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몰락

정병진 2003. 3. 2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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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메대 사람들을 불러다가 바빌론을 공격하게 하겠다. 메대 군인들은 은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금 같은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활로 젊은이들을 쏘아 갈기갈기 찢어 죽이며, 갓난아기를 가엾게 여기지 않고,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나라들 가운데서 가장 찬란한 바빌론, 바빌로니아 사람의 영예요 자랑거리인 바빌론은, 하나님께서 멸망시키실 때에, 마치 소돔과 고모라처럼 될 것이다. 그 곳에는 영원토록 사람이 살지 못하며, 오고오는 세대에도 사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떠돌아다니는 아랍 사람도 거기에는 장막을 치지 않으며, 목자들도 거기에서는 양 떼에게 풀을 뜯기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다만 들짐승들이나 뒹굴며, 사람이 살던 집에는 부르짖는 짐승들이 가득하며, 타조들이 거기에 깃들이며, 산양들이 그 폐허에서 뛰어 놀 것이다. 화려하던 궁전에서는 승냥이가 울부짖고, 화려하던 신전에서는 늑대가 울 것이다. 그 때가 다가오고 있다. 그 날은 절대로 연기되지 않는다. <이사야 13: 17~22> 지금 전쟁터가 되어버린 이라크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로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일컫는 고대문명의 발원지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서기전 3천년 경에 인류 최초의 문자 기록을 남긴 수메르 제국도 바로 여기서 연원하지요. 뿐만 아니라, 여기는 바벨론, 앗수르, 페르시아에 이르는 고대 대제국들이 부침을 거듭하던 대단히 유서 깊은 지역입니다.

고대에는 최첨단을 달리던 곳이 근대화 된지는 고작 70여년의 역사 밖에 되지 않더군요. 이라크는 최근까지 바트당 출신 후세인의 독재가 무려 24년간이나 지속되었고, 걸프전 이후 계속된 UN의 무기사찰과 경제제재, 비행금지구역 통제 등으로 나라 형편이 말이 아닙니다. 세계 2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면서도 그토록 풍부한 석유자원마저 마음대로 수출할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식량, 의약품 등이 절대 부족하여 엄청난 어려움을 겪어 왔지요.그동안 UN 무기사찰단이 요구하는 대로 무기 사찰을 다 받았고 식량이나 기초 의약품마저 없어서 시달리는 나라를,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최첨단 무기들을 동원하여 침공한 것은 그 어떤 이유를 내세우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부시가 전쟁 명분으로 내세우는 이라크의 생화학 무기 개발 흔적은 지금까지 전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 부분은 얼마든지 외교적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UN의 결의안까지 무시하고 이라크 침공을 강행한 것은 석유를 빼앗고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속셈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살인면허라도 받은 것처럼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잡겠다고 아프간 전쟁을 일으켜 9.11 테러로 죽은 사람들 보다 몇 곱절이나 많은 수십만의 양민들을 학살하고도 아직도 무고한 피가 부족한가 봅니다.

동구 사회주의권과 구소련의 몰락으로 냉전체제가 붕괴된 뒤 미국은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지위를 위협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또 다른 적들을 만들어 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야 세계 패권을 장악할 수 있을 뿐더러, 군산복합체로 유지되면서 무역적자와 경제난으로 매년 시달리는 자기 나라를 회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쟁 보도를 접하면서 정말 분노가 치밀었던 것은 미국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것과 미국 내의 이라크전 지지율이 70%까지 뛰었다는 소식입니다. 이를 생각하면 지금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세계에서 들끓고 있는 반전 여론이나 국제법까지 무시하면서 강행한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 찬성하고 박수를 쳐대는 자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그들의 눈에는 무고히 죽어 가는 이라크 사람들이 전혀 보이지 않은가 봅니다. 크루즈 미사일 폭격으로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 잿더미로 변하는 장면들을 보면서도 무슨 전자 오락하는 듯한 기분인가 봅니다. 거기에는 CNN 방송의 보도도 크게 한 몫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미국적인 시각에서 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서방의 언론들과 국내 대다수의 언론들은 그들의 화면을 그대로 받아다가 여과 없이 방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쟁의 참혹한 면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공습으로 인해 죽어 가는 이라크 사람들은 찾아 볼 수 없고, 실수나 기체결함 등의 사고로 죽은 미군들에 대한 보도만 큰 일이나 난 것처럼 내보냅니다. 엄청난 공습이 가해지는 데도 폭격 장면만 있지 그 안에 사람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전자 오락하는 착각에 빠질 수밖에 없겠지요.더구나 현대인들은 충격과 공포에 너무 면역이 잘 되어 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헐리웃 전쟁 영화나 <딥임팩트> 같은 황당한 미국 SF물들에 잘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더 그러합니다. 어지간한 장면들에는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지요. 게다가 그것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기에 그다지 실감나지 않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프랑스 사회학자인 보드리야르는 91년 걸프전도 사실은 TV 속에나 있을 뿐이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9.11 테러, 아프간 전쟁, 그리고 이번 이라크 전쟁까지도 TV 속에나 있습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직접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자꾸만 남의 이야기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본은 얼마든지 영상을 조작하여 사람들의 사고 또한 편리할 대로 통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미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또 다시 폭력과 광기, 야만의 시대라 할 수 있는 20세기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사로 잡혀 있습니다. 20세기에 일어났던 제국주의의 식민지 쟁탈전들 즉 1. 2차 세계 대전, 파시즘, 나찌즘 등장과 유태인학살,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20세기에 국가간에 발발한 전쟁들 중 굵직한 전쟁들만 해도 무려 100여건이 넘습니다. 이로 인해 수천 만 명의 희생자가 생겼고 그 후유증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단적인 예로 아직까지도 종군위안부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보십시오.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전범들은 그러한 불쾌한 기억들을 깨끗이 지워버리려고 갖은 술책을 다 부립니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들이 엄연히 살아 있는 한, 그리고 그 모든 범죄들이 제대로 밝혀지고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는 아우성은 계속될 것입니다.

