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빛나기 시작하는 배우 주진모 [인터뷰]
[OSEN=조경이 기자] 이제 배우 주진모(34)가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주진모가 주연을 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당시 65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이 터졌고 신예 김아중은 각종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그때 그녀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주진모는 그 빛에 감춰져 있었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며 호연을 펼쳤지만 '미녀는 괴로워' 이후 주진모에게 붙여진 수식어는 '여배우 띄어주는 남자배우 1위'였다.
하지만 김아중이 빛 날 수 있었던 이유는 본인 스스로의 열연도 있었을 터이지만 그녀를 빛나게 하는 파트너 주진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웰메이드 영화는 어느 한 사람만이 특출 나게 잘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상대 배우를 빛나게 했던 주진모가 이제 스스로 빛을 내고 있다.
'미녀는 괴로워' 이후 '여배우 띄어주는 남자배우 1등'이라는 수식이 붙었어요. 하지만 상대 배우의 연기를 죽이지 않는 스타일이라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주진모는 "'미녀는 괴로워'에서 한나는 만화적인 인물이다"며 "그 옆에서 현실적인 사람이 있어야 그 만화적인 부분이 더 돋보일 수도 있고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균형이 맞춰지는 부분이 있다. 그 영화는 여주인공 한나의 변화와 성장을 다룬 영화다. 당시 초반에는 제가 더 대중적으로 인식돼 있었지만 김아중을 내세워서 가자고 했고 그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저 개인적으로는 '나쁜 왕자님'의 캐릭터를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새로운 시도였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했다"고 밝혔다.
"내가 부각되지 못했다고 해서 크게 아쉽거나 그런 부분은 없다. 애초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여자주인공이 부각되는 영화라고 판단했다. 그 이후에 '여배우 띄어주는 남자배우 1등'이라는 수식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말이 듣기 싫지는 않다. 나 혼자 연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호흡을 받고 또 상대 배우의 연기도 죽이지 않는 스타일이라면 나쁘지는 않다. 내가 어린 나이도 아니고 내 생각과 표현하는 것도 넓어지니, 넓어지는 만큼 캐릭터에 제한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쌍화점'으로 왕이 된 주진모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하던 주진모가 유하 감독의 영화 '쌍화점'에서는 스스로 빛을 내고 있다. '쌍화점'에서 고려 말 원의 간섭과 극심한 조정의 불신에 맞서 흔들리는 나라를 지켜내려는 고려의 왕 역할을 맡았다.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주진모의 감정은 흔들림이 없다. 사랑 애정 집착 질투로 고뇌하고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분노와 회환을 잘 담아냈다.
극중에서 왕의 호위무사였던 홍림(조인성 분)에게 무한한 아량과 사랑을 보이지만 홍림이 왕비와 대리합궁 이후부터는 질투와 불신 그리고 분노에 사로잡히며 절제하기 힘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실제 주진모는 왕의 갈등과 애 닮음을 몸으로 느끼며 극이 전개돼 가면서 점점 말라가고 얼굴이 점점 수척해져 갔다. 주진모는 정말 왕이 됐다.
일차원적인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그걸 감추고 다른 방향으로 표현을 해야 하는 작업이라서 고통스러웠습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왕의 감정이 이해가 됐지만 처음에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는 오케이가 나오지 않았다"며 "'왜 일까'라고 고민을 많이 했다. 왕은 동성애자이다. 그 부분에서 남자가 바라보는 시각과 여성이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났다. 남자들은 홍림이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여자들은 왕이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제가 캐릭터를 만들고 감정을 담아 연기할 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연기를 해야 한다고 봤다"고 전했다.
덧붙여 "남성이 바라볼 수 있는 시선과 여성이 봤을 때 느낄 수 있는 시선의 감정적인 마인드를 다 교합시켜서 갔다. 그래서 힘든 표현이 있었다. 또한, 일차원적으로 기분이 나쁘고 좋고 사랑하면 얼굴에 다 드러나면 되지만 왕은 그런 감정을 다 감추고 다른 쪽으로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작업 과정은 고통스러웠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겪어서 좋게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표현하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게 중요했습니다. 비우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제가 해 왔던 연기 방식과 틀리게 굉장히 접근 방식을 달리 갔다"며 "비우는 작업을 많이 했다.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느껴는 게 중요했다. 내가 느껴야 나오는 감정이라서 '연기'라고 생각을 안하고 임했던 것 같다. '분노하고 집착하지만 다시 돌아온다면 어떻게 그런 느낌을 갖을까' 스스로 자문하면서 느낌을 찾아갔다. 그 느낌을 찾아내기까지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그걸 끝까지 감독님이 기다려줬고 받아줬다. 감독님한테 너무 고마웠다"고 밝혔다.
조인성과 동성애 장면은 감정의 대립이나 파국으로 치달을 때의 당위성에 중요한 포인트가 돼서 꼭 필요한 장면이었어요
호위무사 홍림과의 동성애 부분에 대한 공감과 이해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그런 이해는 다 됐다"며 "동성애적인 표현은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일 뿐이다. 홍림과 왕이 어떤 감정인가가 중요했다. 동성애 장면은 두 사람의 관계의 깊이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 그래야 그 이후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감정에 대한 대립이나 파국으로 치달을 때의 당위성에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그래서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초반에 그런 감정을 잘 뽑아내기 위해서 고심하고 생각을 많이 했다. 이해를 못하면 안되니까 그런 부분에서 시간적 할애를 많이 하고 찍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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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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