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없는 흥행작 '의형제', 감성 속에 숨겨진 정치적 코드

2010. 3. 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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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피습사건' 실화 모티브… 스크린에 재현국정원 출신 '이한규' 캐릭터 우파적 인물 그려북한 경계심·위험성 부각… 우파 포지셔닝 주목

영화 '의형제'의 강동원(왼쪽)과 송강호.

요즘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단 한편의 선택은 '의형제'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의형제'는 27일까지 전국관객 405만5928명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의형제'가 600만 이상의 흥행을 이룰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괴물'의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아바타'에게 빼앗기고 의기소침해진 한국 영화계로서는 '의형제'의 기대이상 흥행이 유일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

미디어 역시 '의형제'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표하고 있다. 대부분 흥행 성적에 대한 보도다. 특히 '아바타'의 연속 1위 행진을 막아 세운 한국영화로서 기사 가치가 높았다. 그밖에는 흥행코드 분석, 주연배우 송강호, 강동원의 연기 칭찬 등이 주를 이룬다.

#논란없는 '의형제' 정치적해석 여지 많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의형제'를 두고서는 별다른 논란이 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500만명 이상 관객을 끌어 모으는 영화는 많건 적건 논란이 일게 된다. 하다 못해 영화 소품이나 대사 한 줄까지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더 흥미로운 점은, 사실 '의형제'는 논란이 일만한 요소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감한 남북문제, 그 중에서도 남파간첩 문제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의형제' 제작사 측은 제작발표회 때부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며 영화가 논란에 휘말리길 원치 않는 분위기였다. 특이한 일이다. 영화 흥행에서 있어서는 칭찬보다 고마운 게 논란이다. 멀티플렉스 환경 내에서 조금이라도 튀어보이려면 노이즈 마케팅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노련한 배우 송강호는 국정원 직원을 연기하게 된 데 대해 "국정원은 사건의 소재일 뿐이다. '의형제'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진지한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룬다기보다 인간적인 면을 중요하게 다루는 영화"라며 확대해석의 여지를 일축하기도 했다.

#이한영 피습사건 실화 다룬 '의형제'

'의형제'는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출발점은 1997년 일어난 이한영 피격사건이다. 김정일 처조카 이한영이 한국으로 귀순해 김정일의 사생활을 폭로한 책 '대동강 로열패밀리 서울잠행 14년'(동아일보사)을 낸 후 남파된 북한공작원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다.

이 과정은 그대로 '의형제'에서 재현된다. 테러를 막지 못한 국정원 직원 이한규(송강호)는 결국 파면 당하게 되고, 사건 정보를 국정원에 흘렀다고 의심당한 남파공작원 송지원(강동원)도 배신자로 낙인찍혀 북으로부터 버림받는다. '의형제'는 이렇게 낙오된 두 남자가 우정을 나누게 된다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그러나 이한영 피격사건 모티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애초 제작사 측이 이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00만 이상을 동원한 '추격자'가 유영철 사건 모티브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과 크게 다르다.

#'의형제' 속 우파코드

송강호가 연기하는 주인공 이한규 캐릭터가 특별하다. 이한규는 국정원 출신이라는 신분을 입고 절묘하게 사회이슈를 우파적 관점에서 소개한다. 예컨대. 이한규가 펼쳐드는 신문에서 큼지막하게 보여지는 타이틀은 'PD수첩은 오류투성이'다. 이후 이한규가 내뱉는 대사도 일품이다. "PD가 빨갱이니 나라가 빨갱이 천지지." 얼핏 이한규의 '수구꼴통'스러운 일면을 알리는 부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 전체를 통해 이한규는 긍정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반면 영화 속 베테랑 남파공작원 그림자(전국환)는 시종일관 경직되고 냉혹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좌파정권 10년 간 북한에 대한 경계심이 완화된 현실에서, '의형제'는 여전히 북한이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위험성은 오히려 배가되고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의형제'는 사실상 우파 코드로 구성된 영화다. 근래 한국영화계가 좌편향으로 흐르고 있는 현실에, '의형제'가 보여주는 우파 포지셔닝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스포츠월드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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