야만의 20세기를 거쳐오면서 최근까지 잠시나마 극심한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보다 각 나라들이 핵무기로 무장하게 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큰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이제는 단지 일국적인 차원을 넘어서 세계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서로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지요. 핵무기만 불안한 게 아닙니다. 생화학 무기들 또한 핵무기 못지 않게 가공할만한 피해를 안겨 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풍이 부는 하룻밤 동안 워싱턴과 같은 도시에 탄저병 바이러스 100킬로그램을 공중 살포할 경우, 무려 100만에서 300만 명까지 죽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가난한 나라들은 핵무기보다는 자연스레 훨씬 비용이 덜 드는 생화학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이지요. 생화학 무기들이 가난한 나라들의 핵무기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은 이것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예방적 차원의 공격"을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부작용만 더해갈 뿐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기 때문에 그저 힘센 놈이 나서서 우격다짐을 한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현재 기본적인 식품의 세계 총생산은 수요의 110%에 달하는 데도 매년 3천만 명의 인구가 굶어 죽고 있습니다. 그 중에 6백만 명의 어린이가 5살이 되기도 전에 죽는답니다. 게다가 8억의 인구는 기아에 허덕이고 있지요. 왜 그렇습니까? 자본과 힘의 논리를 앞세운 미국 같은 강대국들이 가난한 나라들을 계속하여 무자비하게 착취하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17%인 10억 명이 비만 또는 과체중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 미국인들은 61%가 체중과다 상태이고, 해마다 30만 명이 비만으로 숨진다는군요. 주말 아침이면 가끔씩 보는 지구촌 리포트 시간에 미국인들이 비만 문제를 여러 차례 접해 보았습니다. 모두 맥도날드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 때문에 그 같은 끔찍한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 치고 비만 때문에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너무 과도하게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정해진 분량보다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땀흘려 일하지 않기 때문에, 비만이 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러고도 미국은 더 많이 갖기 위하여 자꾸만 약소국들을 괴롭히면서 전쟁까지도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오만불손한 미국에 대해 아무도 제동을 걸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닙니다. 지금이야말로 미국의 최대 위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이라크 전쟁을 통해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그 지도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미국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전세계적으로 지금과 같이 반미의 물결이 거센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일방적인 독주를 하면 반드시 그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 마련입니다.

그동안 미국은 분명히 패권주의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을 이번 전쟁과 같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들러리로나마 국제사회를 동원했고, 그 동의하에 교묘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행동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경우는 아무런 정당한 명분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영국과 호주를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도 이라크 전쟁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강력하게 보이는 제국은 의외로 어이없이 몰락하곤 합니다. 그것은 오랜 역사가 증명합니다. 앗수르, 바벨론, 페르시아, 로마 등이 모두 그러했습니다. 생각지 않은 날 순식간에 허물어지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야만인들의 침략으로 무너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 내부에서부터 워낙 모순이 심화되고 격화되다 보니 외부의 적들에 대해 변변히 맞서지도 못하고 다들 무너졌던 것입니다.

서기전 587년 유다를 멸망시킨 바벨론의 경우에는 느브갓네살 왕 때 무섭게 대제국으로 등장하였지만, 그가 죽은 뒤 불과 수십 년만에 메대를 함락시킨 페르시아 고레스에게 멸망당하고 맙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교만한 바벨론 제국의 멸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활동했던 서기전 8세기만 해도 메대인들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메데인들은 느브갓네살 이후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 동맹국이던 바벨론에 무서운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고, 그들의 통치권을 넘겨받은 고레스가 서기전 539년에 바벨론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본문은 멸망한 제국이 얼마만큼 황폐해지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먼저 저자는 바벨론의 멸망은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과 같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소돔과 고모라가 어떻게 멸망했습니까? 그들은 퇴폐와 향락으로 하나님 앞에서 가증한 행동을 일삼으면서 타락의 극치를 달렸습니다. 그 도시를 통틀어서 의인 열 명이 없었습니다. 결국 하나님은 불과 유황으로 소돔과 고모라 도시를 완전히 괴멸시켜 버리셨지요. 이라크에는 수메르나 바벨론 시대의 유적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것도 황량한 사막에 돌무더기들만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화려했던 대제국의 영광과 찬란한 도시 문명은 온데 간데 없고 남겨진 일부 폐허만이 그들의 시대가 있었음을 겨우 말해주고 있을 뿐이지요.이대로 가다간 미국도 머지 않아 그러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들의 양심이 회복되지 않고 범죄에 대한 회개가 뒤따르지 않는 한, 어떠한 형태로든 그 나라는 망하고 말 것입니다. "화려하던 궁전에서는 승냥이가 울부짖고, 화려하던 신전에서는 늑대가 울 것이다. 그 때가 다가오고 있다. 그 날은 절대로 연기되지 않는다."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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