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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아이 갓 어 보이', 실패한 노래일까 [이승록의 나침반]

출처 마이데일리 | 입력 2013.01.14 09:52 | 수정 2013.01.14 10:56

기사 내용

소녀시대가 '아이 갓 어 보이'를 부른 진짜 이유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소녀시대가 적어도 흔해 빠진 노래를 내놓은 게 아닌 건 분명하다. 이토록 노래 한 곡으로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걸그룹은 소녀시대 이전에는 없었다. 걸그룹이 휩싸이는 논란은 대개 '선정성'이었다. 야한 춤이나 너무 노출이 심한 의상.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소녀시대의 춤이나 의상이 아닌 노래를 얘기하고 있다.

대체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는 어떤 노래이길래 사람들을 '좋아한다'가 아니면 '너무 별로다'로 양분했을까.

못 들어줄 만큼 형편 없는 노래는 아니다. 이미 못 들어줄 정도의 걸그룹 노래들은 많이 나왔고 비슷비슷한 느낌의 노래도 쉬지 않고 나왔다. 하지만 '아이 갓 어 보이'는 그런 수준의 곡은 결코 아니란 거다. 아마 들어주지 못할 정도였다면 이처럼 애써 논란에 올리지도 않았을 거다. 아무도 듣지 않았을 테니까.

'아이 갓 어 보이'는 일단 낯설다. '이상하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곡의 변화는 빈번하고, 지금까지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패턴의 변화가 아니라서 그 변화를 예측하기도 힘들다. 소녀시대의 기존 노래들과 확연히 다른 까닭도 있어서 우선 노래에 거부감부터 생긴다.

또 '걸그룹이 하는 힙합'이란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거부감을 부추긴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Ayo"하며 어설프게 랩을 하는 건 웃고 넘기지만, 본격적으로 힙합을 한다면서 "Ayo GG"라고 하면 사람들은 엄격해진다. '어디 얼마나 하나 보자' 하는 식으로 듣게 된다. 마치 남자 아이돌이 록을 한다고 했을 때 드는 거부감, 엄격함과 비슷하다. 그런데 '아이 갓 어 보이' 도입부의 랩은 솔직히 어색하다. 프로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거부감을 넘기고 '아이 갓 어 보이'를 계속 들어야만 비로소 이 노래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초반의 거부감이 희석되고도 남을 매력이다.

'아이 갓 어 보이'는 크게 두 파트로 구성돼 있는데, 풀어놓는 리듬과 속도감이 두 파트가 상당히 다르다. 다른 듯 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것 같은 느낌. 두 개의 파트를 극명하게 대비시킨 뒤 마지막에 이르러 교묘하게 섞어서 들려주기 때문인데, 이 묘한 이질감은 꽤 중독성 있다.

도입부의 랩이 끝나자마자 첫 번째 파트의 훅을 바로 등장시키고, 더 속도가 빠른 두 번째 파트의 훅은 파트 전환을 알리는 "Ayo! Stop! Let me put it down another way"란 말 뒤에 빈틈 없이 배치해 일제히 쏟아내기 때문에 체감하는 속도 변화의 폭도 극단적이다.

"난 정말 화가 나 죽겠어"로 시작하는 티파니 파트에선 갑자기 빠른 속도로 쏟아내던 전자음을 지우고, 곡 전반에 깔린 높고 수다스러운 목소리가 아닌 유난히 낮고 굵은 보컬로 분위기를 바꿔 집중력을 높인 다음, "Don't stop! Let's bring it back to 140"라고 외치고 다시 속도를 높이면서 마지막에 이르러 두 개의 훅을 겹쳐서 휘몰아치는 구성도 한숨 돌릴 여유를 주지 않는다. 4분 30초는 치밀하게 꽉 채워져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음악방송에서 소녀시대의 안무와 함께 보면 노래는 훨씬 생기를 띤다.

결국 '아이 갓 어 보이'는 그 재미를 오롯이 이해하려면 변화의 윤곽을 어느 정도 파악해야 한다. 문제는 그 변화의 윤곽이란 게 자꾸 들어야만 보이는 건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걸그룹의 힙합'이란 거부감 때문에 반복 감상이 쉽지 않다.

그러나 너무 '힙합'에 집착해서 '아이 갓 어 보이'를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 도입부의 랩을 제외하고는 힙합으로 분류할 성격의 노래가 아니라서 능숙한 힙합을 불러주길 기대할 필요가 없다. 또 반복해서 들을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잘 만들어진 노래이기도 하다. 더욱이 왜 이런 노래를 소녀시대가 불렀을지 생각해 본다면 나름 중대한 의미가 있다.

그 의미라는 건 소녀시대가 '아이 갓 어 보이'를 선택함으로써, 한계와 끝이 존재하는 걸그룹의 길에서 이탈했단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더 보이즈(The Boys)' 때 어느 정도 포착됐고, '아이 갓 어 보이'로 완벽하게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퇴행하지 않고 더 오랫동안 소녀시대를 유지할 수 있는 길로의 진입이다.

이전까지 소녀시대의 약점은 분명했다. 유한할 수밖에 없는 '소녀'의 이미지. 멤버들이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전면에 내세울 수 없는 이미지로 데뷔년도가 현재와 멀어질수록 '소녀'의 이미지는 흘러간 시간에 의해 조금씩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는 소녀시대뿐 아니라 모든 걸그룹이 해당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걸그룹이 모색한 방법은 '순수'를 '성숙'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하지만 '섹시'가 '성숙'인 마냥 오용됐고, '섹시한 걸그룹'이란 역설적인 이미지는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팬들조차 이제 막 데뷔해 '순수' 이미지로 치장한 걸그룹으로 떠나버렸으며, 많은 걸그룹은 잊혀지고 사라졌다.

아마도 소녀시대와 SM엔터테인먼트는 이러한 걸그룹의 생애주기를 가장 잘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섹시'가 아닌 진정한 '성숙'을 찾았을 테고, 소녀시대는 이미지가 아닌 '음악의 성숙'을 택한 것이다.

'음악적으로 성숙해진 모습', 'K팝을 선도하는 걸그룹' 정도로 소녀시대가 발견한 새로운 길을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보이즈'는 진부하고 식상한 걸그룹스러운 노래와의 작별을 의미했고, 은근슬쩍 발매한 '더 보이즈' 맥시 싱글에 잔뜩 실린,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칠갑한 '더 보이즈' 리믹스 곡들은 음악적 변화에 대한 의지 천명이었다. 물론 '더 보이즈' 때도 사람들의 반응은 좋지 못했다. 지금의 '아이 갓 어 보이' 때보다는 덜했지만 '왜 이런 노래를 하냐'는 불만은 여전했다.

그래도 '더 보이즈'나 '아이 갓 어 보이' 같은 노래로 신선한 충격을 받는 게 소녀시대가 민망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쩍벌춤'을 춰서 받게 될 충격보다야 훨씬 낫다. 소녀시대 팬은 섹시한 소녀시대가 등장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지(Gee)' 같은 노래를 다시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2의 '지' 신드롬은 뚝딱하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닐뿐더러 '훗(Hoot)'이나 '오(Oh)'에서 이미 '지' 신드롬의 재현이 쉽지 않다는 건 입증됐다.

아무리 '아이 갓 어 보이'를 두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들 소녀시대는 이미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다른 걸그룹은 엄두도 못 냈던 길을 "너 잘났어 정말!"하고 노래 부르면서 가고 있는 것이다.

[걸그룹 소녀시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SM엔터테인먼트 제공]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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