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료↑..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까

입력 2008. 12. 17. 14:31 수정 2008. 12. 17. 16: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영화계, 7천원→9천원 인상 공론화…"제작비·물가 폭등"

소비자들 "할인제도 없고, 황금시간대 이미 8천원" 반발

내년에는 영화 관람료가 오를까?

한국 영화의 부진으로 영화산업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관람료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관람료 문제의 공론화를 시작한 것은 영화제작가협회와 영화산업노조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열린 영화산업협력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7천원선인 영화 관람료를 9천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곧이어 영진위가 지난 3일 '극장 요금 체계 및 수익분배 방식 개선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는 10일 "극장 요금을 올려도 '관람 횟수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전체의 60.3%에 이른다"는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관람료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씨제이 씨지브이(CJ CGV)의 주가는 폭락장 속에서도 소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인상론의 주된 근거는 물가 상승이다. 관람료는 2001년 7천원으로 오른 뒤 8년 동안 제자리인데, 물가와 제작비는 꾸준히 올랐다는 것이다. <한국영화연감>을 보면, 2001년에 평균 25억5천만원이었던 한국 영화의 총 제작비는 2006년 40억2천만원으로 57%가 늘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에 15.7%를 기록했다. 이창무 서울시 극장협회장은 3일 토론회에서 "커피 한 잔 값은 4천~5천원인데, 수십 억원을 들여 만드는 영화 한 편이 7천원이라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관람료 인상이 영화산업의 위기 돌파를 위한 '단기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데에는 영화인 모두가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관객들이 몰리는 '황금 시간대'(금~일요일 오후)의 영화 요금은 2003년 씨지브이,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8천원으로 이미 한 차례 올랐다. 게다가 2006년 7월, 한 사람당 관람료를 최대 2천원씩 깎아 주던 통신사 할인제도가 사라졌다. 영화계의 판단과는 별도로, 소비자들의 체감 관람료는 2001년 5천원(기본 요금 7천원-통신사 할인 2천원)에서 최대 8천원으로 60%나 오른 셈이다.

그 때문에 누리꾼들은 "2000년대 초에는 통신사·카드사 할인 등으로 두 명이 영화를 봐도 1만원이면 됐지만, 이제는 꼬박 1만6천원을 내야 한다"는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주요 극장들은 올해 '황금 시간대' 연장, 심야 요금 인상(6천원→7천원) 등을 통해 야금야금 관람료를 올려 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3일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헌일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전체 소득에서 영화 관람에 쓰는 돈의 비율이 크지 않아 요금을 올려도 관객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실미도>(2003년 12월),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2월), <왕의 남자>(2005년 12월) 등 1천만 관객을 넘는 대작들이 쏟아지던 시대는 통신사 할인제도가 사라지기 전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올 하반기 이후 불어닥친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제 상황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도 관람료 인상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소다.

영화 관람료는 1985년부터 극장이 자유롭게 정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상규 씨지브이 홍보팀장은 "관람료 인상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다"며 "결국 누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얘긴데,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삼순이 아버지' 맹봉학씨 "이 대통령이 나를 변하게 해"▶ 조여오는 압박…끄떡않는 노조…YTN투쟁 '시즌2'▶ 용산전자상가 쓰레기통엔 개인정보 '가득'▶ 평론가들이 뽑은 올해의 음반은?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