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왜 '한국형' 뱀파이어물인가

2009. 4. 3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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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대신 인간미에 촛점모성·치정·우정의 공존

영화 <박쥐>(감독 박찬욱ㆍ제작 모호필름)가 베일을 벗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어서 기대를 모았다. 김옥빈의 노출 연기에 관심이 쏠렸다. 시사회 직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소식에 화색이 돌았다. 시사회 후에는 송강호의 성기 노출이 화제가 됐다.

그 이전에 <박쥐>가 주목받아야 할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흡혈귀를 진지하게 다룬 첫 '한국형 뱀파이어물'이기 때문이다. <박쥐>가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송곳니가 없다!

서양 뱀파이어의 트레이드 마크는 빨간 입술 위로 드러나는 긴 송곳니. 정신을 잃은 미녀의 하얀 목덜미에 찍힌 두 개의 이빨 자국은 뱀파이어 영화의 단골 장면이다.

하지만 <박쥐> 속 뱀파이어에게는 송곳니가 없다. 쪽가위로 상처를 내 피를 빨아먹고 주스병에 담긴 피를 마시는 게 고작이다. 살아있는 인간의 피를 직접 빠는 장면도 그리 괴기스럽지 않다.

대신 인간미가 있다. 박찬욱 감독에게 송곳니는 인간의 생살을 뚫는 지극히 비인간적인 도구였을 터. 주연을 맡은 송강호는 "<박쥐> 속 뱀파이어는 인간적이다. 송곳니가 없으니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신부라는 신분과 뱀파이어 사이에서 인간적인 딜레마에 빠진다. 한국형 뱀파이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있다!

서양 뱀파이어 영화는 대부분 세련됐다. 완벽한 외모를 갖춘 뱀파이어는 성적 매력이 물씬 풍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미인이 있다. 두 남녀의 사랑은 지극히 뇌쇄적이고 파격적으로 그려진다.

반면 <박쥐>에는 다양한 감정선이 존재한다. 주인공 상현과 태주(김옥빈)의 치명적인 사랑, 상현과 그의 친구이자 태주의 남편인 강우(신하균)의 우정, 그리고 조금 모자란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떠받드는 강우의 엄마 라여사(김해숙)의 지독한 아들 사랑이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고 설킨다.

그 중 남녀주인공인 상현과 태주의 사랑 외에 라여사의 내리사랑과 복수심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박쥐>가 종종 전형적인 서양 뱀파이어물에서 벗어나, 등장인물들의 '징글징글한 사랑얘기'라 평가받는 이유다. 라여사는 마지막까지 살아 남아 관객들과 함께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유일한 캐릭터기도 하다. <박쥐>를 단순한 치정극으로 치부하기 힘든 대목이다.

#웃음이 있다!

<박쥐>는 진지한 영화다. 피가 튀고 살인이 난무한다. 웃음을 기대하고 <박쥐>를 찾는 이는 없다. 하지만 <박쥐>는 웃기다. 박찬욱 감독식 블랙 코미디가 영화 전반에 고루 심겨 있다. 강하고 공격적인 뱀파이어를 그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쥐> 속 뱀파이어 역시 힘이 세고 높은 곳을 쉽게 오르내린다. 상처 재생 능력 또한 뛰어나다. 하지만 수동적이다. 땅바닥에 드러누워 의식불명에 빠진 환자의 피를 받아먹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상현은 태주에게 뱀파이어라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위해 "뱀파이어도 일종의 식성 같은 거 아닐까요? 제가 신부라는 직업을 가진 것처럼요"라고 눙친다. 처음에는 겁을 먹던 태주도 결국 "흡혈귀라는거 생각보다 귀엽네요"라고 웃어 버린다. <박쥐>의 제작 관계자는 "흡혈귀는 괴기스러운 존재다. 하지만 <박쥐>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치정 멜로물이다. 그 주인공의 신분이 뱀파이어일 뿐이다.

표현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박쥐> 속 뱀파이어가 '한국형 뱀파이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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