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드러낸 아이돌그룹, 더 이상 '대세'도, '우상'도 아니다.

윤상길 기자 입력 2012. 12. 10. 10:35 수정 2012. 12. 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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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상길 편집위원] 가요계 흐름이 수상하다. 대세였던 아이돌그룹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귀에 쏙 들어오는 히트곡도 들리지 않고, 음원 순위에서도 상위에 랭크된 곡들이 사라졌다. 여러 매체에서 여전히 아이돌그룹의 활동상을 전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그룹 멤버의 연기자 변신, 예능 활약 등 가수활동 이외의 소재들이 대부분이다. 왜일까.

가온차트가 발표한 12월 2주차 주간 디지털종합 차트에 따르면 아이돌그룹의 노래가 20위권 안에 한 곡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미쓰에이의 '남자 없이 잘 살아'가 25위로 30위권에 랭크되어 겨우 체면치레를 하고 있을 뿐이다. 12월 들어서 1주차 결과에 이은 두 번째 굴욕이다. 이제 각종 차트의 상위권을 점령하던 아이돌그룹의 당당한 위세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방송사는 아이돌그룹에 목숨을 건다. 시청률을 의식해서일 터인데, 주말 음악 프로그램 출연진은 여전히 아이돌그룹 일색으로 도배된다. 주시청자인 10대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라는데, 음악차트의 순위는 방송 출연 빈도와 무관한 모양이다. 아이돌그룹이 신곡을 쏟아내도, 들을만한 노래가 없다는 음악팬들의 판단이다.

차트 순위 결과만으로 보면 그룹 멤버 개인의 가수 활동도 기대에 못 미친다. 20위권 안에 포함된 노래는 비스트 양요섭의 솔로 미니 앨범 타이틀곡 '카페인'이 3위로 유일하다. 아이돌그룹의 활동은 오히려 노래보다는 영화와 드라마 연기 분야에서 더 돋보인다. 활동폭도 넓고, 그 성과도 괜찮다는 평가다.

'건축학개론'을 통해 여러 영화상에서 신인여배우상을 받으며 '국민 첫사랑'이란 애칭을 얻은 수지(미쓰에이)를 비롯해 '돈 크라이 마미'의 동호(유키스), '자칼이 온다'의 김재중(JYJ), '가문의 귀환'의 윤두준(비스트)과 손나은(에이핑크) 등이 스크린의 샛별로 떠올랐다.

드라마에서의 활약은 '연기돌'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두드러진다. KBS2 '전우치'의 유이(애프터스쿨), '내 딸 서영이'의 이정신(씨엔블루), '학교 2013'의 효영(파이브돌스), '닥치고 패밀리'의 다솜(씨스타), SBS '드라마의 제왕'의 시원(슈퍼주니어), MBC '보고싶다'의 유천(JYJ) 등은 주연급 연기자로 시청자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방송 예정인 대작 드라마에도 아이돌스타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KBS2 '아이리스 시즌2'에는 윤두준(비스트)과 이준(엠블랙)이,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는 정은지(에이핑크), MBC '7급공무원'에는 찬성(2PM)이 역시 주연급으로 출연한다.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뮤지컬 무대는 물론 종편과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에도 섭외 1순위에 올랐다. 기존 지상파 방송의 토크 프로그램과 예능 출연까지 보태면 아이돌그룹이 가수 그룹을 지칭하는 것인지 의아할 지경이다. '아이돌그룹은 배우 사관학교'란 비아냥거림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아이돌그룹이 주춤한 반면 솔로가수들의 활약이 연말 가요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승기의 '되돌리다'가 정상에 섰고, 신예 이하이의 '허수아비', 주니엘의 '나쁜 사람', 로이킴의 '스쳐간다' 등이 10위권 안에서 정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이 2012년 하반기 가요계에서 솔로 가수들의 맹활약을 계속 견인하면서 아이돌그룹의 하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아이돌그룹의 퇴조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연초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 대표의 10대 연습생 성폭행 사건이 불거지면서 대형 연예기획사와 아이돌그룹의 기묘한 상관관계가 세인의 지탄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티아라 멤버 화영의 왕따 퇴출설이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고, 2PM 니쿤의 음주운전, 태국에서 보여준 블락비의 불성실함 등 여러 정황들이 아이돌그룹의 몰락을 부채질해왔다.

아이돌그룹 멤버들은 자기도취에 빠졌고, 소속사들은 "거품 빠지기 전에 한 푼이라도 더!"라며 마구잡이 활동으로 아이돌그룹 멤버들을 괴롭혔다. 신선함 발랄함 새로움 같은 아이돌그룹 특유의 매력은 사라지고, 살인적 스케줄에 내몰린 멤버들은 동전만 넣으면 노래하는 '주크박스'화 되었다. 그래서 팬들에게는 '그 그룹이 그 그룹'으로 보이고, '그 노래가 그 노래'로 들렸다. 아이돌그룹의 인기 하락을 소속사와 아이돌그룹이 자초한 셈이다.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믿는 아이돌그룹은 방송사 신인 발굴 프로그램을 대수롭잖게 여기겠지만, 이 판단 역시 자만심만 부추길 뿐이다. 하반기에 집중 배치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올해도 예외 없이 대형 신인을 발굴해낼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호응은 물론 참가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 아이돌그룹의 인기 독점 현상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평범한 애호가들조차 늘 새로운 음악과 가수에 대해 관심을 갖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올해 등장한 신인 아이돌그룹만 줄잡아 60여팀인데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그 물량만 돋보였고 신통한 히트곡은 전무하다. '만능돌'이란 말도 이제는 옛말, 예능 프로그램에 뚫고 들어와 별별 재주를 드러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의 '아이돌'은 더 이상 본래 의미인 '우상'이 아니다. 그래서 대형 기획사를 포함한 아이돌그룹 소속사는 연예계 활동을 위해 거쳐 가는 '아카데미'로 전락해버렸다.

이들 신인 그룹이 두각을 나타내는데 실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준비되지 않은, 급조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예전의 그룹들처럼 오랜 기간 훈련되지 않았고, 모양새조차 기존 그룹을 모방한 '커버 그룹'의 이미지가 강했다. 몇몇 특정 작곡가의 곡으로 데뷔하다 보니 '그 나물에 그 밥'같은 식상함만 안겨준다. 또 하나의 신곡을 위해 몇 년씩 연습을 거듭하는 기존 솔로가수를 넘어설 재간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내게 나무를 벨 시간이 여덟 시간 주어진다면, 그 중 여섯 시간은 도끼를 가는데 쓰겠다."라고 말했다. 모든 일을 하기에 앞서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목표의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무 베는 것이 급하다 해서 무딘 도끼로 덤벼들면 헛수고일 뿐이다. 도끼 가는 시간이 길수록 나무 베는 시간이 줄고 더 많은 나무도 벨 수 있다. 목표의식도 중요하지만, 준비와 기본기는 더 중요하다. 아이돌그룹 소속 연예기획사들이 새겨들어야할 대목이다. 아이돌그룹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여전히 많은 대중음악 애호가들은 아이돌그룹을 사랑한다.

[티브이데일리 윤상길 편집위원 news@tvdaily.co.kr/사진=티브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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