지 겹쳐 힘든 나날을 보냈다. 가수를 관두려고까지 마음 먹었을 때 마지막으로 제의 받은 곡이 '혼자가 아닌 나'였다. "재즈가수처럼 보이려고 옷도 표정도 무게를 잡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동요 같은 노래를 부르라니, 진짜 싫었어요." 하지만 '대박'이 났다. OST의 인기에 드라마 시청률도 올랐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평소 부정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몰랐던 성격도 바뀌었다. '당신 노래를 듣고 자살시도를 포기했다. 다시 희망을 가지고 살겠다', '행복한 이야기를 전해줘서 고맙다' 등의 격려를 듣고서였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살아왔던 삶을 반성하게 됐고, '모두를 위해 무대에 서겠다'는 결심이 섰다. "저보고 희망전도사라고 하시지만, 사실은 제가 먼저 노래를 통해 바뀌었어요. 정말 부르기 싫었던 노래였지만, 지금은 감사해요."
방수진 기자 [fomay@joongang.co.kr]
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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