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폐인' 보도 이후

진현철 2010. 12. 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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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진현철의 '일기는 일기장에'⑬

3개월 전 쯤 김기덕 감독(50)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마이스터 김기덕 감독, 배신당하고 폐인됐다' < 19일 오전 8시4분 송고 > 에서 언급한 영화 두 편은 그 전에 개봉됐으니 이전부터 김 감독과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들이 떠돌고 있었겠지요.

저 보다 먼저 김 감독의 근황을 접한 기자가 있다면, 반드시 보도했을 사안입니다. 알고도 안 썼다면 기자가 아니지요. 국가대표급 영화감독의 사연을 외면한다는 것은 몰상식입니다.

사람들이 김 감독에 두 번 상처를 준 사실을 알게 됐고,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러나 김 감독을 폐인처럼 만든 원인을 제공한 인물들은 가급적 간단히 다뤘습니다. 은둔하고 있는 김 감독을 다시 밝은 세상으로 모셔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뉴스가 주목받으면서 독자들의 댓글과 타 매체의 추종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와중에 김 감독의 상처, 배신, 폐인생활, 그리고 제 기사에 언급된 '×감독과 PD' 찾기 등으로 분열했습니다.

김기덕필름은 제게 항의전화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대변인이라는 분은 제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뉴시스를 제외한 미디어에게 김 감독의 해명자료를 보냈습니다. 김 감독의 이 편지를 저는 '×감독'을 용서한다, 탓하지 말라는 요지로 읽었습니다. 김 감독이 과거사를 훌훌 털어버렸다니 다행스럽기만 합니다.

동시에 영화 제작풍토에 대한 김 감독의 비판적 시각도 함께 알 수 있었습니다.

이어 21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9)이 영화계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감독을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어느 영화인은 작금의 한국 영화계를 '통큰치킨'에 비유하더군요. "영화판도 치킨과 마찬가지다. 대기업에서 투자를 받아야 하니 투자와 관련해 잘못됐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조소했습니다.

대기업은 영화에 투자를 하면서 6~8%에 해당하는 이자를 받도록 투자 표준계약서를 작성합니다. 극장을 가지고 있는 투자·배급사 라인을 타고 가야 흥행성적이 좋아집니다. 투자·배급사의 지원을 받으려면 공동제작 타이틀을 붙이거나 제작사 지분의 반 이상을 대기업이 가져가도록 하는 계약도 흔하지요.

유 장관은 특히 투자이자 부분에 놀라더군요. 그러면서도 투자·배급 관련제도를 바꾸거나 없애버리면 투자가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극장을 투자·배급사가 가지고 있으면 횡포는 계속될 것"이라는 참석자의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돕니다. 김 감독의 편지에 적힌대로 돈이 아닌 열정으로 만든 영화 '풍산개'(감독 전재홍)가 모든 것을 잊고 우렁차게 컹컹 짖어대기를 바랍니다.

문화부 기자 agacu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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