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엔딩에 울려 퍼진 이승환 목소리의 의미

최인경 기자 2012. 11. 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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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6년'의 묵직한 엔딩은 이승환의 목소리가 장식했다.

지난 22일, 사연 많은 영화 '26년'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4년간의 사투 끝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한 배우들과 조근현 감독은 무거운 분위기 속 "먹먹하다"라는 소감만을 내뱉었고, 영화가 남긴 묵직한 파장은 이제 오는 29일 영화를 마주할 관객들의 몫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단연 엔딩이다. 1980년 5월의 그 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의 단죄 프로젝트가 주된 골자를 이루는 '26년'의 특성 상 단죄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로 하여금 가장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 때문. 영화의 원작인 웹툰에서도 결말 부분은 모호하게 처리됐기에, 영화가 내놓을 또 다른 결말에 모두의 촉각이 곤두선 것은 당연지사다.

결과적으로 긴 여운이 남는 엔딩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는 감독의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그리고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닌' 영화의 진짜 엔딩은 가수 이승환이 장식한다.

영화 '26년'은 앞서 '29년'이란 이름으로 첫 제작을 시도한 2008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4년 동안 몇 차례 제작시도를 했다가 무산된 이후 외압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26년'은 우리 고유의 문화인 두레를 본받아 일명 크라우드 펀딩이라 불리기도 하는 '제작두레'의 형식을 빌려 두레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영화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을 시도했다.

2만원, 5만원, '그 분'을 위한 특별권인 29만원까지… '26년'은 이후 시민들의 클릭 한 번으로 영화를 만들어 나갔다. 대기업의 투자 없이는 제작이 불가능한 현재의 시스템 속,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다. 그 결과, 영화 '26년'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시민들은 약 2만여 명, 모인 돈은 자그마치 7억 원 가량이다.

이 과정에서 가수 이승환을 비롯한 개인 투자자들도 '26년' 제작에 동참했다. 이승환은 '26년' 제작이 난항에 빠졌을 때 선뜻 투자를 결정, 10억 원 상당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환은 상징적인 의미로 제작두레 1호로 이름이 오르기도 했으며, '26년' 측은 영화의 엔딩을 이승환의 목소리로 장식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처럼 이승환을 비롯, 많은 시민들이 제작이 무산된 영화 '26년'에 직접 팔을 걷어붙인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는 꼭 봐야겠다"는 의식이다. 그리고 이 의식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이 있고,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의 경우에 더욱더 극대화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함이 마땅하지만, 소수의 힘에 의해 그렇게 되지 않았던 것들을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것이다.

'26년'을 만든 조근현 감독은 지난 22일 영화를 본 직후 진행된 간담회 자리에서 "이 사회가 잘못된 것을 이야기할 수조차 없다면 건강하지 못한 게 아니겠냐"며 건강하지 못한 지금의 사회에 일갈했다. "어떤 식으로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스스로 사과를 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단죄라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것들은 정치적인 의미를 떠나 상식적인 것이기에 그런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끝까지 '26년'을 놓지 못한 이유를 밝힌 조근현 감독의 말처럼, 이제야 비로소 모두가 '원했던' 영화 '26년'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과연, 모진 풍파를 겪고 수면 위로 떠오른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힘을 다져나갈 수 있을까. 오는 29일, 2만 여명이 함께 만든 영화 '26년'의 개봉일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최인경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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