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노출? 딱 하루 고민"

입력 2009. 5. 1. 12:05 수정 2009. 5. 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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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도 두말않고 동의날 믿어준 그녀 '연기의 원천'뛰어난 연기몰입 관객들 압도

"당근이죠."엄숙하고 성스러운 가톨릭병원 안, 죽음이 임박한 환자가 절박한 목소리로 자신의 선행을 하느님이 기억하겠느냐는 질문에 현상현 신부는 나지막이 말한다.

영화 '박쥐' 속 송강호의 첫 대사는,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이 어두침침한 영화에 바짝 긴장한 관객을 한순간에 무장해제시킨다. 편안한 눈빛으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내뱉는 그의 한 마디에 관객들은 안심하고 조용히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명실 공히 최고의 배우 송강호의 연기에 관객이 몰입하는 순간이다.

"가장 어려운 대사였어요. 이 한 마디로 영화 전체적인 느낌이 결정되니까요." 처음 시나리오엔 "그럼요"였다. "촬영 전, 리딩할 때 박찬욱 감독이랑 상의해서 바꿨어요. '그럼요'는 처음 보는 환자에게 하는 말이지만 '당근이죠'는 이미 익숙한 사람끼리 하는 말이잖아요. 상현이라는 신부가 어떤 봉사활동을 하는지 설명되고, '선입견' 없이 이 영화를 처음부터 편하게 보게 만들기도 하죠."

'선입견',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그가 나온 영화는 '믿음'이라는 암묵적 동조 아래 보게 된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 역할을 맡은 송강호는 죄와 구원이라는 인간적 딜레마에 빠진 '현상현'이라는 인물을 참 그답게 연기해 "당신은 역시 당근 최고야"를 내뱉게 한다.

"딱 하루요."시사회가 끝나자마자 언론을 뜨겁게 달군 건 그의 성기 노출 장면이었다. 박 감독에게 그 장면에 대한 제안을 받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하루.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장면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꼭 들어맞는다는 생각 하나였다.

"가장 강렬하면서도 중요한 표현이에요. 상현의 육신은 마지막에 불타 죽지만 상현의 영혼은 그 순간 소멸됐다고 봅니다. 일종의 순교죠. 최악의 인간이 최악의 순간으로 사라지는 것이 뭉클했고, 숭고한 느낌마저 들었어요."

인간에게 가장 부끄러운 부분의 노출마저 감행하며 이 영화를 찍은 데에는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송강호와 박찬욱은 거의 매일 얼굴도장을 찍을 만큼 친숙한 사이지만, 사석에서도 그는 박찬욱을 "감독님"이라고 부른다. '친밀함'만으로는 부족한 '감독' 박찬욱에 대한 존경심이 힘들게 결정할 장면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었다.

"참 고맙죠."'박쥐'를 찍으며 그가 가장 고마워한 사람은 아내다. 영화 시사회가 끝나고 제일 먼저 문자를 보내온 게 아내였다. 이례적이었다. 보통은 선ㆍ후배에게서 휴대전화 문자가 쏟아지고 가장 마지막으로 아내와 통화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파격적인 노출에 대한 동의를 구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남편을 믿어줬다. 혹여 쑥스러워할까 봐 선수를 치며, 남편이 아닌 배우로서 송강호의 연기에 엄지손가락을 들어줬다.

이 영화에 대한 보이지 않는 지지가 곧 송강호 연기의 원천임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기자도 그의 아내가 참 고마워졌다.

정지연 기자/jyjeong@heraldm.com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m.com

▶송강호가 말하는…

-박쥐는 '파격의 완성'이다=박찬욱 감독이 10년 걸려 표현한 파격의 완성본이다.-박찬욱은 '박달리'다=마지막 장면은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시간의 영속성'보다 열 배는 더 강한 충격이었다.

-김옥빈은 '도다리'다=도다리는 자연산이라 양식이 안 된다.-송강호는 '송강호'이다=자신을 정의하는 것에 매우 쑥스러워한다. 그냥 송강호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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