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충무로, 신인감독에게 길을 묻다

2009. 1. 3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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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곤·윤종석·홍지영 등 잇따라 개봉 준비신선+꼼꼼+과감함으로 '가뭄에 담비' 예고기축년 한국 영화계가 신인 감독에게 길을 묻고 있다.신예 강형철 감독이 만든 영화 < 과속스캔들 > (제작 토일렛픽쳐스)이 한국영화 사상 9번째로 7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신인 감독들의 작품이 개봉 대기 중이다. 2월에 개봉하는 기대작 < 작전 > (감독 이호재ㆍ제작 영화사 비단길) < 마린보이 > (감독 윤종석ㆍ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 핸드폰 > (감독 김한민ㆍ제작 씨네토리) < 키친 > (감독 홍지영ㆍ제작 수필름) < 낮술 > (감독 노영석ㆍ제작 스톤워크)은 < 극락도 살인사건 > 으로 데뷔한 김한민 감독 외에는 모두 첫번째로 연출하는 감독의 작품이다. 한창 촬영 중인 < 인사동 스캔들 > (감독 박희곤ㆍ제작 쌈지아이비젼영상사업단)과 크랭크인을 앞둔 < 백야행 > (감독 박신우ㆍ제작 시네마서비스)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지난해 < 추격자 > 의 나홍진 감독, < 영화는 영화다 > 의 장훈 감독, < 미쓰 홍당무 > 의 이경미 감독 등 신예 감독들의 재기발랄한 재능이 죽어가는 한국영화계를 살렸다는 평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기축년에도 신인 감독들의 수혈로 한국 영화계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 신선한 소재, 시나리오 작성은 기본

신예 감독들의 장점은 단연 타성에 물들지 않은 신선한 자세를 들 수 있다. 삶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좀처럼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소재를 발굴하는 노력부터, 그동안 개봉된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장면을 연출하는 고통도 마다하지 않는다. 증권사 작전 세력( < 작전 > ), 몸에 마약을 넣고 수영으로 바다를 건너는 신종 마약 배달( < 마린보이 > ), 미술품 복제( < 인사동 스캔들 > ) 등 새로운 소재로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생활밀착형'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재를 세심하게 챙기는 꼼꼼함도 발견된다. 일상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휴대전화의 분실( < 핸드폰 > ), 편안한 상대와 결혼한 뒤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 여자의 고뇌( < 키친 > ), 낮술로 벌어지는 해프닝( < 낮술 > )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도 신예 감독의 펄펄 뛰는 기운이기에 가능했다.

이들 작품은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 백야행 > 외에는 모두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한동안 소설 만화에 기대 소재를 찾았던 한국 영화계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후죽순으로 한국 영화가 제작되던 2005,2006년을 지나 엄선된 시나리오를 제대로 골라 제작한다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지난해 소설과 만화 원작의 영화 중 소위 말하는 대박 작품이 없었던 것도 한몫 했다. < 추격자 >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등 지난해 흥행작들이 창작 시나리오였다는 점은 영화계에 자극이 됐다.

# 어설픈 중견보다 노력하는 신인이 낫다

신인 감독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미국 아트 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유학파 이호재 감독, 서울대 공예학과를 졸업한 노영석 감독, 연세대 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홍지영 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윤종석 감독 등 학구파들이 많다. 아시아나 국제 단편 영화제, 미장센 단편 영화제, 뉴포트 비치 필름 페스티벌, 전주 국제영화제 등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인물들이다. < 낮술 > 은 이미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NETPEC상 특별언급, 전주국제영화제 JJstar상 관객평론가상,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부문 초청, 테살로니카 국제영화제 인디펜던스 데이즈 부문 초청 등 국내외 영화제의 조명을 받았다. < 백야행 > 의 박신우 감독은 < 미성년자 관람불가 > 로 아시아나 국제 단편영화제, 미장센 단편 영화제 등을 휩쓸었다. 손예진 고수의 스타 캐스팅에도 투자가 여의치 않았지만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감독이 박신우 감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심했을 정도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최근 투자사들은 단편 시장에서 인정 받은 연출력을 지닌 감독을 과감히 기용하는 것이 타성에 젖은 기존 감독을 쓰는 것보다 낫다는 입장이다. 모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관심사를 시나리오로 생산해 내는 것 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덕분에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로 인공 바다를 만들어 배우에게 액션을 시키고 벤츠 차량을 구매해 카 액션을 벌이는 할리우드식 시도( < 마린보이 > ), 10년 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박용하의 과감한 기용( < 작전 > ), 여배우의 도발적인 노출( < 키친 > ) 등 신인의 재기발랄한 시도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평가는 관객의 몫이겠지만 파릇파릇한 신예 감독들의 활약으로 올해 한국 영화계는 가뭄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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