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완규 "해외 겨냥 첫 드라마 '히든' 집필"

2008. 6. 1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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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 투입 내년 초 SBS TV 통해 방영

(나가사키=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작가 최완규(44)는 현재 국내 드라마 작가 가운데 가장 바쁜 사람으로 통한다. 작년 초 종영한 MBC TV '주몽'을 집필한 그는 최근 MBC TV '이산'에 이어 SBS TV '식객', MBC TV '종합병원2', KBS 2TV '바람의 나라' 등의 대본 작업에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제작비 120억 원 규모의 대작 '히든'의 대본을 직접 쓰고 있고, 이병헌 주연의 첩보드라마 '아이리스'의 대본 작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10일 오후 일본 나가사키현 하우스텐보스에서 열린 제3회 동아시아방송작가 콘퍼런스 도중 만난 최 작가는 일본에서도 여전히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추진하는 일 때문에 계속해서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오늘 밤에도 호텔방에서 대본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주몽' 이후 처음으로 직접 집필에 나서는 대작 드라마 '히든'에 대해 "일본을 주무대로 한 이 드라마는 올 하반기부터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며 제작비 규모는 12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며 "기획 단계부터 의도적으로 해외시장을 겨냥해서 집필하기는 이 드라마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 드라마 제작 현실의 문제점, 드라마 '식객' 등의 기획 방향 등에 대해서도 진지하고 소탈한 화법으로 설명했다. 그는 '허준', '올인', '상도' 등 히트 드라마를 썼으며, 현재 외주제작사 에이스토리의 대주주로 이 회사 소속 작가 집단을 이끌고 있다.

--콘퍼런스에서 다른 나라 작품을 감상한 느낌은.

▲중국 작가 정샤오룽의 '금혼'은 묘한 감동을 줬다.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가 잊어버리고 의식적으로 배제했던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 문제를 다룬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중국 시청자들은 저런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감동받는데 우리는 조금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담을 궁리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런 교류가 각국 드라마의 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겠는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에는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만 그런 시도와 노력을 몇 년째 하고 있다는 상황 자체는 의미가 있다. 각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가 국경을 넘나들며 다른 나라에서 방영되는 것 자체가 이미 교류라고 생각한다.

--한류 열풍이 드라마 집필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10년 전에는 드라마를 기획할 때 우리 시청자만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 요즘은 아시아권 30억 시청자가 내 드라마를 본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런 부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드라마 제작현실이 어렵다 보니 해외판매를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판매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작품이 있나.

▲처음으로 일본 지역에 먼저 판매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 '올인'의 유철용 감독과 24부작 '히든'이라는 드라마를 작업하고 있다. 드라마 배경은 1960년대 일본 오사카이며 재일한국인의 삶을 다루게 된다. 제작비는 120억 원 규모이며 올 하반기부터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제작규모가 크다 보니 일본 시장에서의 구매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제작 자체가 어렵다.

--'히든'의 구체적인 내용과 작업 진행 과정은.

▲'대부' 시리즈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같은 영화를 좋아했다. 이런 드라마를 써 보고 싶었는데 우리 정서에서는 잘 안 됐다. 1960년대 일본이라는 공간에는 내가 하고 싶었던 느낌을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대본 1회가 완성됐으며 촬영 전까지 8회 정도 완성할 생각이다. '주몽' 이후 순수하게 작가로서 집필하는 첫 작품이다. 캐스팅이 진행 중이며, 내년 초 SBS TV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동명 소설은 이미 출간했다.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 남아 뿌리를 내리고 살 수밖에 없었던 한국 사람들을 다룬다. 이들에게는 생존과 교육이 중요했으나 재일 한국 젊은이들은 현실적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없었다. 드라마에 1960년대 일본에서 살아간 20대 젊은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담을 생각이며 주인공은 갬블러다.

--최근 1~2년 동안 무척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크리에이터로서의 역할과 순수한 드라마 작가로서의 일을 했다. 크리에이터로서 에이스토리 소속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드라마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유지하려 했다. '이산', '식객', '종합병원2', '바람의 나라'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드라마의 형태를 염두에 둔 '아이리스'도 몇 명의 작가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식객', '종합병원2', '바람의 나라'는 원작(또는 1편)과 어떤 차별화를 시도할 것인가.

▲'식객'의 경우 원작만화가 있다는 점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 되고 있다. 원작만화는 단편적으로 이야기를 가져 가면서 사람과 음식을 감동적으로 다뤘다. 하지만 그런 구조로는 드라마가 될 수 없다. 새로운 인물과 갈등이 필요하다. 사극이 아닌 현대극에서, 그것도 음식을 소재로 대결하는 구도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꾸며진 이야기를 얼마나 현실감 있게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다.

1994년 '종합병원'이 방송된 후 퀄리티 높은 의학드라마가 많이 나왔다. 시청자의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 우리는 시청자가 '종합병원'에 대해 갖고 있는 좋은 기억을 되살릴 생각이다. 병원 내의 치열한 갈등이나 권력구조 보다는 따뜻한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이야기와 의사들의 힘든 성장과정 등을 전할 것이다. MBC에서 11월부터 방송된다.

'바람의 나라'도 열혈 마니아를 거느린 원작 만화가 있다. '주몽'에 등장했던 송일국이 어렵게 출연을 결정해줬다. 주몽의 손자 이야기라 의미있는 작업이다.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했다면 이를 완성한 것이 '바람의 나라' 주인공인 무휼이다. 원작에서는 무휼과 그 아들인 호동왕자의 이야기에 치중하는데 드라마는 무휼의 탄생부터 성장과정을 다룰 것이다. 원작의 신물(神物), 사신(四神) 등 판타지적 요소는 언급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한류의 문제점은.

▲우리에게 재미있는 드라마는 외국 시청자에게도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우리에게도 재미없는 드라마까지 무차별적으로 해외에 팔았다. 이에 대해 외국 시청자들이 실망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콘텐츠의 질 자체가 탄탄해야 지속적으로 한류가 유지될 것이다. 작가 중심의 한류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한류를 지속시키기에 한국 드라마 제작 현실이 어렵지 않은가.

▲최근에는 거의 시한폭탄을 돌리는 수준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최근 거의 모든 드라마 제작이 적자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할 분위기다. 큰 방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한류고 뭐고 근본적으로 힘들어진다. 지상파 방송사와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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