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인터뷰①] 안재욱 "힘들었던 1년, 술 취하면 울고.."

최민규 2009. 7. 2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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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최민규]

안재욱(38)은 다재다능한 친구다. 가수·탤런트·영화배우·라디오 DJ에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누구 못지 않은 입담을 뽐낸다. 심지어 야구 선수로도 뛴다. LG 선수 시절부터 알았던 안재욱은 유쾌한 친구다. 그 안재욱은 지금 슬럼프에 빠져 있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있다. 나도 겪었다. 결국 슬럼프를 극복하는 건 자기 자신의 몫. 어줍잖은 조언보다는 그의 말을 경청하고 싶었다. -성대 결절 수술했다는데 어때?

"괜찮아." -좀 피곤해 보이네.

"밤에 동생들이 찾아와서 소주 한 잔 했거든. 이상훈과 인터뷰 있다고 하니 '상훈이 형? 그럼 마셔도 되겠네'라고 하더군."

★야구광 안재욱

-야구팀 '재미삼아'는 아직 하고 있지?

"응. 내야수야. '재미삼아'에서 뛰고 있는 선배 한 명이 형 주니치에서 뛸 때 스파이크 하나 받았다더라. 그 형이 안 써서 내가 갖고 있어. 아, 형이 김재박 감독님 인터뷰 한 건 봤어. 재미있더라."

-야구는 잘 해?

"실력은 초라하지. 주장이니 입으로 다 해. 나는 팀 운동이 좋아. 드라마할 때도 배우가 자기 코디나 매니저와 뭉쳐 따로 돌아다니는 거 보기가 싫어."

-야구는 왜 좋아하는 거야.

"꿈이었으니까. 초등학교 때 야구 선수, 아니면 배우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아버지가 반대하셨지. 체격이 작고 지구력이 떨어진다고. '네가 선수가 되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거다'고 하시더군. 아버지가 일로 일본에 자주 가셨어. 어느날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사가지고 오셨는데 등번호 1번에 '안재욱' 이름이 딱 박혀 있는 거야. 너무 좋았어. 아버지가 드디어 인정을 해주시는구나 싶었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

"1주일도 못 갔어. 다들 추리닝 입고 야구하는데 나만 거창한 유니폼 입고 뛰니 창피하더라구."

-연예인 야구 경기하러 가끔 해외에도 가잖아.

"대만과 일본에 갔는데 말 그대로 친선 경기야. 초청을 받을 때 행사 요청이 있거든. 일반 행사면 좀 불편하니 야구 경기를 하자고 하는 식이지. 주최 측에서 내 개런티 대신 팀원 숙박비를 지불하는 거라고 보면 돼.

보통 6~7개월 전부터 준비를 해. 특히 일본은 야구장 잡기가 쉽지 않아. 도쿄돔이나 오사카돔은 늘 일정이 있거든. 일본 선수들도 대단해. 같은 연예인 팀이라도 고교 야구 선수 출신이 꽤 있어. 그런 데서 야구 저변의 차이를 느끼지."

-처음부터 LG팬이었나.

"원래는 롯데 팬이야. 1970년대부터 고교·실업 야구광이었어. 프로가 생기면서 경리단, 한국화장품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아마 최강이던 롯데 선수들은 거의 프로에 남았어. 연예계 들어온 뒤 친해진 서용빈, 심재학이 '너 왜 LG팬 안 하냐'고 하더군. 한동안 잠실 롯데-LG전 때는 3루 쪽에 앉아서 응원했다니까. 하지만 확실한 이상훈 팬이야. 내가 우상으로 삼은 선수는 최동원, 다음에 이상훈이야. 맞아도 '그래 너 쳐 봐라'고 던지는 투수들이 너무 좋아."

★슬럼프

-한국에선 활동이 꽤 오래 뜸했잖아. 이유가 있나?

"글쎄…,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까. 사실 인터뷰 오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어. 할 말이 없을 것 같았거든. 지난 1년 동안 좀 힘들었어. 그래서 할 말이 정리가 잘 안 돼."

-좀 힘든가 보구나.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매니저가 집에 데려다준 뒤 확인 전화를 하곤 해. 내가 좀 위험해 보이나 봐. '너 장난하냐'고 웃고 말지만 우울증이 있는 것처럼 보이나 봐. 사람 만나기도 싫고."

-뭐가 힘든 건데.

"지난해 초부터 안 좋았지. 드라마 < 사랑해 > 시청률이 6.8% 나왔을 때야. 지금까지 출연한 드라마 가운데 최악이었지.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났어. 물론 시청률이 드라마의 전부는 아냐. 하지만 너무 안 좋았어.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했지. 보통 드라마는 방영 중에 계속 찍잖아. < 사랑해 > 는 16부작을 100% 사전 제작했거든. 나름대로 '한국 드라마의 발전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 차태현과 < 미스터 디제이 > 라고 라디오 같이 하고 있었어. 힘든 가운데 매일 나가서 사람들에게 즐거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게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어. 내가 하는 말이 다 거짓말 같았지. 방송 끝나면 PD랑 늘 술을 먹었어. 그러다보니 취하면 우는 버릇까지 생기더라. 어느날 소주 한 잔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 누가 얼굴을 닦아줬어. 태현이었지. '어이구, 우리 형 또 우시네' 하면서.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방송국에 양해 구하고 쉬었어. 그리고 유럽으로 떠났지."

-외로웠겠네.

"여행지에선 너무 재미있었지. 마치 여행객이 아닌 것처럼 나만의 연기를 했달까. 그런데 돌아오니 다시 외로워졌어. 일을 하지 않고 혼자 떨어져 있는 나로 돌아왔어. 세상은 어차피 똑같은데 왜 나는 헛짓을 하고 온 걸까, 이런 생각도 들었어."

-지난해 낸 앨범은 어때?

"임현정이라는 친구가 제작을 했지. 좋은 앨범이었어. 그런데 나에게 문제가 있었어. 연초에 일본 사이타마 수퍼 아레나에서 공연을 했는데 좋지 않았어. 관객 수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못 부른 거야. 무대에서 노래를 틀리기도 했어. '뭘해도 안되는구나'라는 생각이었지.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었지. 그래서 그 뒤로도 활동이 많지 않았어. 지금은 또 모르겠어. 앨범 준비 도중 목 수술로 한 달 정도 아무 생각없이 쉬었어. 지금은 다시 노래가 하고 싶어."

-공연 일정은 잡았어?

"5월 초에 일본 도쿄·오사카·나고야를 도는 공연을 계획했는데 수술 때문에 8월 말로 미뤘어."

-영화 활동이 뜸한 이유는 뭐야?

"사실 하고 싶어. '안재욱은 영화 안 하려 한다'는 루머도 전해 들었어. 그건 오해야. 난 카메라 앞에서나 무대 위에서나 최선을 다하려고 해. 연예계는 매우 보수적인 곳이야. 배우가 노래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캐스팅 제의도 영화에 전념하는 친구들에게 먼저 가게 되지. 그러다보니 2003년에 < 하늘 정원 > 찍고 6~7년이 지나버린 거지."

정리=최민규 기자 [idofido@joongang.co.kr]사진=스튜디오미학(대표 이상혁)

>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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