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어버린 사회.. TV 드라마 살풍경 일색

2014. 4. 2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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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크로스' 성상납·회계조작 등 적나라
'신의 선물'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요새 '해결사 검사'가 트렌든가?"('골든 크로스' 1회 중)

9일 첫 방송한 KBS2 수목극 '골든 크로스'는 실제로 논란이 됐던 사건을 에두르지 않고 다룬다. 연예계에 데뷔하기 위해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에게 성(性)을 상납하거나 국내 은행을 해외투자사에 매각하기 위해 회계 조작을 명령하는 모습 등 현실 세태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살벌한 현실을 다루는 드라마는 '골든 크로스'뿐만이 아니다. 연쇄살인과 유괴 등의 범죄는 일상화된 지 오래고, 그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대통령 테러, '북풍' 조작 등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도 등장했다.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하는 건 당연하지만, 최근 TV 속에 비친 사회는 말 그대로 살풍경 일색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TV 밖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골든 크로스' 포스터.

◆'불신 사회' 아무도 못 믿는다

유괴 살해당한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난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SBS 월화극 '신의 선물'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주인공 김수현(이보영)과 기동찬(조승우)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이 수현의 딸 한샛별(김유빈)을 살해한 용의자로 의심받는다. 심지어 한샛별의 아빠 한지훈도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 12회 방송에선 육아 도우미, 매니저, 택시기사 등 주변 인물의 무관심이 결과적으로 한샛별의 유괴를 돕는 모습이 차례로 그려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드라마가 구성원 간 신뢰가 부족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22.3%에 그쳤다고 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 중 14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체 평균인 32.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국제사회조사 프로그램 2010' 참조)

'신의 선물'에선 경찰도 별 힘을 쓰지 못한다. 사건을 맡은 강력팀장은 오히려 현장에 미리 도착해 범인의 지문과 혈흔을 지워 범인을 잡는 걸 방해하기도 한다. '늑장대응' 논란 등으로 신뢰를 잃은 현실 속 경찰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신의 선물'에서 딸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수현(이보영).

'쓰리데이즈'에서 무장공비 조작 사건에 깊게 연루된 대통령 이동휘(손현주).

◆고위층 비리 현실적 묘사… '정부·재벌에서 예술계까지'

고위 공무원과 재벌의 비리는 사실 드라마의 일상적 소재였지만, 최근에 이르서는 더욱더 현실적인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SBS 수목극 '쓰리데이즈'에서 모든 미스터리의 근원이 되는 건 바로 극중 1998년 무장공비가 침투해 벌어진 양진리 사건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건 한 군수업체가 한국에 무기를 팔아넘기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는 것. 이 조작에는 국방부, 국정원 등 주요 기관이 깊숙하게 연결돼 있다. 실제 1997년 대선 직전에 북한 측 인사에게 판문점 총격을 요청한 '총풍' 사건이나 여타 다양한 '북풍' 논란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설정이다.

이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것도 있겠지만, 정부 기관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 내용이기도 하다. 많은 시청자가 '쓰리데이즈'의 장황한 내용에 몰입하면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만이 국회를 신뢰하고, 중앙정부는 절반 정도만이 신뢰한다고 한다.('한국종합사회조사 2011' 참조)

드라마가 다루는 비리가 공무원이나 재벌에만 한정된 건 아니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JTBC 월화극 '밀회'가 겨냥한 건 음대 비리다. 극중 민용기(김창완) 서한음대 학장은 "쓸 만한 애들 두엇 반드시 끼워넣어. 그쪽에서도 인정할 만큼"이라고 말하며 진짜 실력을 갖춘 학생과 '빽'이 있는 학생 수를 적절하게 맞춰 입학전형에서 합격시킬 것을 당부한다. 학교 내부 일부 교수들의 반발을 고려한 말이다. 부정 입학생의 부모가 재단 이사장의 투자 자문을 맡고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설정은 TV 밖 현실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한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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